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녹색인문학 1강 : 나 자신이 우주이고, 생태계입니다.

2013.04.26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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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인문학 첫 강의는 고미숙 선생님의 <건강한 몸, 약한 몸, 아픈 몸>이라는 강의였다. 의사가 아닌 철학자가 말하는 건강, 그리고 몸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강의의 시작은 시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무관심하다. 겉을 꾸미고 치장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지, 내 몸이 언제 아픈지, 어떤 때에 내게 감정의 병이 찾아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지 성형수술대에 오를 준비가 되어있는 시대,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존재감을 찾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성형외과 간판이나 광고가 보이는 시대, 광고마다 비포 앤 애프터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니 나 역시 나의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무턱대고 병원부터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고미숙 선생님의 표현으로는 ‘몸과 친하지 않은’ 상태였다. 고미숙 선생님은 몸이 아팠을 때, 그동안 몸과 얼마나 친하지 않았는지 발견하고 동의보감을 공부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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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우주는 하나이다. 몸이 곧 우주며 우주가 곧 몸이다. 우주는 카오스이며, 카오스 안에 살려면 병을 가져야한다. 병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질병은 우주와 동시에 시작되었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이 병과 함께 공생하려는게 지혜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병은 비정상적이고 질병이 없는 상태를 정상적이라고 말하며 병을 고치고자 한다.

우리는 늘 건강하기를 바라고, 아픈 곳이 없는 안녕한 상태를 원한다. 그래서 늘 병원을 찾고 약을 찾는다. 하지만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에서는 그 질병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상식을 완전히 깬 말이였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옳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질병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우리는 병 때문에 울고 웃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병이 있다는 것을 불행으로 치부하며 거기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정말 고치고자 애써야 할 것은 병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정신상태이다. 디지털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사는 시대, 사람의 마음과 디지털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가 바로 이 때다. 내가 내삶의 주인이 아니며, 무언가에 의해 내 정신이 쓰이는 시대. 내가 소모품인 시대이다. 내 몸의 주도권을 내가 갖느냐가 다른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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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는 늘 소유하려 한다. 하지만 소유는 위험하다. 흐름을 멈추게해서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잘 순환하고 흘러야 건강하다. 우리는 그걸 하지못해서, 그 흐름을 탁하게 만들어서 아프다. 그래서 자꾸 가라앉고, 어둡다. 그리고 그렇게 아프면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달려간다. 우리 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니까 의사에게 의존한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면 종교에 매달린다. 우리는 어느새 이렇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자. 절기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에 나를 맡기자. 자기 몸의 탐구자가 되어 배워나간다면 우리는 건강할 것이다.

시대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과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강의였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던 현대의 많은 간극에 대해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생길 삶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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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다솜(녹색인문학 장학생)

사진 : 이다영(작은것이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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