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미리 피어버린 꽃을 보며 맞는 올해 청명

2016.04.05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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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

맑고 밝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써도 좋은 단어입니다. 청명. 소리내 읽어보기만 해도 그 맑고 밝은 기운이 입에서 몸으로 퍼지는 듯한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춘분을 지나 청명에 이르면 산과 들에 꽃이 활짝활짝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입춘부터 시작된 봄이 청명을 지나며 정말 절정에 이릅니다. 춘분같은 기절기 이후에 오는 절기야말로 우리나라의 사계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때입니다. 남쪽에서부터 꽃축제가 시작되지요.

그런데 올해의 청명은 솔직히 조금 김 샌 느낌이 있습니다. 기다렸다가 청명이 되어 꽃이 활짝 피어 줬으면, 아 정말 청명이구나 할텐데, 청명이 되기도 전에 이미 꽃들이 활짝 피고, 청명엔 이제 꽃이 지기 시작합니다.

몇 해 동안의 3월말 4월초 기온을 찾아보니, 최근 5년 동안만 해도 이 무렵 평균기온은 10도를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최고기온은 20도 가까이 가고 평균 기온도 15도 정도였으니, 꽃들이 정말 서둘러 피었다 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절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24절기와 농부의 달력’을 쓰신 안철환 선생님께 이 문제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절기가 태양을 위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구분이 바뀔 순 없지만 절기가 기후변화 시대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절기 역시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청명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론에서 꽃이 일찍 폈다고 보도해주지 않아도, 그 변화를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또 이른 개화와 함께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양상에 대한 파악을 ‘절기’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24절기는 중국 화나라에서 만든 것을 조선시대 세종 때 우리나라 서울 정도의 날씨에 맞게 다듬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지요. 기후변화로 자연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면, 절기를 설명하는 내용도 조금씩 다르게 채워가는 것도 우리의 몫이지 않을까 하고, 이미 꽃이 피어버려 조금은 김이 샌 청명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 우리가 청명을 실감하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맑고 푸른 하늘이어야 할 봄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연 날들이 많습니다. 중국발 황사의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우리나라 자체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탓도 크다고 합니다.

황사 탓이라면 중국과 가까운 백령도가 서울보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더 심해야 하지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다고 하니, 이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공해’문제를 다시 다뤄야할 때인가 봅니다.

그래도 청명입니다. 식목일이 바로 이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도 이맘 때입니다(올해는 4월 6일). 나무를 심고, 불을 쓰지 않고, 조상들께 성묘를 가는 날입니다. 음력으로 3월 3일인 삼월 삼짇날도 이맘때(올해는 4월 2일)입니다.

삼짇날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 합니다. 진달래 화전을 부쳐먹고, 아직은 독초라도 순하여 먹을 수 있다는 봄나물을 양껏 맛볼 수 있는 때입니다. 모두 봄기운을 느끼며 바삐 몸을 움직여야 하는 날들입니다.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텃밭도 갈아엎어 새싹을 심어도 좋을 청명입니다!

글 : 협동사무처장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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