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녹색순례] 마지막날 : 외공리, 덕천서원 …

2006.05.05 | 녹색순례-2006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온 몸으로 소통하기 위한 길떠남인 녹색순례의 마지막 날.
어젯밤 그동안 낮은 몸과 마음으로 걸었던 6박 7일동안의 마음들을 길동무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지리산 양민학살현장 중 한 곳인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공리에서  이라크를 떠올리다.

1951년 3월 12일 시천면 외공리 점동마을  소정골짜기.  피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양민 500여 명이 11대의 버스에 실려와 김종원 인솔 하의 11사단 9연대 화랑부대에 의해 학살당했다. 외공리뿐아니라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한반도 전역에서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그 중에는 군과 경찰 등에 의해 전투상황과 상관없이 학살당한 희생자들이 매우 많다. 묘지앞에서 전쟁으로 인해 이름없이 죽어간 양민들을 위해 묵념을 해본다. 몇몇의 길동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더욱더 가슴 아픈 일은 이러한 일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 이라크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2004년 8월 이라크 에르빌주(州)에 3000여명의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파병되었다. 우리가 가진 전쟁의 가슴아픈 상처를 이라크의 어린아이들에게 전해주어서는 안된다.  도대체 왜 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전쟁에 동참해야 하는가? 하루에도 수십명이 죽어나는데 평화와 재건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설사 이익이 있더라도 과연 총칼을 사용하여 피를 대가로 얻어서야 되겠는가?우리가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은 전쟁과 군대가 없는 세상이다. 더 많은 아픔과 상처, 그리고 뒤늦은 후회가 남기 전에 자이툰 부대는 돌아와야 한다.

남명 조식을 만나 마음을 씻다.

맑은 눈의 이라크 어린이들을 떠올리며 조금 내려와 남명 조식 선생이 기거했던 덕천서원에 다다랐다.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던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인 남명 조식선생은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지리산 자락에서 후학을 기르고, 자신의 학문을 닦았다. 조식(曺植)은 경상남도의 합천•산청•진주 등 지리산 동남방에서 주로 활동했던 우국충정의 학자 겸 처사였으며, 일명 「방장산 노자」(老子)로 알려졌다. 그는 벗이나 제자들과 수없이 지리산을 등반했고 이웃 호남의 유생들과도 여러 차례 조우하여 학문을 강론하면서 지리산의 자연을 즐겼다. 그러나 단순히 자연에 은거해 사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는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현시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고, 민중들이 고통을 덜어주는 실천의 학문을 일으키려했다. 관직을 마다하고 그의 나이 55세 되던 해 「단성소」라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단성소에서 조식은 ‘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폭우가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데 속은 썩어 있는 고목이  바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입니다’「벌레가 파먹고, 수액도 다 말라버린 고목」같은 나라라고 비유하였다. 겉으로만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이익을 갖가지 개발과 파괴를 일삼아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지금의 우리나라의 실정도 그 시대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덕천서원 바로 앞 강가에는 남명 선생 생전부터 있었다는 세심정이 있다. 욕천(浴川)이라고 하는 시비에 씌어있는 ‘마음에 티끌이 생기면 배를 갈라 흐르 는 물에 씻어 버리겠다’라고 하는 남명의 곧은 선비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남명 조식선생은 몸에는 항상 방울과 검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방울은 자신을 깨우는 의미이고 검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의미인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해단식을 마무리로 남원에서 출발하여 구례군. 하동군을 거쳐 산청군까지의 6박 7일동안 녹색순례가 끝났다. 이름모를 풀꽃에 맺힌 이슬을 보며, 너무나 맑은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두 발로 느꼈다. 지리산 내에 무리한 도로와 댐 건설로 인해 생긴 상처에 가슴아파도 했다.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터지는 힘든 길이었지만 녹색순례를 통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었다. 2006년 녹색순례는 끝났지만, 우리가 가는 생명과 평화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길은 생각의 차이를 만든다. 그 사람이 걷고 있는 그 길이 그 사람의 생각을 만든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이 될 수 잇도록 지리산의 길위에서 물었던 그 물음들을 다시 일상으로 가져가야 한다. 우리의 걸음이 생명의 걸음이 될 수 있도록..우리의 걸음이 평화의 거름이 될 수 있도록…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 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 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 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글 : 2006 지리산 녹색순례 홍보팀

2006 지리산 녹색순례 홈페이지 http://pilgrim.greenkorea.org/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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