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을 살리기 위한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 31일째

2003.11.03 | 미분류

청와대는 지율스님을 두 번이나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천성산고속철도 관통 반대를 위한 지율스님의 단식농성이 11월 3일, 오늘로 31일째다. 지율스님은 지난 봄에도 38일간의 단식농성을 통해 노무현대통령의 천성산고속철도 사업중단 및 노선재검토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아울러 천성산 고속철도의 문제점과 기존노선의 백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노무현대통령의 고속철중단과 재검토는 토론을 통한 문제의 해결 아닌 공작적인 사업강행으로 귀결되었다. 이로 인해 천성산살리기의 상징이자 내원사의 산림관리스님인 지율스님은 또 다시 죽음을 무릅쓴 인고의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지율스님은 신라 1500년 역사가 깃든 선방사찰인 양산의 천성산 내원사의 비구니 수행자 였다. 그런데 이 가녀린 비구니스님이 겨울의 문턱인 11월을 넘기며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인 부산시청 앞에서 30일 넘게 단식농성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거짓말과 기만 때문이다.

정부는 총리실을 내세워 천성산고속철도에 대한 일방적인 강행을 추진 중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대선 당시 두 차례나 백지화공약을 했고 아울러 대선 이후에도 합리적인 재검토위원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을 지키기 않았으며 오히려 권위주의시대의 공작정치를 능가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술수를 통해 약속을 뒤집고 천성산의 당사자인 내원사를 배제한 채 공사 재개를 강행 중이다.

당초 문재인 수석은 지율스님이 1차 단식 중인 3월 8일 부산시청 앞의 농성장을 찾아와 “청와대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검토위원회를 보장할테니 환경성을 비롯한 반대측의 주장을 그 자리에서 건교부와 머리를 맞대고 풀어보라”라며 공정한 중재 약속하며 1차 단식농성을 풀 것을 요청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 차원에서 재차 지율스님을 설득해 단식을 풀었다. 하지만 문재인 민정수석은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의도적으로 천성산의 당사자인 내원사와 지율스님을 배제하였다. 아울러 자신과 정치적으로 한배나 다름없는 부산지역의 일부 친여적인 시민단체를 동원하여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후 이 위원회는 3달이라는 짧은 검토 기간에 현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너차례의 회의를 한 끝에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공사재개를 비롯한 사업강행 방침을 발표하고 합리적인 노선검토는 뒤로 하였다. 참여정부의 주요한 국정현안 중의 하나인 천성산고속철도의 실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지율스님은 순교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성산대책위를 비롯하여 천성산을 사랑하는 여러 단체들과 인사들은 지율스님의 단식결행을 우려하고 걱정하며 단식을 시작할 때부터 이 방법 만은 피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또한 단식이 30일로 접어들게 되는 11월 1일 부산시청에서 긴급히 개최된 천성산전국비상대책위의 긴급 전국회의에서도 지율스님께 간절히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종교인인 지율스님은 “내 한몸 내던져서라도 천성산과 뭇생명을 지키겠다”며 단식을 풀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아울러 “더 이상 청와대와 문재인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라며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계획이 백지화 될 때까지 목숨을 내건 단식농성을 계속할 입장이다.  

청와대는 자신들의 약속을 거짓말로 돌리며 개발독재의 일방적인 사업강행을 떠올리는 천성산고속철도의 독선적인 추진을 중지해야 한다. 스스로의 입과 글로 한 공약이다. 개혁을 말하기 이전에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나서서 천성산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율스님은 봄의 38일 단식을 넘어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 30일을 넘는 죽음을 무릅쓴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한 종교인의 순교를 통해서 만이 그릇된 국책사업의 잘못된 방향을 바꾸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적어도 죽음의 문턱 만은 청와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그것 만이 지율스님과 내원사를 기만하고 천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신한 잘못된 행위에 대한 최소한 사과이자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고속철도의 해법이다.

※ 지율스님 단식 31일째 사진 및 천성산 멸종위기종 및 보호동식물 사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문의 : 서재철 국장(019-478-3607)
         윤상훈 간사(011-9536-5691)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련 일지

▶ 2002. 10. 24 : 노무현대통령, 문재인민정수석, 조성래변호사 등 민주당 10여명, 부산불교회관에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백지화 약속

▶ 2002. 12 : 노무현 대통령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정책 10대공약 발표, 첫 번째 사항으로 북한산관통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와 부산고속철도 노선 천성산․금정산 관통사업 백지화 약속

▶ 2003. 2. 5 ~ 3. 14 : 지율스님, 금정산․천성산 관통백지화 공약실현을 위한 단식․철야농성(부산시청앞, 38일간)

▶ 2003. 3. 7 :노대통령, 일체의 공사중단 후, 노선재검토 지시

▶ 2003. 3. 8 :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건교부 차관, 지율스님 농성장 방문, 노선 원점재검토 제안

▶ 2003. 5. 12 : 지율스님과 천성산환경대책위를 배제한 채, 부산시민종교대책위와 일방적인 ‘대안노선및기존노선재검토위원회’ 구성관련합의

▶ 2003. 7. 28 : ‘대안노선및기존노선재검토위원회’의 검토보고서 제출 – 노선합의 실패

▶ 2003. 8. 17 ~ 9. 25 : 지율스님, 생명에게 사랑과 희망을 위한 하루 3000배 기도(부산시청앞, 40일간)

▶ 2003. 9. 19 : 고건총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금정산․천성산 노선 일방적 강행 결정

▶ 2003. 9. 26 ~ 10. 3 :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부산역~천성산 화엄벌, 8일간)

▶ 2003. 10. 4 ~ : 지율스님 무기한 단식 돌입(부산시청앞)

▶ 2003. 10. 15 : 도롱뇽을 원고로 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서 제출 – 부산지방법원

▶ 2003. 11. 3 : 지율스님 단식 3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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