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1일차]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2013.05.23 | 녹색순례-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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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할 5월, 녹색연합은 사무실 문을 잠시 걸어 잠그고 “녹색순례”를 떠났습니다.

사티쉬 쿠마르의 평화행진에서 비롯된 녹색순례는 1998년부터 시작된 녹색연합의 전통이자 독특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2013년, 16번째 녹색순례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비무장지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실제 폭 2km로 존재하는 비무장지대는 밟을 수 없어 강원도 철원부터 인천 백령도까지 민간인 통제선에

인접한 마을 소식과 자연을 거치며 보고, 듣고, 느끼고, 만졌던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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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22일), 철의 삼각지대로 진입하여 철새마을까지 녹색연합 순례단이 평야지대 철원에 진입했습니다.

철원은 남방한계선 인근에 마을이 형성돼 있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남방한계선을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토성초등학교에서 간단한 발대식을 하고, 이번 녹색순례 테마인 “너와 나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되새기며 도로로 나섰습니다.

464번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창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대놓은 논이나 이미 일렬종대로 모내기를 해둔 논을 볼 수 있습니다.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과 푸르른 풀들을 보면 벌써 여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낮이 되면서 본격적인 더위와 접하게 되었습니다. 입이 바싹 마르다 못해 입안과 치아가 붙고, 땀이 비오듯 내렸습니다.

도로의 지열 때문인지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 관문인 도창리 초소까지는 참 멀게 느껴지더군요.

걷고 또 걸으며 마을 언저리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도보로는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초소에 다다랐습니다.

긴장감을 안고 초소 앞에서 기다렸다가 통과 허가를 받고 민간인통제구역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민간인 통제구역이라고 해도 특별히 철책이 있거나 하지 않아 크게 실감나지는 않습니다.

차량의 수가 많지 않고,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도창리와 정연리를 지나 이길리 초소에 도착해 또 한 번의 절차를 거칩니다.

도창리 초소에 보고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보고하고, 혹시 초소 전방 풍경을 촬영하지 않았는지

휴대폰과 사진기를 일일이 체크하고 나서야 초소를 지날 수 있었습니다. 잠깐잠깐 주는 긴장으로 인해

‘이곳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민간인 통제구역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곳은 민간인 통제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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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를 따라 촘촘히 박힌 모를 보고, 더러는 비료를 뿌려 구수한 냄새가 나는 곳을 지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둑이 보였습니다. 토교저수지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교저수지는 제 2땅굴에 인접한 곳에 있는 면적 338.85ha에 달하는 남한에서 두번째로 큰 저수지 입니다.

이곳에 9월 초부터 쇠기러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25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두루미 300마리 이상,

재두루미와 흰꼬리수리,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듭니다. 두루미는 뒤엎지 않은 밭에 남은 낱알을 먹고,

토교저수지에서 몸을 단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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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둑방을 지나는데 토교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민간인 2명이 적발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현재 토교저수지에는 블루길, 배스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군사보호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실상 낚시는 금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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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지나 드디어 첫날 순례의 종착지인 양지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양지리는 태양이 잘 드는 마을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오성산부터, 오성산 반대편 마을 끝까지 4계절간의 해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숙소인 양지리 노인정 앞에 모여계신 마을 주민들은 순례단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마을 소개와 함께 양지리에서 30,40년이상 거주하면서 겪었던 지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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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러 왔는데 입주증 발급이 늦어 애를 먹거나, 허리 펼 새 없이 한 달 내내 손수 모를 심을 만큼 바빴던 시절 이야기,

과거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마을까지 들렸고, 매일 밤 군인들이 집으로 찾아와 점호를 하고,

명절에 친지들이 집으로 와도 예정된 방문시간을 넘길 수 없었던 기억까지. 남북간의 대치상황이 일상이 되어

이런저런 일들이 힘들거나 무섭지 않다는 담담한 말이 귓가에 남았습니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녹색순례 이야기! 오마이뉴스에 기획연재로 싣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동일한 내용이 업로드 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이 글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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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하얀 점이 지금 지나온 구간입니다.

파주의 장산전망대까지 걷고, 인천으로 넘어가 대청도-백령도로 들어가는 일정입니다.

* 녹색순례에 후원해주셨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한살림(연양갱 100개, 음료 100개), 아이쿱생협(된장, 간장, 고추장 등 식재료), 최명심 회원님(오이 20kg), 볼음도 주민(쌀 100kg), 태성김치(김치 20kg), 이몹쓸그립은사람아(김치, 막걸리), 유기농신시(과일 등), 신화자 활동가(출발 당일 점심), 문은정 활동가(현미 백설기), 김성만 전 활동가(지원차량), 양지리 노인정, 대광2리 마을회관, 북삼리 마을회관, 아미2리 마을회관, 임진강 유스호스텔, 인천 전도관, 백령도 김예찬 전 면장님 펜션

좀 더 많은 정보와 생생함을 전해드리기 위해 하루 늦게 순례 이야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작성 : 녹색순례 홍보팀 (신수연/이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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