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양 큰잔치, 그날의 생생한 이야기~

2013.12.18 | 산양

11월 16-17일 울진에서는 산양 큰잔치 행사가 열렸었습니다!
울진 지역 군민들에게 천연기념물 산양을 홍보하고, 산양 모니터링도 직접 해보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녹색연합도 참가를 하면서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을 실습해보고 싶다며 직접 찾아온 대학생들도 참석을 했습니다.
그들이 작성한 생생한 체험 후기보며 그날을 떠올려 볼까요~?

울진 산양 큰잔치 행사

글: 최예솔 / 사진: 최예솔, 최대성

녹색연합과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가 협력하여 이루어진 이번 울진 산양 큰잔치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산양에 대하여 알리는 데에 그 의의를 두었다. 11월 1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울진읍의 연호공원에서 진행된 행사는 어린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로 주로 구성되어 가족 단위의 많은 주민들이 공원을 찾아주었다.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이로 만들어진 산양탈 위에 특수한 성분의 찰흙을 자신이 원하는 부위에 붙여 꾸밀 수 있었던 산양탈 만들기 행사와 실제 나무를 덧붙여 만드는 나무산양, 손등과 얼굴 등 원하는 부위에 산양을 그려주는 페이스 페인팅, 실제 산양의 박제를 놓고 진행된 산양 그리기, 산양 스텐실 찍기, 대형 산양그림 퍼즐 맞추기 행사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며 산양의 모습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눈높이 맞춤형 부스와 무인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다양한 산양 사진들이 전시된 부스, 상설된 퍼즐 행사를 잠시 제거한 채 진행된 산양 관련 OX 퀴즈 풀기 행사 등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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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손으로 탈 만들기에 열중한 아이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부스 외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각 부스에서 활동이 끝나면 야생동물 발자국 모양 스탬프를 찍어 3개 이상이 모이면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부분까지 마련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에 몸담고 계신 현직 교사 분의 주도로 선정된 행사 아이템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충분하였고, 스탬프를 모두 채우고 준비된 선물(산양이 그려진 엽서와 손수건)을 받아가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행사가 단순 재미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OX 퀴즈 이후에는 산양이 찍힌 무인 카메라 사진을 들여다보며 퀴즈에서 풀었던 내용에 대해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서, 산양에 대한 자연스러운 흥미 유발과 더불어 지식까지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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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카메라로 찍힌 산양 사진을 감상 중인 선생님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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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텐실을 이용한 산양 그리기. 종이가 흔들리지 않게 잡고 있느라 손이 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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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산양 만들기 부스. 페이스 페인팅을 한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 조원들은 대략 아침 8시 경 기상하여 녹색연합 활동가 분들과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전 날(11월 15일 금요일) 매우 늦은 시간에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 지회 사무실에 도착한 관계로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였기에,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이루어진 식사를 통해 편하게 긴장을 풀고 서로 얼굴을 익혔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바로 축제 준비를 도왔다.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퍼즐을 자르고 붙여 제작하는 일, 각 부스의 표지글을 만드는 것과 스탬프 등 행사 진행을 위해 필요한 소품을 챙기는 것들이었다. 필요한 물건은 그 때 그 때 조달해서 사용하느라 누구 하나 다를 것 없이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 게 인상 깊었다.

점심식사로 울진의 특산품 중 하나라는 세꼬시 회 국수를 먹고, 행사 진행 장소인 연호 공원으로 이동했다. 미리 오신 분들에 의해 천막이 설치되어 있는 아래로 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하고 참가인원을 위해 준비된 의자를 모두 깨끗이 닦았다. 이후에는 산양 큰잔치를 위해 제작된 플랜카드를 공원 한켠에 부착하였는데, 어찌나 바람이 센 지 테이프를 붙여 놓아도 자꾸만 떨어져 여간 애를 쓴 것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플랜카드를 붙이고 나니 행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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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 박제 뒤로 아이들이 그린 산양 그림들이 보인다.

