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미국의 보복 전쟁 중단,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 반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반전평화 시국선언문

2001.10.10 | 미분류

  6천여 무고한 인명이 참혹하게 희생된 지난 9월 11일 테러의 충격과 그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그토록 피하고자 한 전쟁이 시작되고 말았다. 전 세계 양심적, 진보적 인사 및 단체의 반전평화의 호소가 잇따르고, 테러의 잔해가 쌓인 뉴욕에서까지 수만 명 시민들이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였지만, 미국이 기어코 아프간 침공을 강행한 것이다.
  전쟁이 테러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은 전쟁을 선택했지만, 지금이라도 테러와 전쟁의 악순환을 끊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기를 인류는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전쟁은 또 다른 테러와 전쟁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러와 전쟁으로 이익을 얻고자하는 세력이 벌써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군사지원의 대가로 자국내 아랍계 탄압을 눈감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나, 자위대 파병을 추진하며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 정부는 어리석게 미국의 침략 전쟁을 지원한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개혁, 사회적 평등,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들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세계를 또 다시 폭력과 죽음과 절망으로 얼룩지게 할 이번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모든 테러와 전쟁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 이웃에게 한 번 더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인류의 염원을 짓밟는 테러 행위는 그 동기가 어디에 있건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서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우리는 테러범에 대한 조치가 단호하고 엄정하게, 그러나 국제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은 증거에 기초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군사 보복을 시작해버렸으며, 전쟁 협력이 아니면 테러 협력이라는 식의 양자택일을 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인류의 목소리가 새로운 전쟁에 대한 옹호가 아닌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임을 직시해야 한다. 군사 보복은 또 다른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재연할 것이며, 빈 라덴이 최근 인터뷰에서 “이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미국인 역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것처럼 또 다른 증오와 테러를 촉발할 뿐이다. 이미 옛 소련의 침공과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삶을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민중은 이번 미국의 침공으로 또 다시 절망의 포연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다. 수많은 나라들을 이번 전쟁에 동원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은 그렇지 않아도 궁핍에 찌든 세3세계 민중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우리는 모든 테러와 전쟁에 강력히 반대한다. 테러를 용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전쟁이나 군사 보복에도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다.

미국이 패권 추구를 포기하는 것이 평화의 지름길이다

  미국 정부는 자신의 패권주의적 정책이 전 세계에서 반미감정을 키워왔으며 결국 테러 집단에게 빌미와 기회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지킨다는 명분만으로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 군사 공격을 가해왔으며,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중동 정책으로 아랍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키워왔다. 미국이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개발도상국과 약소국 민중들을 실업과 빈곤으로 내몰았으며, 불평등을 완화하고 인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 노력들을 무산시켜 왔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와 유엔 반인종차별회의 거부, 그리고 미사일방어(MD) 계획 강행 등으로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인들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패권 추구야말로 세계가 갈등과 대립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국 정부는 자신의 정책을 반성하기보다는 군사 보복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수단이라 강변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전쟁을 계기로 세계적 범위의 군사적 대결구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의 군사적 패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진정으로 미국 시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고 평화에 기여하려면 부당한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테러와 전쟁에 반대하는 호소는 곧 평화를 위협하는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임을 미국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도 전쟁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은 물론 전쟁 지원에도 반대한다. 미국의 군사 보복을 지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전투병력이냐 비전투병력이냐, 혹은 병력이냐 물자와 자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쟁은 죄 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가져오며, 테러를 근절하지도 못하고, 평화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군사 적대를 뿌리내리게 할 뿐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전쟁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평화에 반하는 행동이며 우리 국민을 테러와 전쟁의 악순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한국 정부의 보복전쟁 지원은 한반도 주변국 사정과 관련해서 볼 때도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일본은 지금 이번 전쟁 지원을 빌미로 자위대의 군사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방조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아시아와 한반도 평화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일본의 군사화를 막는 일에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미국의 전쟁 지원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시키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에 한층 더 힘을 쏟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앞당기는 데 진력해야 한다.

전쟁 지원을 빌미로 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단호히 반대한다

  최근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총리의 심사참배 등으로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려 왔으며, 이제 미국의 전쟁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자위대 해외 파병을 추진하는 등 군사대국화 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10월 15일로 예정된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 방문도 반테러 전쟁을 위한 아시아 공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며,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지렛대로 자위대 파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양해를 얻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아시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심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한국 정부는 마땅히 전쟁 지원 방침을 철회하고 일본의 자위대 파병과 군사대국화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우리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대국화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평화를 염원하는 아시아 민중들과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이끌어가자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인류는 새로운 세기를 평화의 시대로 만들겠다는 열망을 키워왔다. 이 순간 테러의 참상과 전쟁의 위협 앞에서 분출되고 있는 세계적인 반전평화운동의 물줄기야말로 새로운 세기를 침략과 학살, 테러와 전쟁으로부터 지켜나갈 희망의 원동력이다.
  평화는 그 누구보다 우리 민족에게 생사존망의 문제이다. 우리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냉전의 희생양이 되어 전쟁과 분단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세계적인 반전평화의 물결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며, 아시아 민중과 굳게 연대하여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행동에 앞장 설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실현하고 냉전의 마지막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인류 전체의 평화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실천의 길이다. 이것이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평화 역량을 키우고, 남과 북의 신뢰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모아 새로운 세기를 전쟁의 위협에서 지켜내고자 하는 세계 반전평화 운동과 연대할 것이다.


2001년 10월 10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전국 765개 사회단체

※ 첨부 : 시국선언 자료집 (참가단체 및 경과, 향후 일정 등)

문의 : 녹색연합 김타균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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