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대통령선거에 던져야할 질문들

2012.11.14 | 환경일반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위 제목은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눌 파커 J. 파머(이하 파머)가 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의 원제입니다. 오늘날 ‘healing(이하 치유)’이라는 말이 넘쳐납니다. 며칠 전 녹색연합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나 살기가 각박해졌으면, ‘치유’라는 말이 넘쳐날까라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삶이 팍팍해져가는 오늘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더불어 새로운 변화를 꿈꿉니다. 물론 그 변화의 시작과 끝은 내 삶의 변화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지도 여러분이나 제가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문제입니다. 물론 새롭게 뽑힌 대통령이 혼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뽑힌 대통령이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을 제대로 모아낼 수도 있고, 오히려 열망의 표출을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변화를 열망하고 있는지요? 민주주의와 내 자신의 열망, 그리고 대통령 선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파머는 책을 쓰고 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국 국민들은 내적 공허함을 외부의 강력한 지도자들로부터 채우기 위해 심지어 자기의 경제적 이로움에도 어긋나는 투표를 행하고 있다며, 자신이 사랑하는 국가가 최악의 상태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민주주의란 항상 주체적인 사람들(자신 내부로부터 나오는 권위에 기반한 자아정체감이 있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녹색순례 과정에서 강릉 구정리 마을에서 뵌 도법스님은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파머는 책에서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가 쓴 「관여」에 나오는 일부 글을 인용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는 공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전(全)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의견보다는 관심을 줄 수 있는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끊임없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동료 시민을 신뢰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가?”

그리고 파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무심한 상대주의, 정신을 좀 먹는 냉소주의, 전통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경멸,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무관심. 우리 모두를 왜소하게 만드는 이런 문화적 추세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폭력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법률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뜻대로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면서도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아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행동해야 한다. 상호 이해를 향한 대화 속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폭력의 사용을 포함하여 우리를 위축시키는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 없이 말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이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라면, 지금 내 집에 있는 민주주의는 어떤 상태인가요? 나의 내적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파머가 걱정하는 것처럼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내 안으로부터 내적 공허함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파머는 조셉 캠벨이 쓴 「신화의 힘」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인용합니다.

“아침에 신문에 실린 소식들이 닿지 않는 방, 또는 그런 시간이나 그런 날이 당신에게 있어야 한다. 당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온전히 경험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파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고자 한다면 대중매체가 아닌 개인적 경험에 의해 규정되는 개념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공간에서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의 뉴스를 찾아 내면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가 민주주의를 좌우하는 질문들이라고 부른 것들을 품지 못한다. 상호 존중, 너그러움, 타인의 말에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 용기, 신뢰 그리고 결심을 위한 내적인 능력에 관한 질문들이 그것이다. 이 질문들은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빈번한 자기 수정을 요구한다. 우리가 그 질문들을 정직하고 탁월하게 끌어안는다면, 민주주의의 갈등과 긴장이 발견되는 외적인 공간에 들어가면서, 우리 안에 민주주의가 자라나는 안전한 공간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공간. 그 곳에서 내 자신과 내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이 꼭 필요함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그런 시공간을 갖고 있나요? 대선이라는 특별한 시공간을 맞아, 세상의 잣대가 아닌 제 스스로 던질 질문들을 꼽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 봅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나름의 질문을 꼽아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
•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다 되도록 피해 주민들에게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명박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유일무이한 작품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이 사업 진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소고기 재협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무엇인가?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의 발생 원인은 무엇이며,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쌍용자동차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이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국민이 정의 실현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임한 권력을,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 남용하는 검찰과 경찰을 어떻게 국민의 통제 아래 둘 것인가?
•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언론사의 파업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의 언론 장악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강정은 평화의 상징인가? 현 시기, 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하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구제역과 수많은 가축의 생매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 민간인 사찰과 미네르바, G20 포스터 패러디 사건 등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 강원도 골프장을 포함하여, 사업자는 편법과 탈법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이에 맞서는 지역주민들(대다수 60~70 어르신들)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거리의 투쟁가로 내몰리며, 공무집행방해 등의 범법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 모든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생산인가, 아니면 내 자신의 탐욕을 줄이며, 개인이 흘린 땀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는 분배의 질적 변화인가?

