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새만금 갯벌을 바라보며

2007.08.08 | 미분류

8월 7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 8일째

그린맵 대장정 활동도 벌써 8일째다. 그 동안 힘들기도 하고 보람도 있던 일정 중 오늘 새만금에서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제 새만금 갯벌을 걸으면서도 생각했지만 바닷물이 들어오던 갯벌을 막아 그곳에 건물을 짓고, 농사 짓는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오늘은 새만금 갯벌 정화활동을 하는 날.

숙소인 갯벌 배움터 ‘그레’에서부터 걸어 도착한 곳에는 적응성 품종을 선발하기 위해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고구마를 재배 중이었다. 계화도 간척지내에 고구마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적응하는 품종 개발을 위한 것이다. 과연 이곳에서 고구마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계화도 살금 갯벌은 칠게가 많았던 지역이지만 방조제 완성 이후 점점 육상화 되어가고 있다. 염생 식물이 확장되고 제염이 진행되면서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농촌공사는 이곳을 시범지구로 지정해 고구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땅의 염분 때문에 고구마가 죽게 되지만 이렇게 2,3년을 반복하다보면 간척지에서도 농사가 잘 된다고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새만금 기사로 떠들썩할 때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다. 내가 만약 그린맵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2,3년 뒤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고 정부를 지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새만금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다.

새만금 사업 때문에 주민들은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맨 처음 간척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는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1억 원씩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상금은 5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결국 개인당 약 23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주민들을 속인 것도 모자라 다같이 뭉쳐 항의 하지 못하도록 보상 문제를 가지고 주민들을 이간질 시켰다는 데서는 어이가 없고 안타까웠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졌다.

정화 활동을 위해 갯벌에 들어서 주위를 빙 둘러 보니 광활한 새만금 갯벌에 염생 식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어찌나 넓은지 저 멀리 수평선까지 식물들이 퍼져 있었다. 저게 다 갯벌이었다니… 믿기 힘들 정도다. 10년이 넘게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었는데 방조제 공사가 끝나기 전에 이곳에 와보지 못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해양 초소였던 곳에 철조망에 나무덩쿨만 남아 있고 갈 곳 없는 새들만이 군데군데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또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했다. 그들이 외롭게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제 1호 방조제에 도착해 바위 사이사이 쓰레기를 청소했다. 쓰레기들은 주로 스티로폼과 그물조각 같은 것이 많았는데 그걸 보면서 예전 갯벌이었을 때 여기서 일했던 어부들과 주민들의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게 보였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눅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싫은 내색 않고 분리수거를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30포대 정도의 자루를 트랙터에 싣고 신나는 갯벌 열차를 타고 살금 갯벌을 한 바퀴 돌았다. 끝없이 펼쳐진 간척지를 보며 이곳이 다 바다였으면 지금쯤 배를 타고 가고 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모든 오전 일정을 다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를 치웠다는 개운한 마음보다는 씁쓸함이 더 크게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 글 : 이정언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인터뷰

평소에도 환경이 관심이 많았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또래의 학생들과 10박 11일이라는 기간동안 함께 환경문제의 현장도 가보고 아름다운 자연도 느끼고 싶어 그린맵 대장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벌써 그린맵 8일째 참가자들이 무얼 배우고 얼마나 변화되었는지 궁금했다. 함께 땀흘리고 고생했던 친구들의 예쁜 마음과 멋진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즐거운 인터뷰였다.

Q. 새만금 갯벌 정화작업을 임하는 마음은?

A. 저희가 해수욕장, 낙동강 하구 도요도 등의 정화작업도 했습니다. 그곳에는 해수욕하는 사람, 낚시꾼 등이 버린 쓰레기가 많았는데 새만금 같은 경우 어떤 쓰레기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정화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 어민들의 애한, 슬픔 등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바다에 다가가서 제 마음도 정화시키고 오겠습니다. (성주엽)

A. 아쉽죠. 저 넓은 갯벌이 밭이 되어 가는 것이 가슴 아프죠. 사람의 입장에서는 밭이 되어가는 것이지만 저기 갯벌 속에 살아 숨쉬던 생물들에게는 죽어가는 공동묘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슬프게 느껴지네요. 아름답던 땅이 사라진다는 것!
어떻게 살릴 수는 없나요? 미력이나마 정화작업이 끝마쳤을때 아쉬움이 없게 최선을 다하고 올께요. (홍윤기)

Q. 새만금 갯벌 정화작업장소에 첫 느낌은?

A. 뉴스, 신문 등을 통해서 접했던 새만금 갯벌은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갯벌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까 어떤 생명도 살 수 없는 사막처럼 변해 있어서 놀랍고 무서웠습니다. 저기 갯벌을 날고 있는 새들도 언젠가 못보게 될까 두렵기도 하구요.  
생명의 보고여야 할 우리의 갯벌의 조개, 칠게 등의 생명체가 하얀 껍데기만 남기고 죽어 있는 것이 다시 살아 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이창훈)

  
A. 저는 과거에 온 적이 있었어요. 새만금이 막 이슈화 되기 시작한 한 5년전인가. 부모님과 함께 맨발로 푹신 푹신한 갯벌을 거닐고 칠게등을 잡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당시에는 갯벌 칠게가 까맣게 갯벌을 덮고 있었는데 지금은 황량한 사막에 온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듬성 듬성 풀만 보이네요. 지금은 맨발로 걷기에는 너무 딱딱한 생명없는 땅이 되었구요. 과연 여기가 내가 과거에 왔었던 그곳이 맞는 건가 마음이 씁쓸해요. (1조 정영희)

A. 가슴이 아픕니다. 갯벌이 죽어 가는 것 같아요. 염생식물이 자라는 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생명에 신비에 놀라구요. 저멀리 아직도 갯벌에 나가서 그레질을 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죽어가는 지금의 이 순간에도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베푸는  바다에 숙연해 집니다. 저기 보이는 쓰레기라도 열심히 치워서 조금이나 도움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서윤미)

Q. 그린맵 대장정이 끝나고 본인의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A. 새만금 갯벌에 와보니까 제가 얼마나 환경에 대해서 무지했는지 느꼈습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만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구요. 표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이면적인 문제도 볼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환경 문제등이 이슈화될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지속적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집에 돌아가더라도 절대 쓰레기는 아무데나 버리지 않을 것 같아요. 절대로 못그러죠.
(김민진)

A. 일단 여기에 온 만큼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볼 것 같아요. 친환경제품도 쓰고 재활용도 잘하고 일단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이슈화 되는 사건만 관심을 갖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것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지금의 새만금처럼요. 곧 다가올 대선에서도 환경에 대한 바른 생각이 있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질꺼구요.  (정희경)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처음 새만금에 도착했을 때 숨쉬는 자연을 꿈꿨는데 죽어가는 갯벌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남다른 각오로 시작한 그린맵 대장정인데 정말 새만금 갯벌을 보고 나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기 현장에 제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네요. 관심만 갖고 있던 환경문제를 직접 경험함으로 그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나 뿐만 아니라 국민전체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윤미)

● 글 : 최준혁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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