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자본이 생기면 시민단체를 위한 공공기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있습니다. 지금은 글을 쓰는 영역에서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과거 녹색연합에서 일한 선배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연예인도 아닌데 나를 궁금해할까?” 장난스러운 대화로 박경화 작가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Q. 환경을 주제로 글을 계속 써오셨잖아요. 환경전문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요?
A. 한겨레 강좌의 <도시에서 사는 법>을 명진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기획하고 있었어요. 이에 관해 녹색연합에 자문을 구하려고 전화를 주셨는데 우연히 그 전화를 제가 받았어요. 당시에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일을 했거든요. 만나 의견을 주고받다가 편집자가 제가 책을 쓰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거죠. 기존에 써온 글들이 있다 보니 검색을 했을 때 제 이름도 나오고, 책 작업을 했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원래 글을 쓰기로 한 분은 녹색연합 회원이었는데 미안하게 되었죠(웃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그런 상황이 되어서.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교수나 기자, 환경운동가들인데 책을 내기 위해서는 누가 글을 쓸 수 있는지 검증을 해야 하잖아요. 이후 ‘작은것이 아름답다’나 ‘귀농통문’에 실은 글을 보고 출판사들이 연락을 해왔죠. 환경작가가 되려고 작심을 한 건 아닌데 하나씩 내다보니 환경 책이 쌓이게 된 거에요. 책을 몇 번 쓰면 제안이 자주 들어와요.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조금씩 길이 열렸고, 그렇게 꾸준히 한 거죠.
Q. 책에 들어가는 정보들은 어디서 얻으세요?
A. 오늘은 김영준 선생님 조류충돌 강연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글을 쓰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학자의 책은 어려워요. 제가 쓴 책은 쉽지만 내용에 있어서 조금 약하죠. 보완하기 위해 강연을 듣거나 보고서를 구해 읽는다든지, 노력하고 있어요. 저의 목적은 어려운 환경문제를 쉽게 전달하는 거예요.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읽고 싶도록 흥미롭게 접근해야 하니까. 게다가 보통 청소년들이 읽다 보니 더욱 논리가 쉬워야 하고 생활에 밀착된 내용이 필요하더라고요.
Q. 어떤 이유에서 계속 글을 쓰게 되시나요? 가장 큰 즐거움이 있다면요?
A. 몇 쇄를 찍으면 책당 1만 부 이상 전국의 서점이나 도서관에 꽂혀요. 그걸 모든 이들이 읽지 않아도 많은 독자가 책을 읽는 거죠. 책이라는 게 기록의 역할도 하고 확산력이 좋아 책 자체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되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일을 하다 보니 계간지와 비교하게 되는데, 잡지 글의 성격은 깊이 있다기보다 시류성이 되게 강해요. 빨리 지나가는 상황들을 빠르게 잡지에 싣는 게 잡지의 매력이라면 단행본의 경우에는 깊이가 있어요. 기록의 의미, 운동성이 좋아요.
책을 쓴다는 건 세상에 없던 내용을 기획하는 거예요. 물건과 도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생물과 다양성 등 평상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새로 엮어서 써 볼 수 있으니까 기획의 묘미도 굉장히 좋아요. 약간 비슷할 수는 있어요. 빌려보고, 보면서 배우니까. 하지만 저로서는 새로운 창작이라고 생각하고 쓰거든요. 그리고 현장을 가보거나 사람들이 직접하는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고 싶어요. 현장성이나 어느 지역, 일어난 문제, 변화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사람들의 변화가 있는 이야기.
환경 책을 내다보니까 강의 요청이나 잡지에 연재요청 등 책으로 끝나지 않고 파생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주장을 펼치기 되게 좋아요. 독서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서도 토론이나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활용을 해요. 책에서 한 단계 더 진행해본다는 게 좋더라고요.
Q.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책은 무엇인가요?
A.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은 여우와 동식물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라 생물종다양성을 주제로 취재를 많이 한 글이에요. 원고는 평이해 보이지만 책 작업하면서 국립공원을 많이 다녔어요. 그 과정에서 박사들도 알게 되었고, 야생동물 연구원의 자료들을 얻고 논문발표 강의도 찾아 듣곤 했어요. 황윤 감독의 영화 <어느 날, 길 위에서>가 개봉하기 전에 삼삼오오 모여 세번을 봤어요. 집에도 찾아가고 내용을 공책에 받아적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워갔죠. 저로서는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공을 굉장히 많이 들인 거예요.
지금은 연구자와 자료가 많아져서 개정판을 쓰려고 하고 있어요. 1~2년만 지나도 옛날 자료가 되더라고요.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개정판을 준비중인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과 신간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10>
Q. 책에 대한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A. 학교 강의 가면 학생들에게 미리 책을 읽히고 포스트잇에 저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정성 들여 준비해주셔요. 개중 뭉클할 때가 있어요. 중학생이지만 심오한 질문들을 해요.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번 되새겨주는 정도가 필요했던 거예요. “뿌옇게,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환경문제가 구체적으로 다가왔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긴 편지를 여러 장 받은 적도 있고요. 환경문제라 하니 쓰레기를 줍거나, 음식을 남기지 않는 등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분야의 세분화된 노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편지로 들으니 정말 좋았어요.
