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기억, 체르노빌을 기억하라

2006.04.25 | 미분류

체르노빌 20주기 추모 성명서

오는 4월 26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고로 기억되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러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지나간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각종 암에 시달리는 이들이 여전히 이 땅에 존재하며, 사고 직후 핵발전소 주변에 살던 11만 6천명의 인근 주민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2006년 3월 14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는 체르노빌 핵사고 때 날아온 방사성 낙진으로 영국 내 농장이 아직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상황임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체르노빌은 가슴 아픈 기억이 아닌 여전히 피해가 나타나는 현재 진행형 사실인 것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단 한 번의 실수로 핵발전소가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지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핵발전소가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계속 건설되고 있다. 마치 핵발전소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떠드는 핵산업계는 한국에서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가 100% 안전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맹신은 화를 자초한다.

2006년 3월 8일부터 4월 4일까지 불과 한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사고를 3건이나 겪었다. 지난 4월 4일 월성3호기가 발전소 내 삼중수소 농도가 평상시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이상 징후를 보였음에도 한달 넘게 발전을 멈추지 않다가 사고를 초래한 월성3호기 1차냉각수 누수 사고, 지난 3월 18일 과기부가 불시에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리 영광 월성 원전에서 비상상황시 소집 응소율이 저조한 데다 비상대응 조직의 가동능력 및 비상대응 시설의 유지 관리 등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 사건, 그리고 지난 3월 8일 고리 원전 4호기에서 원자로가 있는 원전의 핵심구역에서 처음으로 불이 난 사고 등이 그것이다. 이 일련의 사고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원자력 안전에 대한 맹신이 불러오는 위기 조짐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정부와 관계기관은 가져야 한다.

영국 의회는 지난 2006년 4월 16일 영국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계획을 거부, 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와 풍력과 조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이용을 촉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고효율화 방안 확대 정책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건설, 풍력·조력·태양광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이용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에너지 절약 실천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체르노빌은 기억되어야 하며, 그 기억이 우리를 올바른 선택으로 이끌 것이다.

2006. 4. 25
체르노빌 20주기 추모행사 기획단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녹색연합, 다함께, 민주노동당,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청년환경센터, 탈핵과대안적전력정책국회의원연구모임, 풀꽃세상을위한모임, 환경운동연합, 희망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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