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의 <생태구조단 헌터스>를 바라보는 몇가지 걱정

2009.11.30 | 산양

MBC 일요일 일요일 밤, <생태구조단 헌터스>가 방송하기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캐스팅 된 것은 물론 이들이 산속에서 사냥을 하느라 헤맸다는 무용담이 벌써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구조단 헌터스>는 멧돼지로 대표되는 ‘유해조수’로 인해 피해가 큰 농민들의 애환을 듣고 엽사와 함께 민가 주변의 산에 올라 멧돼지의 습성을 살피고 이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돌아보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위한 멧돼지 포획마리를 늘리겠다는 환경부의 정책을 두고 안 그래도 말이 많은 요즘이다. 언론에서는 이미 충분히 멧돼지 포획과 관련하여 자극적인 영상으로 연일 뉴스를 보도 했다. 뉴스 에서는 멧돼지 개체수 증가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현재 포획정책에 대한 논쟁이나 우려는 잠깐의 언급만 있을 뿐이다.

공영방송이라면 멧돼지 개체수 조절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혹은 멧돼지 포획에 대한 근거로서의 잦은 출몰의 최초의 이유로 멧돼지 사냥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멧돼지뿐만 아니라 이 땅의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는 서식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농민들의 피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면 좋을지, 정부의 정책이 어떤지, 사람들의 오해는 없는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
정책적으로 멧돼지 개체수 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체수 조절을 위해 수렵제도를 허가하는 것과 이를 방송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멧돼지 포획장면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최근 많은 뉴스들이 자극적인 아이템을 쫒아 멧돼지를 포획하는 장면을 보여주기에 경쟁하는 속에서 공영방송을 스스로 자임하고 있다면 지금, 여기의 가장 시급한 생태계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언론사의 몫이다. 평생 해오던 데로 살던 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외치는 농민들을 기업도시다 4대강이다 뭐다 다 쫒아내고 있는 이 마당에 농민의 설움이 어디에 있는지 부터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최근의 흐름을 쫒아 생명을 오락거리로 만들고자 한다면 MBC가 그토록 주장하는 언론의 공공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지켜야할 가치가 흔들리는 요즘, 일요일 일요일밤에 전하는 시민들의 지지에 근거한 우려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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