약 3시간가량 진행된 행사 시간 동안 우리 조원들은 각자 한 부스 씩 담당하여 아이들의 참여를 도왔다. 물밀듯 밀려드는 아이들 덕분에 모두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사진전을 맡은 쪽은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스텐실은 손이 아리도록 종이를 붙잡고 씨름 했으며, 퍼즐은 맞춰지는 족족 흐트려 놓아 사람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스탬프를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행사는 막힘없이 진행되었고, 이동철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사무국장님이 준비하신 OX 퀴즈가 시작될 때는 이미 다들 녹초가 된 상태였다. 비록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로 정신없이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평소에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3시간 만에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나서 녹색연합 활동가분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양탈을 만드는 소소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 날의 활동이 계속해서 남을 수 있도록 좋은 기념품이 될 것 같았다.

축제에 참여했던 100~150여 명 가량의 인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천막과 의자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청소가 시작되었다. 나무 산양 인형이 두어 개 남은 것을 두고 서로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두겠다며 탐을 내는 녹색연합 활동가분들을 보고 다시금 그 분들이 야생동물에 대해 가진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의자와 천막을 비롯하여 소품을 싣고 마지막으로 대형 산양 스티로폼 퍼즐을 올린 뒤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10여 분 남짓한 시간 동안 트럭이 들썩거리며 몇 번이고 퍼즐이 떨어져 내릴 뻔해서 다들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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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의 포토제닉.
완성된 퍼즐 앞에 선 선생님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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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X퀴즈에 참가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분들과 이동철 사무국장님.

이후 이어진 저녁 식사 겸 뒷풀이 시간에는 울진의 자랑이라는 각종 해산물 요리와 회를 맛보는 황홀한 기회는 물론이고 사회운동에 오래 몸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 뜻 깊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인간을 비롯하여 자연 생물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연민을 가진 분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껏 이어온 활동에 대하여 들을 수 있던 시간은 앞으로도 쉽게 얻지 못할 것 같다. 그분들은 젊은 나이에도 시민사회에 관심이 많은 우리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너무도 행복하다 말씀하셨지만, 환경과 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보다 더 젊은 활동가분들을 보고 많은 감화를 받았다.

산양생태 모니터링

글, 사진 : 최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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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진행된 울진 산양 보호활동.

전 날 산양 홍보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쌓인 피로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일어나 채비를 마쳤다. 이전의 인터뷰를 위해 녹색연합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한만형 활동가께서 울진 산양의 생태에 대해, 그리고 모니터링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을 해주시면서 “산양이 험준한 산 속에서 살기 때문에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등산복, 등산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와야 한다.”는 충고를 더해주셨기 때문일까? 왠지 겁도 조금 나고 긴장을 하게 되었다. 괜스레 등산화 끈을 더욱 조여매고, 숙소를 나섰다.

그렇지만 그대로 산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산양의 특성과 생태가 어떤지, 생태 모니터링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울진 군내에 위치한 사무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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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의 특성과 당일 모니터링에 대해 설명 중인 이동철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사무국장.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번 활동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산양보호협회의 회원들, 그리고 녹색연합의 일원으로 따라온 우리 말고도, 울진 지역의 학생들과 교사, 심지어는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까지 참여한다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다. 야생 동물 보호, 특히 지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1급의 산양에 대해 탐구하고, 보호 활동을 하는 동아리 학생들의 모습은, 그저 교실 속에 갇혀 살고 있으리라는 나의 편견을 신선하게 깨주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은 고사하고 울진군민들에게조차 그 존재 자체가 많이 홍보가 되어 있지 않는 산양에 흥미를 갖고 생태 모니터링에 참여한 미국인 영어 교사에게는 고마움의 감정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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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사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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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 관찰에 이용되는 무인 카메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이동철 사무국장님의, 산양과 오늘 생태 모니터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산양이 국내적으로는 천연기념물일뿐더러,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있으며 다섯 종류로 나뉘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중 한국에 살고 있는 종을 러시아 연구진이 ‘한국산양’으로 명명했다는 사실 등 산양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물론, 직접 산양의 두개골과 다리뼈를 보여주시면서 산양이 200만 년 전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것, 서식지나 먹이, 그리고 배설 등 생존 방식은 어떠한지 세세한 부문까지 설명을 해주셨다. 원래 직업은 교사인데도, 산양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하셨는지 이 분야에 대단히 박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사무국장님이 원래 울진 지역에 발령된 이후, 산양보호 활동을 위해 계속 이 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비록 같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연한이 있어서 내년에는 떠나셔야 한다고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활동을 위해 어찌 보면 낙후된 지역에 계속 머무르기를 결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무국장님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난 다음, 우리는 차량으로 울진군에 있는 금강소나무숲길 초입까지 이동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구역 내 커다란 금강소나무와 멸종위기의 산양 등 생물다양성을 갖춘 생태계 보존을 위해 하루 방문객을 80명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산양들은 주로 금강소나무숲길 제1구간 주변에 있는 바위절벽들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하며, 이 날은 새로운 산양의 흔적을 찾아 무인 카메라 2대를 설치하는 것이 생태 모니터링의 주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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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에는 이렇게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가 많다.

