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과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3개 시민. 여성단체는 오는 26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게 북한 핵문제의 중재를 요청하는 연명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북핵 문제가 중유공급 중단과 경수로 건설 재검토, 제네바 합의의 파기 가능성 등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발언을 해줄 것과 북미 중재, 방한 등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친애하는 카터 미합중국 전대통령 귀하
우리는 당신이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계분쟁의 탁월한 조정자이며 헌신적인 인권개척가인 귀하에게 지구촌이 이제야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분히 늦은 감이 있습니다. 정말, 귀하께서는 지구촌의 주요한 분쟁의 해결과 선거감시를 하는 데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세계평화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습니다.
우리는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위협에 처했을 때 귀하께서 이곳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노벨상 수상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남북민중은 귀하가 1994년 평양을 방문해 한반도가 전쟁위기를 벗어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북 민중 모두는 당신의 이 귀중한 헌신과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귀하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개발프로그램 보유 시인” 문제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강경정책이 1994년의 경우처럼 전쟁위기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북한은 지난 2-3 년 동안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 왔으며, 또한 최근 4 개월 동안 경제와 사회 부문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었습니다. 개방과 개혁을 향한 북한의 정책변화는 최근 일본과의 관계개선노력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판단됩니다. 물론 북한이 느끼는 안보위협이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할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에 지적되어야 할 점은 북한이 인정한 핵무기개발프로그램 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고조되고 있는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른 주장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리는 1994년 북미기본합의가 문제해결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시행정부가 선호하는 “제재만 있고 대화는 없는” 정책이 끔찍한 위기를 다시 초래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긴박한 정세 속에서 우리 남북 민중은 귀하께서 다시 한번 1994년도에 했던 바와 같은 중재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귀하에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 등에 나서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연설 등에서 한반도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해 주시고,
-1994년과 같이 북미중재역할을 다시 하기를 바라며,
-가능하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시민사회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탈냉전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전쟁위협을 겪고 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더라면 이러한 전쟁의 공포로부터 우리는 벗어났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귀하의 노력과 헌신,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결의가 결합되면 한반도의 평화가 반드시 실현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얻어질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의 번영을 통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진심어린 고마움과 깊은 존경을 보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