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차 IWC(국제포경위원회)회의에 참석한 한국정부에게 촉구한다.

2006.05.23 | 미분류

오늘 5월 23일(화)부터 제 58차 IWC(국제포경위원회) 총회가 카리브해의 작은 섬 세인트 키츠와 네비스(St. Kitts and Nevis)에서 전세계 6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6월 20일까지 열린다. 이번 IWC 총회의 주요 쟁점은 일본의 표 매수에 의한 포경찬성이 과반수 확보 여부와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시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개정관리제도(RMS)에 대한 합의 여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울산시에서 열렸던 제57차 IWC 총회에서의 상업포경에 대한 격한 찬반 논쟁은 올해 세인트 키츠와 네비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대표적인 상업포경 찬성국가인 일본의 아프리카 소국 및 태평양 작은 섬나라에 대한 경제지원과 원조를 대가로 한 노골적인 표 매수 활동으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게 될 경우, 상업재개 표결 투표가 ‘공개’투표에서 ‘비공개’투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IWC 총회에는 우리나라 정부대표와 관련 분야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한다. 제 57차 총회에서 오거돈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을 통한 한국정부의 상업포경재개 지지의사를 공식 표명한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 주변 연안의 고래 서식현황에 대한 조사가 미흡한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상업적 포경재개 주장은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인 판단이다. 현재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고래는 절멸의 위험에 처한 생물종 적색 목록에 등재된 고래의 전체 80여종 가운데 68종이나 되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다. 그럼에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의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고래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여전히 고래를 수산자원 인식하고 효율적 관리를 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고래는 더 이상 생선이 아니라 보호해야할 야생동물임을 인식하고,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고래에 대한 부처간의 협의를 통하여 한반도 연안의 고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번 IWC 총회에 참석한 한국정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의 상업포경 지지를 철회하고 일본정부의 표 매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와 함께 포경반대를 선언해야 한다.

과거 고래의 바다라 불려졌던 우리 바다, 그러나 지금 밍크고래와 몇몇 소수 대형 고래들을 제외한 대형고래들이 더 이상 나타나고 있지 않다. 고래의 주요 서식처인 우리 바다는 항만, 산업 단지 등 대규모 개발과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온배수, 공단의 중금속, 기름유출, 무수한 어망 등으로 인해 파괴되었거나 고래가 서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여전히 불법포획과 고래 고기가 유통되고 있고, ‘고래고기 유통실태 조사보고서’(IWC 울산회의 대책반)에 의하면 1년 동안 150톤 가량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혼획 고래의 양과 비교해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한 점을 미뤄보아 불법포획 된 고래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가고 있다. 매년 약 70여마리의 밍크고래(대형고래)가 혼획되어지고 있으며 더욱 많은 소형돌고래들이 어망에 걸려 죽고 있다. ‘바다의 로또’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고래의 주요 서식처에 이러한 그물들이 더욱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지구상 100여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더 이상 우리 바다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가 한국 대형고래와 우리 바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 57차 총회에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계 귀신고래에 대해 한국, 러시아, 미국의 공동조사를 더욱 강화하기로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 정부가 고래에 관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래는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수명이 길고 재생산율이 낮다. 따라서 한번 자원이 감소하면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쉽게 멸종할 수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 등을 보면 고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먹을거리로써의 고래가 아닌, 바다의 로또로써 고래가 아닌, 바다의 깃대종인 고래, 인간과 함께 공생할 고래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며 정부가 ▷ 고래의 서식처인 한반도 연안의 고래실태를 조사하고 종합적인 생태계 보전대책을 마련하고 ▷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등록하고 보호대책을 수립 ▷ 고래의 혼획, 좌초, 불법포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수립 ▷ 제58차 IWC 총회에서 일본정부의 표 매수 행위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하고 상업적 포경에 대하여 반대할 것을 촉구한다.

※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박정운 국장 / 최위환 활동가  ☎ 02) 747-8500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