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호랑이 정상회담 열릴까

2010.03.22 | 산양

호랑이 해와 UN 생물다양성의 해 맞아
국제적으로 호랑이 보호 움직임 본격화

최근 중국 동물원에 있는 아사한 호랑이를 술을 담궜다는 중국발 뉴스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만약 중국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팬더였다면서 그럴 수 있었겠냐는 이야기도 떠 돈다. 동시에 유엔은 전 세계에 호랑이가 3천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발표를 했고, 러시아는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호랑이 보호를 위한 학술회의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현재 남아 있는 5종의 호랑이가 주로 서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기념하는 음력으로 경인년, 호랑이해다. 더구나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다. 그래서 호랑이는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많은 야생동식물들의 상징으로 올해 유난히 부각되고 있다. 이런 관심은 12년 뒤, 다음 호랑이 해에 호랑이를 야생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올해는 호랑이 해, 생물다양성의 해


음력설은 중국,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해당하지만, 현재 호랑이 분포를 고려할 때 올해는 더욱 중요한 해로 여겨지고 있다. 또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와 겹쳐 멸종위기종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과연 호랑이를 살릴 수 없다면 어떤 동물을 살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WWF(세계야생동물기금, Wolrd Willife Fund), WCS(야생동물보호협회, 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등 국제환경단체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협력해서 호랑이 보호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태국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서 호랑이 보호활동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호랑이보호 장관급 회의가 열린 것이다.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팔, 러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야생 호랑이가 살아있는 13개국에서 참가해 2022년까지 야생 호랑이 개체수를 2배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경을 넘나들면서 벌어지고 있는 밀렵과 거래를 단속하자는데 약속을 하고, 인간과 호랑이간 충돌을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국제적 재정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중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호랑이 농장정책 폐지 정책이 논의되었다. 애초 개체수가 줄어드는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호랑이부위 불법거래를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뼈, 이빨, 가죽 등 한약재나 건강식품을 위해 사육되는 호랑이뿐 아니라 야생호랑이까지 밀렵하기 때문이다. 약 5천마리 호랑이가 민간에서 사육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농장주들이 계속 호랑이신체부위 거래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호랑이이니셔티브를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의 호랑이보호 정책을 지원하기로 했고, 태국은 호랑이 서식지 주변국가와 함께 서식지 회복을 지원하고 , 아시아의 야생동물네트워크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9월에는 러시아 푸틴 총리가 개최하는 호랑이 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위 13개국과 세계은행 총재 등이 초청될 계획인데, 아마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첫 번째 정상회담이 되지 않을까.

전 세계 호랑이 서식지 7%만 남아 – 위기감 고조
이렇게 본격적인 국제 보호움직이 생겨난 데는 역시 호랑이 멸종 속도가 늘어난데 있다. 1세기 전에만 해도 10만 마리가 있었지만, 현재 야생에는 3200마리 호랑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호랑이해인 98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경제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먹이부족, 밀렵 때문이다. 서식지는 무려 12년 전보다는 40%나 줄어들었다.

중국은 상황이 가장 나빠졌는데, 남중국 호랑이는 발리, 카스피안, 자바 호랑이처럼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중국의 북쪽에는 아무르 호랑이가 10여마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들 서식지도 도로, 철도 등으로 고립, 파편화되고 있다. 서식지 고립은 유전적 다양성을 떨어트리게 되어 멸종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중국정부는 지난 해 12월, 호랑이 서식지관리, 대중교육, 법률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호랑이보호구역이 확대되고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3월에는 호랑이친화적인 숲 관리에 관한 연구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국경이 맞닿아 있는 러시아와 협조를 통해 호랑이서식지가 연결되어 고립을 막아줄 수 있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WWF(야생동물기금)은 지난 주, 음력 설에 맞춰 “2010년 10곳의 호랑이 문제지역”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호랑이가 살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뿐 아니라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도는 팜오일 생산을 위해 호랑이서식처인 숲이 사라진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멸종위기의 상징 호랑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면 다음 호랑이해에 야생 호랑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가 서식지 보호를 해야 할뿐 아니라 보신용으로 호랑이를 쓰는 사람들, 숲을 파괴하는 팜오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호소하고 있다. 과거 70년대 미국의 상징이었던 독수리가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보호활동에 참여해 지금은 개체수가 굉장히 늘어난 사례를 볼 때 야생동물 보호에서 시민들의 인식 증진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아시아 지역의 호랑이도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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