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울진 산양, 보호 대책 시급
– 3월 울진삼척산불로 멸종위기종 산양 서식지 4,353ha 훼손
– 36번국도로 서식지 단절, 로드킬 위험 높아
– 울진지역 산양 서식지 보호 대책 시급
사진. 36번국도 도로변에서 촬영된 멸종위기야생동물 산양 |
사진. 36번국도 도로변에서 발견된 산양 분변자리 (위 사진과 같은 위치) |
산불로 서식지를 잃은 울진삼척지역 산양들이 신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3월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멸종위기야생생물1급 산양의 서식지 4,353ha가 불탔다. 울진군 북면과 금강송면 일대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면서 산양들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서쪽 봉화, 삼척 방면과 남쪽 불영계곡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 안일왕산과 악구산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들은 36번국도에 가로막혀 고립된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3월 12일부터 4개월 간 총 8차례 울진삼척지역 산양서식지 산불 피해 현황을 조사했다. 기존에 발견된 서식지 중 산불피해를 입은 구역과 산불을 피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서식 흔적을 기록했다. 산불로 훼손된 울진군 북면 소광리, 두천리, 상당리 일대 기존 서식지와 산불을 피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덕풍계곡, 낙동정맥 삿갓봉, 울진군 대흥리 36번국도 일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사진. 산불로 훼손된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양 서식지 | |
사진. 불에 탄 꼬리진달래 | 사진. 불에 그을린 산양 분변자리 |
울진군 두천리, 소광리 일대 기존 서식지는 산불로 서식 환경이 훼손되어 산양의 발걸음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산불 이전에는 주로 능선부 인근 상부사면 암석지대 중 꼬리진달래 등 봄철 먹이 식물이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서식지가 발견되었지만 산불로 먹이 식물이 불에 타고 계속된 가뭄으로 물까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이 소광리 일대 기존 서식지에 산양 먹이와 함께 설치한 무인카메라에서 3월부터 5월까지 단 한 마리의 산양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양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덕풍계곡과 삿갓봉, 36번 국도 인근에서는 서식흔적이 높은 밀도로 발견됐다. 특히 산불 이전에는 서식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임도와 국도변 곳곳에서 대형분변자리가 발견됐다. 소리에 민감한 산양은 도로에서 1km 이상 떨어져 서식하지만 최근 산불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까지 내려오는 개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산양들은 차량 운행이 적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도로변에 나타났다. 산불 이후 먹이가 부족해진 3-4월 출현 빈도가 가장 높았다. 3월 17일부터 4월 17일까지 30일간 산양이 관찰된 일수는 14일로 이틀에 한번 꼴로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산양들은 도로 인근에서 먹이를 먹거나 분변활동을하며 서성이다가 오랜 시간 도로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산양들은 유도 팬스가 끊긴 지점을 통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
사진. 36번국도 도로변 유도 펜스를 넘어 도로로 이동중인 산양 |
사진. 36번국도 도로변에 허술하게 설치된 유도 펜스(위 사진과 같은 위치) |
울진군 산양 서식지는 현재 신규 36번국도와 기존 36번국도로 인해 이중으로 단절되어 있다. 2020년 4월 개통된 신규 36번국도는 곡선 구간이 많은 기존 36번국도 봉화-울진 40km 구간을 직선화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중 울진읍-금강송면 19.3km 구간은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를 관통하여 건설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36번국도 확장공사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 부지에 수달, 산양, 삵, 담비 등 법정보호종이 다수 서식함을 지적하며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본 도로 건설 사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사업평가 재검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5년간의 논의 끝에 기존 36번국도 중 13km 구간을 생태복원하여 야생동물 서식지 단절 문제를 상쇠하기로 협의하고 공사가 시작됐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18년 기존 36번국도에서 산양 로드킬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기존 36번국도 울진읍- 금강송면 삼근교차로까지 구간은 낙석위험과 ASF 방지 펜스가 설치되어 야생동물들이 국도를 넘어 왕피천이나 소광리로 오갈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신규 36번국도 도로변에서 발견된 산양분변자리 |
사진. 36번국도 유도 울타리 부실설치 지점 |
신규 36번국도에 조성되어 있는 생태통로도 허술하게 관리되어 로드킬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울진읍-삼근교차로 구간 중 야생 포유류가 이동할 수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와 터널 구간은 16곳이다. 환경부 생태통로 관리지침에 따르면 생태통로 인근에는 야생동물들이 생태통로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유도울타리를 설치해야한다.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울진읍-삼근교차로 구간 중 8곳에서 유도울타리 부실 설치 지점이 발견됐다. 울타리가 단절된 지점이 있을 경우 야생동물들은 멀리 떨어진 생태통로가 아닌 가까운 단절지를 이용하여 도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표1] 녹색연합 36번국도 생태통로 유도 울타리 조사 자료
(조사일: 2022년3월)
위치 | 좌표(WGS84) | 유형 |
삼근1터널 울진방면 입구 | 129.2377821,36.9399456 | 유도 울타리 미설치 |
삼근2터널 봉화방면 입구 | 129.2454888, 36.9415984 | 유도 울타리 끝부분 미흡 |
불영계곡1터널 봉화방면 입구 | 129.2552568,36.9497333 | 유도 울타리 미설치 |
불영계곡2터널 봉화방면 인근 | 129.2377821,36.9399456 | 유도 울타리 단절 |
불영계곡2터널 울진방면 입구 | 129.2791230,36.9632030 | 유도 울타리 미설치 |
불영계곡2터널 울진방면 입구 | 129.2793873,36.9629874 | 유도 울타리 단절 |
대흥터널 울진방면 입구 | 129.3112428,36.9780550 | 유도 울타리 미설치 |
대흥4교 봉화방면 인근 | 129.3162323,36.9797828 | 유도 울타리 미설치 |
사진. 3월 9일 36번국도 도로변 고라니 로드킬 현장. |
산양은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1950년대까지는 전국 고지대 산악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밀렵과 개발로인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 2019년 기준 전국에 약 1,300마리가 남아있다. 울진삼척지역은 산양의 국내 최남단 집단 서식지로 120개체 이상 서식한다. 2021년 국립생태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울진삼척지역 산양 서식지는 수용력이 포화되어 새로운 서식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울진삼척지역 산양들은 오랜시간 별다른 국가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58마리의 산양이 울진삼척지역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아사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울진지역에 야생동물치료기관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여 야생동물보호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적받은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산불로 산양 서식지는 더욱 줄었으며 파편화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대책에는 숲에서 살아가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고려도 함께 되어야 한다. 서식지를 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고 어떤 보호조치가 필요한지, 기존 서식지 복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