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곡우, 다시 살리고 기르는 비

2016.04.18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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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24절기 중 봄 절기의 마지막 절기 곡우입니다. 곡우는 곡식비라는 뜻입니다.
이미 심은 씨앗의 싹을 틔워주고, 이제 심을 씨앗들이 잘 심을 수 있도록 땅을 부드럽게 해주는 비가 내리는 때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날씨를 보면, 이 무렵이면 늘 비가 왔습니다. 어쩌다 이 무렵에 비가 오지 않으면 그 해는 봄 가뭄이 드는 해라 농사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태양의 움직임 24절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땅에 사는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곡우는 농사를 짓는 이들에겐 볍씨를 물에 담그는 때이고 고기잡이 하는 이들에게 바다로 갔던 물고기들이 새끼를 낳으러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때입니다. 나무에 물이 오르는 때라 나무의 수액을 얻는 때이기도 합니다. 나에겐 곡우가 무슨 뜻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2년 전 4월 16일 이후 청명을 지나 곡우를 맞는 이즈음은 자꾸만 곡우에 떨어져 버린 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잎 달지 않고 꽃부터 먼저 피는 봄 나무의 꽃들은 곡우에 마저 져 버립니다. 매화도, 벚꽃도, 개나리도. 이제 꽃을 떨구고 초록색 잎을 올립니다. 노란 꽃들이 물기어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차마 밟을 수도 없습니다. 그 어린 꽃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곡’이라는 한자를 찾아보니 곡식이라는 뜻 외에도 기르다, 양육하다, 살다, 생장하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곡식이라는 뜻과 아예 떨어진 말은 아니지만 ‘살리는 비, 기르는 비’라는 뜻으로 곡우를 말하면 더 사무치게 다가오는 뜻입니다.

곡우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 어린 꽃들이 떨어진 자리에 피어나야 할 초록 잎을 생각합니다. 다시 살리고 기르는 비가 되기 위해 땅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합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고 한 시인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글 : 협동사무처장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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