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4일차] 설악산 대청봉에서 묻는다 “우리 같이 살면 안될까요?”

2015.05.18 | 녹색순례-2015

 녹색연합의 순례 4일차, 드디어 설악산으로 들어간다. 오색온천장에서 숙박을 한 30여 명의 활동가와 회원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대청봉을 향한다. 이 날 참가자들은 출발 전 다양한 캠페인과 퍼포먼스를 준비하였다. 4시간에 걸쳐 설악산을 오르면서, 그리고 산행 끝에 대청봉에 도착해서, 참가자들은 온 몸으로 외친다.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 동영상 보기 링크

 

“산양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아요”“If you love me, say No Cable Car"

“우리 산양이랑 같이 살면 안돼나요?”

“오늘도 설악산의 산양은 신나게 뛰어놉니다”

“우리 그냥 살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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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피켓과 플래카드에 글씨를 쓰고, 프리허그(Free Hug)와 하이파이브(Hi-Five)를 등산객들과 나눈다. “케이블카 반대”의 X자를 그리고. 케이블카 망치로 대청봉을 내리친다. 귀여운 산양 머리띠를 쓰고, 배낭에 몸자보를 부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퍼포먼스는 순례 참가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한 것들이다. 이번 순례장소로 설악산을 선택한 이유는 케이블카 때문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을 비롯한 5개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구역은 한반도 생태계 최후의 보루다. 굽이굽이 골짜기와 능선을 따라 천혜의 자연이 간직된 곳이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과 식물들이 설악산에서만큼은 숨을 쉬며 살아간다. 계절따라 변하는 절경은 어느 예술작품 못지않다. 특히 설악산은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주 서식지이다. 산양은 고대로부터 원형의 모습을 간직한 화석동물이라 불린다. 높은 산악지대, 절벽과 암벽이 많은 곳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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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4월29일,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에 3.4km의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부 종점은 대청봉이 코앞에 보이는 지점이다. 케이블카는 더 많은 사람을 더 쉽고 더 빠르게 설악산에 실어 나른다. 사실 지금도 해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산”이란 이름의 “관광”을 위해 설악산으로 몰려온다. 그 때문에 설악산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더 쉽게 설악산을 오르는 더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설악산의 훼손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작은 가정집에 날마다 100명씩의 손님이 찾아온다면 집주인은 견뎌낼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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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리석은 짓은 양양군이라는 작은 지자체만의 계획이 아니다. 그 뒤에는 강원도지사, 더 나아가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의 요구를 앞장서서 수용하며 산림지역에 각종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도 그 중의 하나다. 더군다나 “2018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고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이미 2012년과 2013년 두차례에 걸쳐 환경성, 기술성, 경제성 등을 검토하여 “불허”결정을 내린 사업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추진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지난 정부의 4대강사업을 연상시키게 한다.

 

전국의 강이 망가지고 나니 이번에는 삽질이 전국의 산을 향하는가? 6-7월 경 환경부는 양양군의 케이블카 사업신청을 심사하여 추진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국의 지자체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지켜보고 있다. 설악산이 뚫리면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에 줄줄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국립공원에 과연 이런 시설이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 제도가 시작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단 한 곳도 케이블카가 없다. 오히려 인공적인 시설물을 없애고 자연생태계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의 흐름을 거스르는 점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과 박근혜 정부의 케이블카는 참으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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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설악산을 오른 5월16일은 봄철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가 해제된 첫 날이었다. 설악산의 탐방객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캠페인을 눈여겨 보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프리허그에 동참하기도 했다.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막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 실상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다. 한편에선 “왜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하느냐”며 볼멘 불만을 터뜨리는 분도 계셨다. 이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바로 한 가지, “같이 살자”는 것이다. 설악산은 결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고작 7%에 불과한 국립공원, 그것만은 자연의 생명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남은 7%마저 돈벌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훼손한다면, 그래서 그 속에서 살아가던 설악산의 산양이 사라진다면, 그 다음 차례는 바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순례의 걸음을 다시 시작하며, 우리 자신과 세상에 묻는다.

“우리, 산양들과 같이 살면 안될까요?”

 

 글: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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