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태안 기름오염 방제활동에 참가하다

2007.12.16 | 미분류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 해안에 녹색의 기운을 뿜기 위해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원유유출 사고 이후, 지난 일주일 동안 시민들의 방제 손길이 이어져 왔지만, 오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비로소 어제에서야 방제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썰물에 드러난 갯벌 위로, 해안가를 따라서 크고 작은 자갈들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있는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개목항. 바닷물은 햇빛에 반사되어 기름기가 역력히 보였다.

이번 방제작업을 통해 소비되는 방제복과 각종 폐기물이 걱정되는 우리는 어제 다른 단체가 한번 사용한 방제복을 한번 더 입기로 결정하였다. 쌓여있는 폐 방제복 더미에서 그나마 깨끗한 것을 찾아 입고, 고무장화와 장갑, 방진마스크까지 착용하고서 완벽한 방제작업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태안으로 이동하여 방제복까지 갖춰 입고 나니 10시가 되었다. 밀물시간을 고려하면 오후 3시30분까지 작업을 못한다고 하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이 많은 기름을 언제 다 닦나?!

우리가 가지고 간 면 소재 옷가지들과 방제대책본부에서 나누어준 흡착포를 사용하여 돌멩이를 하나하나 닦았다.

검은 기름이 두껍게 묻어 광택이 나는 돌을 아무리 박박 닦아 봤자 검은색이 조금 벗겨진 무광택 돌로 바뀔 뿐, 도무지 일한 티가 나지를 않는다.

어느새 점심시간.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아가며 퍼질러 앉아서 먹어야 하는 고생스러운 식사지만 봉사활동 지원단체에서 주는 국밥 한 숟가락이 전해주는 따뜻함에 꿀맛이 바로 이 맛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 숟가락 더 떠먹다 보니 벌써 빈 그릇이다. 기다려라, 밥심으로 내가 너희를 깨끗하게 해주마!

하루종일 한대 앉아서 돌멩이를 닦느라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기름 냄새에 머리도 아팠다. 하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닦아도 닦아도 지지 않는 기름은 그대로이고 기름이 남아 있는 바다를 두고 우리는 이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방제 작업의 마지막으로 분리수거를 하며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뒷정리까지 열심히 했다. 떠나야 하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이 바다를 지키겠다는 굳은 약속을 해본다.

태안으로는 물이 꽤 거칠게 밀려들고 있었다. 밀려나가고 밀려들어오고, 바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엄청난 환경재앙도 언젠가는 자연의 힘으로 치유되리라 믿는다. 그 정화작용에 오늘 우리가 한 방제작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길 바래본다.

● 글 / 사진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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