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계 사이는 니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데…

2006.12.08 | 미분류

새벽의 공기는 따뜻했다.
그것은 후에 겪은 사람들의 따뜻함을 예견하는 것이었을까?  새벽을 이어서 광주의 공기는 한층 더 훈훈했다.  캠페인 장소인 충장로 우체국에 도착하니 벌써 그곳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상인들의 활기로 꽉 차 있었다.

캠페인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지나가는 행인들은 역시나 철창의 곰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들이다.  오늘도 철창안의 곰은 무서움과 불쌍함의 경계를 셀 수 없이 넘나드는 걸 보는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다.

‘그 경계 사이는 니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데…‘

광주의 분위기는 서울, 인천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인천 캠페인의 주인공이었던 곰들은 어느새 몰락의 길을 걸어 사람들은 그들을 있는 듯 없는 듯 지나쳐 갔다.  오히려 전에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팜플렛의 산들이 무너져 흩어졌고, 환경부 장관에게 보내는 엽서가 쌓여져 갔다.  그것과 동시에 폴라로이드 사진서명은 여전히 필름을 다 쓰고 다시 갈아 끼우느라 바빴고, 그만큼 서명 란과 서명을 붙여두는 판도 정신없이 채워졌다.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차이 나게 만드는 걸까?. 그래서 人生이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어김없이 또랑광대의 순서가 찾아오고, 악기들은 변함없이 그들만의 청아한 소리를 뽐냈고, 사람들은 그 소리에 한껏 빠져 들어갔다.  하늘의 여러 신들이 내려오고 저멀리 울려 퍼지는 아리랑과 포고문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타올라 흩뿌려졌다.  광주의 활기와 또랑광대의 열기가 합쳐져 거리는 한층 더 붉어져갔다.  그 붉은 거리를 바탕으로 사유곰 캠페인은 점점 무대의 끝으로 흘러갔다.

그 살며시 타오르던 붉은 거리의 광주 자원활동가들은 참으로 활기찼다.  참여한 사람도 많았고, 그들의 열기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끌여 당겼을까?  특히 젊은 층의 자원활동가가 많았는데, 너무나 밝은 그들의 표정을 보며 나 또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한명 씩 한명 씩 늘어가기를, 두손 모아 소망한다. 캠페인은 그들에 의해 존재하며, 가꾸어 진다.

적은 숫자지만, 크나큰 의미가 담긴 2회에 걸친 지방 캠페인에선 조금씩 사육곰에 대한 문제를 알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사실이 참으로 감명 깊다. 이런 캠페인을 더 많이 진행하면 할수록 꿈은 조금씩 현실로 가면이 조금식 벗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그날은 올 것이다.
지렁이 기어가듯 느릿느릿 하지만 언젠가 그날은 올 것이다. 한번 더 서명을 하고, 한번 더 엽서를 보낸다면 반응은 올 것이다. 미약한 전류일지라도 모이면 천둥번개가 되어 내려 꽂힌다. 너와 내가 손을 잡고 살아간다면…

곰들은 조금씩 웃는다. 상처는 아문다. 철창은 휘어진다.

※ 글 :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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