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일 활동가 까르 인터뷰

2020.09.07 | 행사/교육/공지

작은일 활동가 까르 인터뷰
-적게 소비하고 풍요롭게 살아가기

바쁜 일상에 치이며 살다 가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봅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이유 없이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지요. 그때마다 유쾌하게, 자기 삶의 이야기로 저를 진정시켜 주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비전화공방을 졸업하고 작은일 활동가로 살고 있는 까르인데요. 까르가 알려준 적게 벌고도 충만하게 살아가는 삶의 비결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읽고 나면 한결 행복해질 거예요!

Q. 제가 까르를 처음 만난 건 올해 2월에 까르가 열었던 〈3만 엔 비즈니스〉 공유회에서였어요. 당시 까르의 3만 엔 비즈니스는 탄두르 오븐을 만드는 워크숍이었는데, 요즘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A. 올해로 3만 엔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3년차인데, 매년 실험의 주제는 바뀌고 있어요. 3만 엔 비즈니스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행복하려면 어떤 것이 바뀌어야 하지? 하고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해보니 일에 허덕이는 거예요. 그래서 ‘일이 행복해지면 삶이 행복해지겠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3만 엔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첫해에는 내가 만든 일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게 가능할까를 실험하느라 일(탄두르 워크숍)을 많이 했었고, 다음해에는 일할 때는 행복하긴 한데 이것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살림을 통한 자립을 실험했어요. 돈을 쓰지 않고, 일도 하지 않은 채 살림의 시간을 통해 자립하려고 노력했죠.

올해, 그러니까 세 번째 해 들어서는 일단 코로나 때문에 일이 거의 다 끊겼어요. 한, 98퍼센트.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워크숍은 다 사람이 모여야 할 수 있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휘청휘청하긴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수입을 낮추면서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해오다 보니까, 일을 못 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 삶이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코로나 시대를 살 방법을 궁리하는 건 자급자족하는 삶을 고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문제구나 생각했죠.

코로나가 대유행하기 직전에 일본 〈표주박 시장〉이라는 곳에 1달간 다녀왔어요. 아무도 살지 않는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서 텐트를 치고 계획없이 지내는 것이 컨셉인 곳인데요. 참가자들은 ‘오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라는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어떤 날은 부엌을 만들고, 어떤 날은 기타를 치거나 대나무 베기도 하고요. 각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그게 삶이 되고 풍요로워지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생각을 해보니까 결국 거기 모인 사람들 덕분이더라고요. 저 혼자였으면 그렇게 풍요롭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아, 일을 하거나 돈을 벌지 않아도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세계가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일보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많이 다니고 있어요.

  •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창안한 ‘3만 엔 비즈니스’는 한 달에 하나의 일로, 이틀만 일해서 3만 엔(30만원)을 버는 일의 개념이다. 돈 버는 시간을 줄여 일상을 풍요롭게 꾸미는 데 목적이 있다. 그의 주요 저서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3만 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Q. 최근에는 직접 만든 노래로 작은 콘서트를 열고 있잖아요. 갑자기 뮤지션의 모습으로 짠-하고 변신해서 어리둥절했는데, 어쩌다 노래를 하게 된 거예요?

A. 작년에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고 정말 내 안에 뭐가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들여다봤어요. 일과 SNS를 모두 끊고 매일 꾸준히 명상을 하다 보니까 나에게 있는 게 뭔지 정말 알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내가 잘살고 있나? 고민도 하고 내게 없는 것을 찾아 떠돌기도 했는데 그런 게 다 사라지고 불안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때 깨닫게 된 내 안의 것들, 제가 찾아낸, 제 삶에 불안해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경험들과 제가 쌓아온 깨달음들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나왔어요. 그때 가장 처음 만든 게 ‘쓸모’라는 노래예요. 노래의 내용은 내가 지금 당장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의미가 있을까? 도움이 될까? 싶은 것도 계속하다 보면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는 거예요. 쓸모없어 보였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쓸모 있는 깨달음이 가능한 거죠.

그 노래를 쓰는 게 저에게는 문신을 새기는 느낌이었어요. ‘이 깨달음이 있으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노래가 자연스럽게 지어졌고 종종 부르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노래가 가진 힘을 깨달았죠. 노래는 가슴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구나!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가슴에 확 와 닿는 게 노래구나! 깨닫고 나니 좋은 힘이 될 것 같은 메시지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노래로 쓰게 됐어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계속 연습을 했고, 들려줄 준비가 됐다, 싶어서 공연을 열었죠. 처음엔 아주 작게 열었고 공연하면서 연습하다 보니 점점 음향도 장소도 갖춰진 곳에서 하게 됐어요.