쭉쭉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 그리고 조금 늦긴 했지만 가을 단풍을 감상하면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을 요즘 말마따나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평탄한 길도 잠시, 길 위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우리는 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개울 위의 작은 징검다리를 하나 건너자마자, 말 그대로 산비탈을 올라가야 했다. “‘산양은 험준한 바위절벽 주변에 산다.’는 말이 이거였구나.”하며, 돌부리와 나뭇가지를 잡아가면서 앞 사람을 밀고, 뒷 사람을 끌어주며 두손 두발로 한참을 기오르던 중, 사무국장님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산양의 배설물이었다. 촉감(?)과 냄새(?)로 보아, 당일 아침에 산양이 배설했을 것이라고 한다. 산양은 한번에 “후두둑”하면서 많은 양을 배설하는데 그 모양은 마치 토끼의 것처럼 콩알 같이 생겼다. 정말로 산양이 산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묘했다. 사람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물론, 인기척을 귀신 같이 느끼고 달아난다는 산양의 아침 배설물의 냄새를 맡고 있다니…….

산양은 배설지 한 곳을 정해놓고, 계속 그곳을 왕래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관찰은 주로 무인 카메라를 배설지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발견한 배설지의 규모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그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무인 카메라가 지금에 비해서 많이 조악한 것은 물론, 구하기도 어려워서 가격이 비쌌지만 최근에는 많이 보편화되고 있어서 그나마 관찰 활동이 많이 용이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나 올라오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지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는 와중에도 정신이 없었다. 계속해서 우리는 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이어서 몇 곳의 배설지를 더 발견하였다. 그런데 하나 특이한 것은 산양이 바위절벽 중에서도 탁 트인 곳을 주로 배설지로 삼기 때문에, 발견하는 곳마다 경관이 참 멋있다는 점이었다. 어찌나 탁 트인 풍경인지, 산양의 화장실이 사람이 쓰는 곳보다 낫다고 해야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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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의 배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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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의 배설지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자 선두에 선 활동가 몇몇 분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정신이 없었다. 가파른 경사를 두손 두발로 기어오르느라 정신도 없었고, 긴장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깐 휴식을 취했지만, 산 정상이라 그런지 이윽고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졌다.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내려갈 때가 더 긴장이 심했던 것 같다. 발을 디딘 돌부리가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거의 앉아서 내려오는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무인 카메라 한 대를 더 설치해, 두 대 모두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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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러지는 와중에 촬영한 것. 등산로가 아닌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가파른 경사를 모두 내려와, 다시 금강소나무숲길에 이르자 바싹 긴장했던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산양이었다면 힘들어서 멸종됐을 거라는 시시한 농담을 던지면서 우리는 산을 내려왔다. 이런 곳에서만 사는 산양이 더더욱 신비한 존재로 느껴지는 한편, 그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서인지, 야생동물의 존재와 그 소중함도 절실히 느꼈다. 또한 산양뿐만 아니라 생태계 속의 많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 활동가 분들이 갖고 있는,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리라는 그 순수하고도 고매한 열정을 보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넘어서, 경외감마저 들었다.