다양한 정보들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 방식대로 쓰고 있어요. 사실 책이라는 건 공감 코드거든요. 전혀 색다른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경험했을 법한 내용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좋은 책이다’ 하고 이야기하거든요. 공감하게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지금 생각나는 환경 책을 소개해주신다면?
A. <새들의 밥상> 이우만 작가님이 집 주변의 새를 관찰하고 먹이 중심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또 김성호 교수님의 여러 책 중에 80일 동안 매일 새를 관찰한 책이 있어요. 새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라, 이 책들이 새를 통해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거든요. 숲의 나무가 새의 먹이활동을 통해 번식하잖아요. 새의 분류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 외에도 우리나라 환경 책도 좋은 게 많아요. 탐날 정도로(웃음). 저자와 출판사들이 엄청 공들여 만든 책들이에요. 그런데도 ‘청소년 책 추천목록’에 들어가지 않는 한 잘 팔리지 않아요. 제인구달, 최재천 박사님처럼 매우 유명하거나 우연히 드라마 한 장면에 실리지 않는 한 검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구전으로 전달한 지혜와 정보를 이제는 검색과 더불어 책이 그 역할을 하잖아요. 복잡한 현대의 도시에서 책의 용도는 실용성으로 기울었는데, 환경 책도 이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거죠. 환경 책이 필수품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요즘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다면요. 궁금합니다.
A. 기후변화요. 기후변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두렵기 때문에 더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책을 쓰고 학교 선배에게 보내주었는데 그 말이 항상 기억나요. “너의 책은 읽기 전에는 행복했는데 읽고 나니 불행해져.” 환경문제는 알고 나면 우울하다는 거죠. 기후 위기의 문제도 암담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위기가 느껴져도 ‘에어컨, 패딩 하나 살까?’ 하고.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지는 사람은 되게 적은 거죠.
기후위기 비상행동으로 지난 9월 대학로에서 5천여 명이 모인 건 기적적이었어요. 물론 대다수가 활동가들이고 낯익은 사람들이 많아 동창회처럼 반가웠었는데요. 많이 와서 다행스러웠고 깜짝 놀랐어요.
Q. 지구를 사랑하는 작가님의 취미생활이 궁금해요.
A. 버려진 우산 중에 무늬가 예쁜 우산천을 뼈를 발라내듯 뜯어 방석처럼 사용해요. 두 개를 연결하면 잔디밭에 누울 수가 있지요. 우리가 오감을 느끼는 게 되게 중요한데 등을 맞대거나 살을 붙이고 누워서 하늘, 나무를 바라보는 게 좋아요.
중국 여자분이 자연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유튜브 영상 보는 게 힐링이 돼요. 중국 농촌 마을의 자연환경에는 열매나 나무가 다양한 게 매우 많아요. 중국 마을을 여행하는 느낌을 줘요. 자급자족의 끝판왕을 멍하니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숲을 다니는 게 가장 좋은 취미생활이죠. 등산이 아니라 산행. 가끔 걸어 다니는 도감들이 오시는데 설명을 들으면 되게 좋아요. 해답 없는 궁금증이 생기면 토론을 시작하는데 그 순간이 상상력을 자극해요. 봄여름에는 쌍안경을 들고 가면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새들을 관찰 할 수 있어요. 이 작은 도구를 장만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어요. 여행 다닐 때 꼭 들고 가요, 뭐라도 볼 것 같아서.
Q. 박경화 작가님께 녹색연합은 어떤 곳인가요?
A. 친정과 같은 곳이지요. 언제 가도 반가운 사람들이 있고, 언제나 좋은 자료도 있고 (웃음). 항상 친절하고. NGO의 좋은 점 하나가 사람들을 반겨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열심히 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자료가 스크랩한 게 아니라 지속해서 몇십 년간 해온 사업들과 성과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어 조사한 자료들이잖아요. 회원으로서도 전 활동가로서도 현장을 누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고 자부심을 느껴요. 녹색연합 자료를 인용하는 게 최고라 하는 자신감이 있어요. 시민 대상 현장 프로그램도 항상 기대 이상이고요. 저의 취향일 수 있지만 (웃음).
환경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
어쩌면 글을 쓰는 환경운동가라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언제나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박경화 작가님,
직접 만나 이야기 한 보따리 건네받은 경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이 간략한 소개>
박경화 님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등 다수의 환경전문서적을 출간한 작가.
과거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이 글은 녹색희망 특별호 269호 <기후변화의 증인들>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