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습지 훼손으로 얼룩진 습지의 날

2006.02.02 | 미분류

– 습지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묻는다 –

오늘, 2월 2일은 지난 1971년 채택된 람사협약(물새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지구촌이 함께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97년 3월 이 협약에 가입하였으며, 이 협약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물새를 국제 자원으로 규정하고 가입국에 습지를 보전하는 정책을 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오늘 순천에서 ‘제5회 세계 습지의 날’ 행사를 해수부와 환경부 공동으로 주최하며, 습지 보전에 관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작년 11월 우간다에서 열린 제9차 람사 당사국총회에서 차기 총회를 경상남도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경상남도는 ‘환경올림픽’을 자력으로 유치했다는 축포를 올렸고, 정부 관계자 역시 람사총회는 당사국회의이기 때문에 정부의 경사라며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참여정부와 지자체는 람사총회 유치의 공치사에 앞서 굵직한 사회갈등 중 대표적인 환경갈등이 모두 습지 훼손 논란이라는 점을 우선 상기해야 한다.

한국농촌공사는 용도가 모호한 새만금사업의 물막이 공사를 올해 3월 24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환경부와 해수부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어떠한 문제제기도 않고 있다. 천성산 관통 고속철 사업은 습지에 관한 한 줄기 언급도 없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바탕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나서서 고속철 사업이 습지훼손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습지보호구역을 사실상 해제하면서까지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의 행위허가를 승인했다.

정부는 인제군 대왕산 용늪과 창녕군 우포늪, 그리고 신안군 장도습지 등 3곳의 내륙습지를 람사사이트에 등재하였고, 올해 연안습지로는 처음으로 전남 순천․벌교갯벌을 새롭게 등록했다. 람사습지의 선정은 특이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지녔거나 물새서식지로서 중요성을 지닌 위기의 습지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그리고 람사회의는 습지의 보전과 관리에 관한 가장 큰 규모의 지구촌 잔치이자 교류의 마당이며 습지에 관한 국제적인 약속의 장이다.

정부는 그동안의 습지 개발과 훼손에 대해 겸허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람사유치에 ‘환경올림픽’이라는 들뜬 분위기를 홍보하기 위해 축포를 올리기보다 냉철히 우리나라 습지의 현실을 바라보고 습지의 보호와 관리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습지관련 NGO는 국제사회에 한국 습지의 생생한 현실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한국 정부에게는 더 이상 습지를 훼손하지 말라는 국제적인 압력을 요청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점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2008년 람사총회 유치도 의미가 없다.

세계 습지의 날인 오늘, 새만금 갯벌의 어민들은 생명이 사라지는 갯벌에 파묻힌 배를 끌고 서울로 상경할 계획이다.
‘습지의 날’은 천성산 고층습원의 도롱뇽에게, 낙동강의 고니에게, 새만금의 백합에게, 그리고 습지에 터 잡은 주민들에게 축제의 날이 되어야 한다. 습지는 관광자원의 명목에 앞서, 엄연한 생명의 서식처, 민중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연하게 개발의 이름으로 습지 파괴에 앞장서면서, 습지 보전이라는 허울 좋은 ‘보여주기 식’, ‘전시성 행사’가 아닌, 진정한  습지 보전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06년 2월 2일
녹색연합

※ 문의 : 자연생태국 윤상훈 활동가 02-747-8500 dodar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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