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상생을 위한 2005 새만금 대화마당 대국민 호소문

2005.11.23 | 미분류

오늘 우리는 착잡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차가워지는 날씨만큼 우리의 마음도 매우 차갑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가느다란 실낱처럼 근근이 연명해 오던 새만금의 뭇 생명이 마침내 그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내년 3월이면 인간의 탐욕만큼 길고 강한 33㎞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혀 생명줄이 끊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수년간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거친 항의도 있었고 때로는 지극한 호소도 있었습니다. 살려달라는 수억의 작지만 아름다운 생명들의 외침을 함께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그 생명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실천해 왔습니다.

부안에서 서울까지, 65일 동안 305㎞ 구간의 성직자들의 3보1배는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생명파괴에 대한 참회이자 반성이었습니다. 개발주의와 성장 만능주의, 물신주의가 온통 현대인들 삶의 중심적인 가치인양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기에 이를 걷어내는 깊은 성찰과 자아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새만금의 생명 파괴는 누구의 책임이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새만금 뭇 생명들의 숨결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부끄럽고 잘못된 개발과 성장의 역사에서 자연을 존중하고 상생하는 새로운 역사로 전환하기 위한 첫출발을 새만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우리의 호소와 기도가 올 초 법원의 승소판결이라는 작은 희망으로 싹트는 듯 하였습니다. 우리는 환호하였고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새만금을 잊어 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2.7㎞ 구간의 숨통을 메우기 위한 거대한 바위 덩어리는 쉴 새 없이 바다로 퍼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몇 개월이 지나면 찬연하고 광대한 새만금 갯벌은 황량한 죽음의 땅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새만금의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성합니다.
수 개월간 우리의 헛된 망상과 일상의 안이함으로 인해 새만금의 생명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수 없는 노력도 지역발전의 환상에 젖어 있는 전라북도 도민들을 감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불신과 반대, 대립만이 증폭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새만금의 생명을 위해서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작은 불씨라도 우리는 소중히 안고 가야 합니다.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합니다. 우리의 호소와 기도가 희망으로 답할 때까지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화해해야 합니다.
새만금 갯벌 매립을 찬성하는 모든 사람들과도 대화해야 합니다. 소외와 차별에 대한 지역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 상생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자연과 생태계는 근접한 인간들과 함께 호흡해야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과 전라북도 주민 그리고 새만금 갯벌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고 상생하는 노력이 절실할 때입니다.

4천만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새만금의 생명을 위해 희망을 노래해야 합니다. 다시금, 감동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야 합니다. 차가운 겨울이 훈훈한 생명의 정으로 넘칠 때 새만금은 그 찬란한 봄을 맞이하여 소생할 수 있습니다. 온 나라에서 생명을 향한 함성이 드높아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그 노력이 정부를 감화시키고, 정치권을 감화시키고, 전라북도를 감화시켜 끝내는 새만금에서 함께 상생하는 아름다운 생명잔치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온 정성과 마음을 모아 새만금을 살립시다.

2005. 11. 18
화해와 상생을 위한 2005 새만금 대화마당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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