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속의 곰, 국회에 가다

2010.07.12 |


한국에 1400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
이제, 이런 말에 놀랄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 하다. 10여년 간 녹색연합이 펼쳐온 사육곰 정책 폐지운동의 성과는, 적어도 우리나라에 철창안에서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곰이 천여마리 이상 살고 있다는 것과, 이런 일이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벌어지고 있다는 일, 한의사들도 웅담을 처방하는 일이 거의 없고 보신용으로 웅담을 먹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곰사육정책은 폐지되지 않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지리산에서 곰을 방사해서 복원하고 있는 마당에 철창 속에 가둬 10년이 지나면 도살할 수 있는 법이 공존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곰을 사육하는 이들 대다수는 80년대에 정부가 재수출 목적으로 곰 같은 맹수 수입을 장려할 때 곰을 수입해와서 지금까지 키워온 이들이다.
곰을 사육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하고 안전과 국민정서상의 괴리감으로 곰사육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당장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사육농가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까지 입어온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다면 하루빨리 곰사육을 중단하고 싶어한다(2007년 곰사육실태 및 대책관련 사육농가 설문조사 결과 곰사육 농가의 80%가 정부가 곰 사육농가에 적정 수준의 보상을 한다면 곰사육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함).

그동안 녹색연합은 국민들에게 곰사육정책의 실체를 알리고, 사육곰 농가, 관련 전문가, 해외 동물단체들과 함께 곰사육의 문제점들을 알려왔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정부의 한결같은 입장은 곰사육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관련 예산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곰사육 중단운동은 국회와 함께 관련 법을 만들어 예산의 근거를 마련하는 일로 나아가고 있다.

7월 9일부터 12일까지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진행된 ‘곰사육 중단을 위한 국회특별전시회’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나서서 곰사육 정책을 중단하기 위해 힘써 줄 것을 바라며 마련되었다. 지난 해부터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안)’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홍희덕 의원실과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행사였다. 국회 로비 한가운데에 설치된 철창에 갇힌 사육곰 모형과, 야생속의 곰과 철창속의 곰을 비교해 놓은 사진은 로비를 지나가는 많은 국회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아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올해는 꼭 특별법안을 마련해 더 이상 불명예스러운 세계에서 곰을 사육하는 단 두 나라 중 한 나라로 꼽히는 불명예를 벗고, 사육곰농가에게도 더 이상의 고통을 주지 않고, 무엇보다 철창 속에 갇혀 태어나 죽는 곰에게 희망과 자유를 주길 기대해 본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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