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생태학 2강 – 식물세계의 사회안전망

2014.10.27 | 행사/교육/공지

“형, 누나들이 도와줄게”

강의 중,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말은 큰 나무들이 어린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나눠 준다는 내용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평소 나는 숲을 산책하다가, 햇빛을 받지 못하는 작은 나무들을 본다. 그럴 때면 ‘큰 나무 사이에 껴서 작은 나무가 고생이 많구나’ 혹은 ‘이 작은 나무들이 크려면 큰 나무들을 인위적으로 베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인간적이고도, 잔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큰 나무들이 자기가 크려고 작은 나무의 영양분까지 다 가져갈 것이라는 나의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숲을 피상적으로만 보던 나의 오해였다. 나는 땅 위에 있는 나무들만 보고 숲을 이해하려고 했지, 땅 속의 긴밀히 얽혀있는 나무들의 연결들을 보고 숲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홍범 선생님의 두 번째 강의는 땅 속의 연결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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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가 알았던 숲의 형성 과정은 경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먼저 어느 땅에 하루살이 풀이 자라고, 그곳에 여러해살이 풀이 비집고 들어와 그곳은 여러해살이 풀의 영역이 된다. 다시 여러해살이 풀의 영역에 작은 키 나무(관목)가 들어오고, 그 다음엔 큰 키 나무(교목)이 들어온다. 하루살이 풀에서 큰 키 나무로 변화하는 과정이 경쟁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소나무 숲에서 어린 참나무가 힘겹게 자라 소나무들을 몰아내고 참나무 숲으로 만들게 된다. 이는 흔히들 소나무와 참나무의 전쟁이라고 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의 패러다임은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편 한 가지 커다란 의문점을 들게 한다. ‘그러면 소나무 숲에서 어떻게 어린 참나무가 버티는 거지? 참나무는 소나무 숲에서 햇빛도 못 받고, 다른 소나무들의 견제가 심할 텐데.’ 라고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질문은 내가 앞서 언급한 ‘산책을 하다 작은 나무들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여건’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럼 정말로 참나무는 소나무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힘겹게 어린나무에서 청년 나무로 자란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균근’이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균근은 버섯균(菌), 뿌리근(根)을 써서, 곰팡이에 감염된 뿌리를 말한다. 그리고 균근은 식물의 뿌리와 여러 가지의 다양한 토양 곰팡이 사이에 형성된다. 이 균근은 나무에게 무기질과 비타민을 공급하며, 나무는 햇빛으로부터 영양분을 균근에게 보낸다. 또한 이것은 땅 속에서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숲을 보이는 부분으로만 볼 때는 저 소나무와 이 소나무가 거리가 떨어져있는 나무들로 보이지만, 땅 속에서는 그 나무들이 균근의 기능 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비단, 같은 나무의 균근의 연결뿐만 아니라, 소나무와 전나무, 전나무와 참나무 등, 서로 다른 나무의 균근들까지도 해당이 된다. 그래서 자신의 나무들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은 균근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영양분을 서로 나눠준다. 즉, 큰 나무들의 균근들은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자기의 영양분을 영양분이 적은 나무들의 균근들로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큰 나무 사이에 있던 작은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 이렇게 형, 누나 나무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어린 나무들을 크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이로써 숲은 경쟁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균근의 네트워크를 배우고 나서, 한 가지 특별한 상상을 해보았다. 식물의 뿌리는 내 몸의 긴밀히 연결된 세포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 몸의 세포들과 내 몸 표면에 있는 미생물들이 결합되어 균근과 비슷한 것이 내 몸에 있지 않을까?’, 또한 ‘그러한 균근과 비슷한 것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런 상상을 하니, 내가 좋은 사람들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포근해졌다. 내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글 / 송해준 (녹색아카데미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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