에필로그

이주호 : 다른 조원들은 11월 15일에 출발했는데 나는 그 날 학교에서 모의국회행사를 가지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급하게 짐을 싸서 울진으로 향했다. 약 4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혼자 늦게 도착했지만 다들 반갑게 맞아줘서 좋았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 날 울진에서 했던 산양큰잔치 행사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여를 못 했던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날 산양 모니터링이 있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금강 소나무 숲길로 들어섰었는데 좀 춥긴 했지만 날씨도 좋았고 산도 좋았었다. 비록 산을 탈 땐 좀 힘들긴 했지만…. 솔직히 처음에 울진 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생전 한 번도 안 가본 머나먼 울진을 어떻게 가나 했는데 막상 가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언제 울진에 와서 산양 모니터링을 하겠는가. 처음엔 산양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지도 몰랐었는데 요번 실습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왔다.

최대성 : “울진은 너무 멀지 않냐? 게다가 산이라니?”. 처음 녹색연합에서 온 연락을 들었을 때 든 생각은 딱 이것이었다. NGO 실습 과제에서 너무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것은 왠지 알레르기 반응마냥 꺼려졌고, 모두가 우러러 볼 것만 같은 ‘야생동물 보호’라는 아름다운 로망에만 사로잡혀있던 정신이 부리나케 달아났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땀 흘려 밭을 갈아놓아야,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활동을 해볼 수 있겠는가 하는 이유로 나는 울진행 표를 끊었다. 울진은 생각보다 많이 멀었고, 내가 올랐던 산은 생각보다 험했지만, 그곳에서의 활동들은 진실로 보람찼다. 단지 산양 홍보행사 때문에 많은 짐을 나르고, 깊은 산 속에서 산양의 똥을 발견하여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는 활동 자체보다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는 순수한 열정과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품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울진행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본다. ‘아직은 행복하다.’

최예솔 :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의미 있게 채워준 실습이었다. 쉽게 가는 길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다. 종로에서 우연히 만난 NGO 활동가와의 짧은 대화가 녹색연합의 활동에 참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2박 3일 간의 울진 탐방기(?)는 내 인생의 잊지 못할 또 다른 기억을 남겨준 것 같다. 환경의 아름다움과 보존에 대한 의의는 모두가 동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은 지금껏 소수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왔다. 내가 실습을 통해 만나본 활동가들은 순수한 애정과 신념을 가지고 소수를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참으로 빛이 났다. 정녕 오랜만에 빛이 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기쁜 3일이었다. 이번 실습을 마무리하며 나는 녹색연합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뒷풀이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꺼낸 얘기긴 하지만 실습이 시작될 초반부터 마음속에 두고 있던 결심이었다. 실습 기간 동안 만나본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이번 실습을 계기로 내 생활에도 조금의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미처 관심을 두지 못한 자리에서 이토록 빛나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길을 같이 걷고 싶다.

최정이 : 무엇보다 이번 학기의 과제 릴레이가 이번 실습을 끝으로 정말 끝이 났다. 울진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관심을 쓰지 않았던 환경문제나, 환경 운동가 무엇보다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어섰고,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다. 60억 지구에서 60억 분의 5000만의 확률로 나는 대한민국 남한에서 태어났고 건국대학교에 어찌어찌 들어와 정외과를 선택했다. 이번 학기 한국정치를 들었으며, 울진에 가서 어린이들, 엄마들, 아빠들,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것만큼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무엇보다 산양의 서식지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나 캠페인을 통해 어린 아이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산양, 그 이상의 환경이나 사람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쩌면 환경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정치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삶 언저리에 늘 존재하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문제에 앞장서서 공부하고, 변화들을 위해 애써보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에필로그를 읽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도움을 주신 녹색연합 환경운동가 정규식 활동가님과 한만형 활동가님을 비롯해 수지선생님과 영현선생님, 그리고 울진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우리 조를 보듬어주시고 챙겨주신 지회장님과 선생님들, 청소년 친구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전하며 마침표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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