제가 꼽은 위 질문들에는 제가 가진 가치관과 문제의식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의 답도 물론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답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파머가 책에서 이야기한 민주주의를 위한 다섯가지 마음의 습관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뻔뻔스러움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뻔뻔스러움이란 나에게 표출할 의견이 있고 그것을 발언할 권리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겸손함이란 내가 아는 진리가 언제나 부분적이고 전혀 진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을 분명하고 자신 있게 발언하는 것만큼 특별히 타인에게 열린 마음과 존중하는 태도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겸손함과 뻔뻔스러움의 마음을 갖추면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시민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다섯가지 마음의 습관 : 1. 우리는 이 안에서 모두 함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2. 우리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3. 우리는 생명을 북돋는 방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4. 우리는 개인적인 견해와 주체성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5. 우리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치들이 넘쳐납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중요한 것처럼, 가치의 다양성도 중요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양성이 원동력이기 위해서는 우리는 파머의 다음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양성에 직면할 때 긴장한다. 그 결과 불편함, 불신, 긴장, 폭력, 심지어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이를 회피하는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 왔다. 같은 부류끼리만 어울리기, 낯선자들을 내쫓거나 주변화하거나 악마화하거나 검증된 방법으로 제거하기 등이 그것인데, 문제는 이런 방법들은 오히려 긴장과 두려움을 심화시킬 뿐이다. 타자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이 방치된다면, 다양성은 공동체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존중, 인내, 개방성, 희망을 갖고 차이를 끌어안을 때에만 다양성은 유익을 가져다준다.(이하 생략)
나는 갈등이 없는 공공 영역을 상상하지도 염원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죽음이 없는 삶을 염원하는 것과 비슷한 환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만 갈등은 추방된다. 물론 갈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쫓겨날 뿐이고, 폭력이 강요하는 단일함의 환상이 그 자리를 채운다. 건강한 민주주의 속에서 공적 갈등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장려되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것은 창의성을 북돋아준다. 그리고 참과 거짓,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등을 둘러싼 여러 비판적인 질문에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다.”

다가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맞아 여러분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들을 스스로 꼽아보고, 올바른 대답을 찾아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고통받는 자, 사회적 약자가 던지는 질문에도 귀 기울이실 것을 간청합니다.

“자신의 상상력이 도달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그것을 체험한 피해자는 증언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대로 침묵한다면 참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역설이 생겨난다. 피해자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증언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귀 기울지 않을 뿐아니라, 증거가 없다든지 허풍 떤다고 한다든지 설득력이 없다고 하는 등 증인에게 무신경한 비판을 던지는 게 다반사다.(중략) 프리모 레비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문화적 영웅’으로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증인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가, 그리고 증언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통찰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가 하는 점, 결국 ‘증언의 불가능성’이라는 아포리아를 그는 불의의 자살로써 우리에게 제시했던 것이다.”
서경식, ‘언어의 감옥에서-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중에서

떠올리기 싫은 고통을 떠올려 증언하는 사람의 증언을 시대착오적이라 여기고, 그이의 증언에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렵게 증언한 내용은 사회의 울림을 가져오지 못하고, 증언은 사라지게 되며, 악몽의 역사가 반복됩니다. ‘증언의 가능성’, ‘기억의 투쟁’, ‘고통과 기억의 연대’의 성패는 증언자, 고통받는 자에게만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증언을 듣는 자, 고통을 공감하려 애쓰는 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뼈아픈 역사의 반복을 막아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으로 2013년 우리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움틔울 수 있는 토대를 갖추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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