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해요_황윤감독

2015.06.09 | 행사/교육/공지

회원이 된지 14년이 되셨다. 어떤 계기로 회원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들의 삶에 관한 영화 <작별>을 만들 때였다. 영화를 만들 때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 외에도 많은 조사와 공부를 해야 한다. 동물원의 문제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싶었는데, 당시엔 야생동물에 대해 아는 것도 인맥도 전혀 없을 때였다. 그래서 국내 대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무작정 전화를 했고, 조언해 주실 분을 여쭤보았다. 녹색연합에서 ‘야생동물소모임(http://yasomo.net)’을 알려주었다. 멋진 모임 같아서 바로 가입했고, 산으로 들로 야생동물 흔적을 찾으러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지구에 빚지고 사는 사람으로서 환경단체 한 두 곳 정도의 회원이 되는 게 도리 아니겠나 싶어 녹색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독립영화 제작은 춥고 배고픈 일이지만, 그래도 녹색연합 회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녹색연합 회원으로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해주셨다. 가장 기억에 가장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영화 <침묵의 숲> 제작이다. 한국에서 사라진 호랑이, 표범, 반달가슴곰, 꽃사슴, 여우 등이 백두산, 두만강 유역에서는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03년에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야생동물소모임 회원들이 백두산, 두만강 유역으로 탐사를 갔고 나는 두 단체의 회원이자 영화감독으로 카메라를 들고 동행했다. 그곳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에서 사라진 대형 포유동물들이 그곳에 소수 남아있기 때문이다. 관광 사업으로 무너져 내리는 백두산, 각종 공장에서 폐수가 쏟아져 나오는 두만강, 밀렵으로 사라져가는 호랑이, 표범, 보신관광으로 쓸개즙을 빼앗기는 반달가슴곰… 당시 녹색연합 활동가였던 이유진, 박그림 선생님, 그리고 야생동물소모임 회원이었던 최태영, 이윤수님과 함께 현장을 누볐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침묵의 숲>의 주인공이었던 이분들은, 지금까지도 소중한 친구이자 동지이다. 각자 녹색당, 녹색연합, 국립생태원, 지리산 반달가슴곰복원팀에서 전문가로 일하며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엄마는 동물관련 영화감독, 아빠는 수의사이다. 도영이라는 아들이 1명 있다고 들었다. 아이도 동물에 관심이 많은가? 동물과 뗄 수 없는 가족이라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비록 도시에 살지만, 평소에 주변 야생동물에 대해 늘 이야기 해 준다. 이를테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볼 수 있는 박새, 딱새 등의 이름과 차이를 이야기해주고, 가까운 숲에 가서 멧토끼 똥이나 고라니 똥, 개구리 알을 찾아보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찌익’ 소리가 들렸다. 무슨 새인지 아이에게 물어보니까 “직박구리?”라고 하더라. 소리만 듣고도 알아채는 아이가 대견했다. 우리 부부는 영어는 조기교육을 하지 않지만, 생태에 대해서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야생동물이 인간의 형제이고 자매라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커서도 그들의 소중함을 아는 어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4편의 다큐영화를 찍었다. 영화를 찍을 때 무엇이 가장 힘든가?

힘든 것은 역시 제작과 배급 여건이다. 독립영화이다 보니 제작비 부족으로 허덕이고, 무거운 장비를 메고 다닐 때도 많고. 작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배급도 어렵다. 돈 되는 상업영화에만 스크린을 내주는 극장계 현실에서, 독립영화는 개봉을 하더라도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된다. 그래도 나의 영화를 통해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사회 인식과 제도가 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약자 가운데 가장 약자인 동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영화로 표현하는 일을 하게 된 내 운명에 감사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만든 지 10여년이 지난 이제야 사람들은 동물원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을 하게 되고, 동물복지나 동물권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이번에 농장동물을 다룬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이자 운동가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화를 찍으면서 소, 돼지, 닭은 예전처럼 ‘농장’에서 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놀랍게도 그들은 ‘공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고기의 99.9%가 ‘공장식축산’에서 생산된다. 햇빛도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밀폐된 축사에서 매우 과밀하게 사육된다. 영화를 촬영하며 돼지를 처음 봤는데, 농장(공장)에 처음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어미돼지들이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케이지 (스톨)에 갇혀 있었다. 일생을 그 속에서 새끼만 낳다 도살된다. 돼지들은 개보다 머리가 좋다고 하는데 얼마나 답답할까. 또, 잠자리와 배설하는 자리를 구분하는 깨끗한 동물인데, 분뇨로 범벅이 된 축사에서 얼마나 괴로울까. 알 낳는 닭은 ‘배터리 케이지’라고 불리는, 아이패드만한 공간에서 평생 날개도 한번 펴지 못한 채 알만 낳는다. 사람들이 육류를 싼 값에 많이 소비하는 한, 이런 공장식축산은 계속될 것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각종 질병에 걸려 약물을 투여 받은 동물의 살을 먹는 것이 우리 몸과 영혼에 좋은 영향을 줄 리 만무하다. 막대한 축산분뇨로 인한 땅과 강의 오염도 엄청나고, 무엇보다 메탄가스가 전 세계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 최근 들어 해마다 발생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살처분 문제 역시 공장식축산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나아지지 않는다.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 인수공통전염병이 생길 것이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될 것이다. 고기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한번만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이번 영화 개봉으로, 과도한 육식소비와 공장식축산의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녹색당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공장식축산 헌법소원을 펼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주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로 스톨과 배터리 케이지가 금지됐는데, 우리나라도 스톨과 배터리 케이지 금지와 함께 사육환경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어떤 영화인가. 녹색연합 회원님들에게 살짝 귀띔해 달라.

5월 7일 개봉하는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돈까스 매니아의 돼지찾아 삼만리’라는 카피가 말하듯, 돈까스와 삼겹살을 좋아했던 내가 실제 살아있는 돼지는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 이야기이다. 지난 2011년, 무려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닭까지 합하면 1000만 마리)를 살처분 할 때, '돼지'라는 동물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작을 시작했다. 돼지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모르는 동물인 것 같다. 국내 극장 개봉 영화로서는 돼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첫 영화일 것이다. 고기이기 이전에 희노애락을 느끼는 생명이었던 돼지의 삶을,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일반인의 접근이 거의 어려운 공장식축산 현장뿐 아니라, 돼지의 기본권을 배려하는 소규모 친환경 농장(국내에서 아주 드문 경축 순환형 유기농 돼지농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 어린 아들과 가족, 돼지가족이 주인공이고, 돼지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많이 나오는, 어린이와 어른, 가족 모두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가족의 달을 맞이하여, 건강한 삶을 바라는 모든 가족들에게 영화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작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큰 성과도 있었지만, 독립영화는 개봉을 해도 많은 분들이 개봉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이 영화를 한 100만 명의 관객이 보면, 공장식축산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힘을 받을 것이고, 우리는 좀 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연합 회원들의 많은 관람과 응원 부탁드린다.

 

 

황윤 님은 영화감독으로 <작별>, <침묵의 숲>, <어느 날 그 길에서>의 ‘야생 3부작’ 이후 ‘우리 식탁 위의 동물들’에 관한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었다. 인간중심 시선을 넘어, 생태계 공동체의 관점에서 현대 산업문명 문제들을 성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 개봉관은 페이스북 페이지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facebook.com/dilemma.2015 blog.naver.com/dilemma_2015

 

 

정리 김수지 회원더하기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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