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인근 사육농가 없는 곳, 김천 수도산에 곰 출현

2017.06.15 |

[보도자료] 인근 사육농가 없는 곳, 김천 수도산에 곰 출현

– 지리산 반달가슴곰 가능성도 열려 있어

– 서식지 고려 않는 복원 사업 재검토와 실효성 있는 곰 사육 시설 관리 이뤄져야

 

어제(6월 14일) 오전 7시경, 김천 수도산 자연휴양림 인근에서 곰이 발견됐다. 인근 숲길 정비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간식거리를 먹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도망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포획하지 못한 상황이다. 민간인에게 곰이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김포에서 사육곰이 탈출한 이후 올해만 두 번째다. 이번 김천에서 발견된 곰은 어디서 왔는지 아직 알 수 없으며 가능성은 세 가지다. 첫째, 종복원기술원이 복원해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 두 번째는 사육 농가에서 탈출한 사육곰, 또는 야생곰인 경우이다. 어느 쪽이어도 환경부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수도산 곰

지리산에 방사된 곰이 덕유산을 지나 김천까지 갔을 확률은 아주 낮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반달곰 복원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지리산에 방사돼 서식하고 있는 반달곰은 43개체다. 종복원 사업 시작부터 곰의 방사지로 지리산이 적절하지 않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환경부는 사업을 강행했다. 초기 2004년 연해주에서 들여온 6마리 중 1마리는 폐사했으며, 3마리는 부적응으로 회수되었고, 2마리만 자연 적응하였다. 2005년에 방사한 곰이 올무에 걸려 죽고 인근 농가에 피해를 주는 등 사람과 마찰을 빚자 경계선을 설정해 탐방로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곰의 활동 영역을 인위적으로 좁혔다.

 

표1. 반달가슴곰 복원현황_2014년

현황

* 출처_국립공원관리공단, 2014

 

2005년 12월 성신여대 강혜순 교수(식물생태학)팀은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현장 내 복원을 위한 행동권 평가’ 논문에서 2001년 시험 방사된 반달곰의 이동경로를 2002년~2003년까지 추적하여 행동권을 분석하였다. 이미 당시 논문에서 “서식지를 보호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리산의 유입 차량과 탐방객의 숫자 제한, 백두대간의 면적을 고려할 때 지리산국립공원은 곰과 같은 대형동물의 복원에 충분한 서식지로 보기 어려우며 도로를 복구하는 등 서식지 조각을 연결하여 역동 면적 확보”를 제안했다. 그러나, 2005년 190.4km였던 지리산 탐방로는 2016년 현재 230.60km로 늘어났으며 2016년 한 해에만 287만 명이 방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2014년 곰의 10년간의 행동반경을 조사한 GIS 분석 결과로 “탐방로와 멀수록 반달가슴곰의 행동이 활발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내용을 보도하며 정해진 탐방로로만 다니면 안전하다는 홍보의 근거 자료로 사용했다. 이는 탐방로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곰이 인간의 간섭을 피해 행동하는 경향과 파편화된 지리산의 서식환경을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지표다. 환경부는 지난 15년간 국민의 안전과 반달곰의 생명을 담보로 실험에 가까운 복원 사업을 진행했으며 여전히, 서식지에 대한 고려 없이 스라소니 등 대형 포유류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이번 곰이 지리산 곰으로 밝혀진다면 환경부는 종복원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서식지 복원 중심의 전면적인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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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육곰일 경우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김천 주변에는 가까운 사육농가가 없기 때문에 만약 사육 농가에서 탈출한 개체라면 오랜 시간 멀리 이동한 것이다. 이 역시 가능성이 낮지만 배제할 수 없다. 전국 곰 농장은 2017년 3월 기준으로 36개 농가이며 총 660개체 곰이 사육되고 있다. 모두 웅담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이다. 1981년 정부 정책으로 시작되었던 곰 사육은 2017년 현재 대부분의 사육시설이 노후화되었으며 관리가 허술한 상황이다.

개체수

곰 탈출

곰 사육이 시작된 1981년, 경기도 광주 인근에서 곰이 발견됐고 수일에 걸친 수색작전 끝에 사살됐다. 인근에는 6개 농장에서 총 49마리 곰이 사육되고 있었으며 이후로도 해마다 곰 탈출 사건이 있었다. 2012년에는 탈출한 곰이 사람을 물어 피해를 입었으며 2013년에는 용인의 한 농가에서 탈출한 새끼 곰이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2016년 11월 대전에서 새끼 곰이 탈출했으며, 2017년 현재 환경부는 사육곰 관리 지침에 따라 연 2회 사육시설의 안전 점검을 하고 있으나 지난 4월 김포에서 사육곰이 탈출해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사건이 발생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여전히 남아있는 660개체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야생 반달곰일 경우 환경부의 반달가슴곰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웅담 채취용 사육곰은 DNA 관리를 통해 개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포획 후 모근만 채취하면 어느 농가의 곰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번 개체가 어떤 곰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사육곰이 아닌 경우 환경부는 종복원 사업을 중단하고 수도산 일대를 철저히 조사해야한다. 서식지 보전 중심의 계획을 최우선으로 하여 종복원 정책 전반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7년 6월 15일

녹 색 연 합

 

문의 : 최승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070-7538-8529, choesehy@greenkorea.org)

배제선(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070-7538-8501, thunder@greenkorea.org)

 

** 해당 곰은 오늘 오전 포획됐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사육곰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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