까르는 녹색희망 소식지 중 가장 좋아하는 <기후변화의 증인들>편을 가사집으로 활용한다. 사진은 노래<쓸모>의 가사.

Q. 예전에 까르가 아프리칸 댄스를 하게 된 이야기를 하면서, 이걸 직업으로 해야지 시작한 게 아니라 재밌게 추다 보니 가르치는 게 일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노래도 비슷한 것 같은데, 일을 하려면 전문성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A. 일에 대한 제 공부의 첫 시작은 3만 엔 비즈니스의 창시자 후지무라 센세로부터였어요. 센세는 ‘일이란 누군가의 곤란함을 이해하고 공감해서 그 사람을 곤란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게 일의 존재 이유라는 거죠. 처음 춤 워크숍을 열 때 고민이 많았던 게, 제가 춤을 엄청나게 잘 추거나 잘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거든요. 저는 ‘나는 춤을 못 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엄청 공감을 해요. 저도 오랫동안 춤을 출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에 갇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가,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즉흥 춤이나 아프리카 춤인 만딩고를 추면서 배웠거든요. 춤이 주는 자유, 춤이 일상에 들어왔을 때의 행복을 너무 잘 알게 되니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춤의 즐거움과 몸의 자유를 알려주는 워크숍이라면 제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거예요. ‘나는 어떤 곤란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원동력이 돼요. 탄두르 워크숍을 하게 된 것도 난을 굽는 것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내가 만든 작은 일(3만 엔 비즈니스)로 과연 잘 먹고 잘 사는 게 가능한가?’ 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저의 원동력이었어요.

Q. 가장 처음에 하려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 해요. 제가 지금까지 보거나 들은 까르의 면모는 정말 다양한데요. 아프리칸 댄스, 비전화 제작자, 요즘엔 노래까지 부르잖아요.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어요?

A. ‘작은일 활동가’요. 제가 탄두르를 만들고 노래를 한다면 저는 그냥 그런 것들을 하는 사람이 되겠지만, 다양한 겸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는 듯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식과 문화를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작은일 활동가라고 소개를 해요. 그러면 다른 누군가도 제 삶을 보고 ‘작은일 활동가라는 게 대체 뭐지?’ 고민하기 시작할 거고, 시간이 지나면 그런 문화나 흐름이 만들어 지길 바라면서요.

Q. 까르의 삶과 생태적 가치관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가끔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금욕주의자,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까르는 그 모든 걸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A. 예전에는 신념이 앞서서 인간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우린 이미 세상을 망치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결국 자연을 망가뜨린 것도 우리지만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우리니까 우리를 용서하고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인간이라는 걸 용서하지 않으면, 모든 운동을 화난 상태로 하게 되잖아요. 화난 상태로 하면 불행해지는데 그걸 과연 지구가 원할까? 아닌 것 같았어요. 텀블러를 쓸 때의 기쁨이 있고, 직접 요리를 해서 도시락을 싸는 즐거움도 있고, 산책하다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또 기분이 좋고요. 그런 게 사실 지구뿐만 아니라 저도 풍요롭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런 기쁨을 알게 되니 저절로 플라스틱도 일회용 컵도 안 쓰게 됐어요. 돈을 쓰지 않으려고,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결국 지구를 위한 것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생태계의 일부분이라서 그런가 봐요.

Q. 적게 소비해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팁을 독자들과 공유하자면?

A. 있는 것을 발견하는 거요. 자, 요리를 할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레시피를 찾아본 후 냉장고를 보면서 내게 없는 재료를 찾아내는지, 혹은 냉장고를 먼저 보고 여기에 있는 것들로 요리를 만드는지를요.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두 가지의 방법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나 세계관은 완전히 달라요. 없는 것을 보면 사야 할 것이 생기니까 지금은 부족한 상태가 되고 요리를 시작조차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있는 것을 먼저 보고 그걸 조합해서 조리법을 만들면 나는 부자가 돼요. 재료는 언제나 있거든요. 그게 저는 적게 소비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비법인 것 같아요.

햇살처럼 따뜻하고 즐거웠던 인터뷰 시간. 인터뷰를 진행한 다예와의 투샷.

인터뷰 이다예 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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