[활동소식] 국가인권위의 기후위기와 인권 결정문,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최소한의 기후위기 대응 기준!

2023.01.20 | 기후위기대응

2022년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오는 3월까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 법체계를 세웠으니 그 안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인데요. 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기본원칙(제3조_링크)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기본원칙을 잘 염두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과연?”이라는 물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을 발표합니다. 이를 토대로 오는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세운다는 것인데요. 기본계획의 토대가 되는 추진전략에는 참고해야 할 기본원칙에 대한 고려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2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의미있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을 대한민국정부(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인데요. 인권의 가장 큰 위협요소인 기후위기 대응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첫 공식입장이라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항간에는 이 결정문이 기후위기를 우려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매뉴얼‘이 될 수도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부 기후정책 수립에 있어서 ’매뉴얼‘로서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기쁜 소식은 국가인권위의 공식 의견이 기후위기 문제를 인권기반 접근으로 다뤄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20년 녹색연합을 비롯한 기후위기인권그룹은 기후위기와 인권의 상관관계를 우리 사회에 알리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 시민조사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의미있는 사례자들이 참여한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16일 농민, 노동자, 청소년 등으로 이루어진 41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와 관련된 인권침해의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인권 침해를 방기하고 유발한 정부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물론 정부의 책임을 낱낱이 묻고, 구체적인 책임 이행 조치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지는 않고, 추가적인 조사와 보다 실질적인 권고조치가 필요합니다. 다만, 기후시민의 적극적인 행보로 국가기관이 정부를 상대로 막중한 기후행동을 촉구했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진전입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결정문에서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로부터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대응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 가운데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설정들 강조합니다. 의견표명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후위기는 생명권,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인권에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양상과 사회적·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여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유형화하고, 기후변화가 취약계층의 고용, 노동조건, 주거, 건강, 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분석하여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제6차 평가보고서(2022년)에서 발표된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3조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설정하고, 2030년 이후의 감축목표도 설정하여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감축 의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는 기업뿐만 아니라 농어민,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소비자 등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업공시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 도입을 통해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 측정 및 평가 결과,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 등을 통합 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현정부의 기후정책의 행보에 있어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가 바로 ’현실 가능성‘이라는 말입니다. 현실 가능성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낮추고, 핵발전을 내세우는 기후정책 기조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핵심 당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고, 인권기반 접근이라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인권 감수성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고려해야 할 현실성은 정부의 주관적인 실현 가능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후위기에 따른 작금의 현실과 그에 따른 인권 침해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여러 내용들이 이번 3월에 발표될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의 토대가 되는 추진전략의 수립에 있어서 지켜야 할 모법상의 기본원칙을 잘 지키지 못했다면, 본 계획을 세울 때 제대로 지켜야 할 테고 같은 국가기관인 인권위에서 더 세세한 내용으로 공식적인 가이드를 제시한 이상 이를 무시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글: 박수홍_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070-7438-8510/clear0709@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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