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2003.02.24 | 환경일반

새대통령에게 바란다.
-환경현안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노무현 당선자가 드디어 국정을 책임지는 대한민국의 새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우선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갖게 만들었으며, 보수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열망하는 새로운 세대의 정치욕구에 화답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5공 청산, 3김 정치의 거부, 노동 및 인권운동 등과 관련하여 보여 준 그의 정치적 행보는 국민들에게 변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활동은 사회경제적 과제에서 개혁의지를 제시하고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환경분야에 있어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새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약속했던 ‘새만금간척사업문제’, ‘천성산고속철도문제’, ‘북한산관통도로문제’, ‘경인운하문제’ 등 환경현안사업에 대한 입장과 공약이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이는 ‘국민참여정부’라는 슬로건이 무색한 것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며 이를 성실하게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국민에 대한 ‘사기극’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차기정부가 지난 시대의 무분별한 난개발 정책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던 많은 환경사회단체들과 종교인들은 당혹스런 느낌을 감추지 않는다. 환경현안에 대한 입장과 공약을 팽개쳐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노무현 당선자가 추구해 온 원칙과 소신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실망을 넘어 분노가 느껴진다. 이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 열망을 무시하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국민의 정부’를 ‘환경철학이 없는 정부’라고 비판해 왔다. 이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해결과정에 대한 판단이다. 즉 대규모 그린벨트의 해제와 구역조정,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토의 난개발, 그리고 새만금간척사업의 강행결정 등 수많은 환경문제에 대하여 국민의 정부는 환경 마인드나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발론자들의 괴변에 휘둘리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또한 고비용-저효율의 구조가 IMF의 원인이라는 진단하에 수많은 규제조치를 대폭 완화하여 또 다른 사회구조적 문제를 일으켜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정부의 환경분야 정책과제
녹색연합은 새대통령은 ‘환경철학이 없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지난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새대통령이 차기정부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새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약속했던 환경현안을 비롯한 환경관련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인수위 활동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새 정부의 환경 마인드가 과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분명한 의지와 전망을 제시하여 공직사회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기업만이 주목되던 과거와 달리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된 역할자로 지목되는 이 시기에 정부의 환경의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새만금간척사업, 시화호,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문제, 천성산고속철도건설문제, 한탄강댐건설문제 등 대규모 환경사건을 불러온 사업들 대부분이 정부가 주도한 사업들이다. 사회적 갈등비용을 증폭시키고 있는 환경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 주도의 대형 환경파괴사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하는 사업들에는 공통적으로 사업타당성 분석 및 환경영향평가의 왜곡 문제가 내재해 있다. 대규모 농지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새만금 간척은 90%가량 방조제가 건설된 현재 농지확보라는 목적성을 상실하였으며, 수질대책 역시 담보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과 한탄강댐 건설, 천성산 고속철도 건설문제 역시 경제적 타당성의 조작문제와 환경영향평가의 조작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을 동원한 객관적이지 못한 타당성 보고서와 환경영향평가서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밀어붙이는 기존 관행을 차단하고 국책사업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 부처의 압력행사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과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 및 시민단체의 참여와 투명한 정보공개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대형개발공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화호, 경인운하, 새만금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환경파괴 문제는 건설교통부, 농림부 등 개발 부처와 그 산하의 수자원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대형 개발공사, 그리고 건설회사 및 용역업체 등 이해집단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추진한 국책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라는 미명아래 존재의 근거를 마련해온 공사 또는 공단들은 개발시대의 산물로서 그동안 역사적 사명을 나름대로 완수하였고 현재에도 몇 가지 분야에서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환경파괴 등의 역기능에 대하여는 근본적으로 존립의 목적을 재구성하는 등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교부 농림부 등의 개발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수자원공사, 농업기반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주택공사 등 정부산하 개발공사의 규모를 포함한 주요 업무의 변경을 통해 모든 사업에서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성이 고려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넷째, 경제특구 등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환경적 고려가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고, 인수위가 발표한 12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은 새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부터 고수해 온 성장일변도의 전략이라는 점과 갯벌을 매립하는 등의 대규모 환경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경제특구 등에 다국적 자본의 공해산업이 외자유치라는 미명아래 환경기준의 완화를 조건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특구는 특정지역의 환경용량을 초과하여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지속불가능한’ 단기적 발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행정수도 건설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환경적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차기 정부 환경정책의 성패는 ‘신뢰’와 ‘실천’
노무현 정부도 지난 정부처럼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의 구성, 북한산관통도로의 노선 백지화, 한탄강댐의 추가적인 대안 모색, 천성산 고속철도의 노선 백지화, 경인운하의 타당성 검토 등이 환경 현안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이었다. 또한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환경·경제가 조화된 지속가능한 발전’, ‘자원이 순환되는 친환경적 사회’, ‘환경정의 실현’을 핵심전략으로 하는 환경분야 공약에서 ‘물관리 기능 일원화 및 댐 추가 건설의 재고’, ‘경유차 문제를 포함한 대기오염의 개선’, ‘남북한 환경기본협정 등 남북 환경협력체제의 구축’,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 등 생태계의 철저한 보존’,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의 도입’, ‘신재생에너지 비율의 대폭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시점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환경관련 주요 약속들이 공약(空約)으로만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대부분의 환경단체들과 종교인,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을 통해 새정부의 환경정책 비전과 과제를 제 아무리 잘 수립하였다 하더라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수단이나 환경관련 법과 제도는 선진국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니,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제대로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한 전직 장관이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실질적으로 발전해 왔다기보다는 수사학적으로만 발전해 왔다”고 표현한 발언은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발전, 사회발전을 앞세우고 있으나 이들 분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도 환경이라는 기반이 건전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은 양적인 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모두 안정되고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질적 풍요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을 때인 것이다. 그 노정에 새 정부의 역할이 있고, 최소한 공약들이라도 실질적인 내용을 실천할 때 국민적인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책과정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설득력있게 정책을 수행하는 전제이기도 하다. ‘참여’를 핵심어로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의 ‘환경친화적 참여의 정부’ 성패는 우선 환경관련 공약들을 수사학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수행할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끝>

문의 : 김타균 정책실장 016-745-8500,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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