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8일차] 생태와 평화를 꿈꾸며

2013.06.07 | 녹색순례-2013

우리나라 서북단 끝, 백령도에는 4천8백여 명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제2의 주민이 있습니다. 바로 점박이물범이지요. 천연기념물 제331호(문화재청, 1982년)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환경부, 2005년)으로 지정되어 있는 점박이물범은 봄부터 가을철까지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 연안에서 생활합니다.

앞발과 뒷발의 모양이 지느러미처럼 생겨서, 물개와 함께 기각류(鰭脚類·다리가 지느러미 형태인 해양포유류)로 분류됩니다. 동그랗고 호기심 많은 큰 눈망울과 짧은 앞다리에 뒤뚱거리는 몸매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스코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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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형

녹색연합이 하고 있는 야생동물보호운동은 주로 산양, 맹꽁이, 점박이물범 같은 멸종위기야생동물을 조사하고 서식지와 개체들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점박이물범은 고래류 외에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해양포유동물입니다. 서해바다를 오가며 백령도에서 주로 서식하다가, 날이 추워지면 중국의 랴오둥만으로 이동해서 그곳의 얼음바다 위에 새끼를 낳고 날이 풀리면 백령도로 다시 내려옵니다.

현재 랴오둥만 일대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해안이 오염될 뿐 아니라, 털가죽을 얻기 위해 새끼 물범을 포획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얼음바다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점박이물범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1940년대에는 약 8000마리, 1980년대에는 약23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현재는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약 200~300마리만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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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점박이물범’ 보전운동

야생동물 보호 방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그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보호운동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주민들이 점박이 물범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생태관광 시범사업’을 하는가 하면 2009년부터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교육 과정을 진행해 왔습니다. 해마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주민들이 모여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및 보전활동과 생태해설, 생태관광 활성화 활동 등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차례 준비 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점박이물범 보호활동에 뜻을 모은 백령도 주민 20여 명은, 지난 30일 백령면사무소에 모여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점사모) 창립식’을 열었습니다. 녹색연합 순례단도 창립식에 함께 참가하여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이 만들어진 것을 축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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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우리가 어린 시절 물범을 보고 자라왔듯이 우리 아들, 딸, 손자, 손녀들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점박이물범을 대를 이어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쌓아 지구상 많은 사람들에게 점박이물범의 중요성을 알려 멸종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을 보전하고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또한 점박이물범 보전활동을 통해 한국-북한-중국이 함께 어우러져 서해 평화시대를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

‘점사모’ 창립선언문의 일부입니다. 멸종의 기로에 서 있는 점박이물범에 대한 주민들의 따뜻한 시선에는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깔려있습니다.

 

녹색순례를 끝내며… 다시, 평화의 꿈을 꿉니다

지난 60년간 비무장지대(DMZ)와 서해5도 지역은 남과 북 모두 군사적 이유로 개발과 인간의 간섭이 제한되면서 한반도에서 야생동물의 가장 좋은 서식처가 되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600마리밖에 남지 않는 저어새도 한강하구를 비롯해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재두루미 역시 김포와 북한 황해남도에, 북한의 장산곶매(토종 맹조류)는 접경지역을 따라 남한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렇듯 비무장지대와 서해5도는 분단의 아픔이 낳은 ‘생태의 보고’이지만, 최근 몇 년간 천안함 사고, 연평도 포격사건, 핵 항공모함이 포함된 한미연합훈련,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 등이 일어나면서 조용한 날이 드물었습니다.

5월 22일부터 30일까지 녹색순례단은 DMZ와 서해5도 지역을 걸으며 곳곳에서 역사의 질곡과 상흔들을 마주했습니다. 남과 북을 가른 철책, 유유히 흐르는 강물, 접경 지역 주민들의 담담한 일상, 또 도로 옆 미확인지뢰지대 표식, 야생동식물 등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정전협정 60주년의 해에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이야기를 꺼내는 게 무색할 만큼 현재 남북관계는 악화되어 있지만, 분단 상황이라는 ‘지금-여기’에 갇혀있기보다는 ‘저 너머’의 생태·평화 공간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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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연양갱 100개, 음료 100개), 아이쿱생협(된장, 간장, 고추장 등 식재료), 최명심 회원님(오이 20kg), 볼음도 주민(쌀 100kg), 태성김치(김치 20kg), 이몹쓸그립은사람아(김치, 막걸리), 유기농신시(과일 등), 신화자 활동가(출발 당일 점심), 문은정 활동가(현미 백설기), 김성만 전 활동가(지원차량), 양지리 노인정, 대광2리 마을회관, 북삼리 마을회관, 아미2리 마을회관, 임진강 유스호스텔, 인천 전도관, 백령도 김예찬 전 면장님 펜션

작성 : 녹색순례 홍보팀 (신수연/이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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