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지역에 수조원 경제효과” 실상, 막대한 부대비용으로 지자체에 적자만 안겨줘

2005.09.21 | 미분류

정부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지역에 지원하기로 한 양성자가속기 사업이 수조원대의 지역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홍보와는 달리, 오히려 해당 지자체에 적자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녹색연합(상임대표 박영신)과 국회 산업자원위 오영식의원(열린우리당)은 정부 운영계획과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연간 200억원의 운영적자를 유발하며, 지역산업 파급효과 또한 전무하다고 공동 발표하였다. 또한 양성자가속기사업을 유치하는 지자체는 시설부대비용과 토지매입비용 등으로 약 1,300억원을 자체 예산으로 제공해야하므로 그만큼 지자체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가속기사업 모두 적자운영

오영식의원이 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연간 1,320명의 연구진 방문(2011년 기준, 1일 평균이용자 약 3.6명)과 미미한 운영수입에 비해 운영비 소요는 약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드러났다.

양성자가속기 유사시설인 포항 방사광가속기 또한 연간 이용자 1,466명(1일 평균이용자 약 4명), 운영수입 3천8백만원인 반면 가속기 운영비용으로 연간 247억원(2004년말 기준)이 지출되었다.

한편 국내 양성자가속기사업 규모와 유사한 영국 아이시스(ISIS) 양성자가속기도 운영수입이 56억원인 반면 운영으로 인한 연간 소요비용은 420억원으로 막대한 적자를 외부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이 입수한 영국 학술회의 중앙연구소(CLRC)의 연례보고서(2004년도)에 의하면, 아이시스(ISIS)의 연간 시설이용 연구원도 약 1,600명으로 나타나, 해당지역 경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산업 파급효과 전무

더욱이 ‘양성자가속기 유치지역에 유관 산업체들이 입주하여 지역경제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정부 홍보와는 달리, 실제로 해당 지역에 입주할 산업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건설될 양성자가속기 이용을 신청한 일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입주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대전에 위치한 모 업체 관계자는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은 연간 1∼2회에 지나지 않으며 실험기간도 하루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양성자가속기 인근지역에 기업이 입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고 밝혔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경우도 유관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실험 기간에만 연구원을 파견할 뿐, 방사광가속기 이용을 목적으로 한 주변지역 입주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또한 녹색연합은 영국 아이시스(ISIS)의 경우도 가속기를 이용하는 대학이나 산업체들이 연구원을 일정 기간 파견할 뿐 주변지역에 입주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산업 유발효과 또한 전무하다고 밝혔다.

양성자가속기 유치 지자체, 막대한 부대비용만 떠안는 꼴

양성자가속기를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상으로 제공해야할 부지와 부대시설 비용에 대해, 군산시는 약 1,300억원, 경주시는 약 1,1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지역경제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과학기술사업의 부대비용만을 지자체가 떠안게 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군산대학교 김현철 교수는 “연간 방문 연구원이 2000명도 안되는 양성자가속기의 지역경제효과는 금강하구의 철새들이 유발하는 관광수입만도 못하다”며, “과학기술 육성사업을 무리하게 방폐장과 연계하다보니, 경제효과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사기극이 성행하고 있다.”고 혹평하였다.

<양성자가속기 유치 시, 기초지자체가 제공해야하는 항목>

  ∙ 10만평 이상의 부지를 잉여 또는 무상 제공
  ∙ 부지정지공사 및 진입로
  ∙ 부대시설 : 전력 및 용수공급설비 등의 인프라
  ∙ 연구시설 : 연구동, 관리동, 숙소동 등 지원시설 무상지원

“양성자가속기 지역경제효과 1조4천억원”주장, 근거 없어

이같이 양성자가속기의 지역경제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성자기반공학 기술개발사업단(이하 양성자기술사업단)에서 제공하는 홍보물에는 버젓이 ‘지역경제효과 1조4천억원’이라고 명기되어 있으며, 이를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 방폐장 유치 지역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실정이다.

양성자기술사업단은 10년 동안 연구, 제작비로 소요될 약 1,286억원(정부투자 1,153억원, 민간투자 132억원)을 투자하여, 수입대체 및 수출효과만 산정해서 10배 이상의 이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상식적이지 못한 계산에 근거하고 있으며, 실제로 양성자기술사업단의 의뢰를 받아 이 시설의 경제유발효과를 조사한 한 연구책임자는 “1조4천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국가 차원의 효과로서 양성자가속기 유치지역의 산업경제효과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녹색연합은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한 응용분야 역시 10개의 과제 중 산업체의 연구과제는 1과제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기금을 출연한 과기부 연구 과제라고 밝힌 뒤, 실질적 산업연계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했다.

오영식의원은 “양성자가속기사업이 국가 과학기술 육성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지만, 방폐장 유치지원사업과 연계되면서 사업 자체가 3년째 표류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방폐장 추진사업을 분리해, 연구목적의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문의 :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 이버들 간사(02-747-8500)

2005 년 09 월 21 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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