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날 기념 논평] 연안습지는 우리의 미래다

2007.02.02 | 미분류

Fish for Tomorrow?
람사 사무국은 2007년 2월 2일 ‘습지의 날’ 슬로건으로 “Fish for Tomorrow”를 선정했다. 수산물로 풍성한 오늘날의 식탁이 ‘내일과 미래는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지’를 되묻는 상징적인 질문이다. 전 세계 ‘잡는 어업’의 79%가 어류의 산란과 서식지인 ‘연안습지’에 집중되는 현 수산업의 형태를 ‘전통어법‘과 ’지속가능한 기르는 어업‘으로 극복하자는 제안이다. 40년 전에 비해 수산물에 대한 지구적인 수요는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습지의 날을 맞이해서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바닷가는 물고기가 살만한 조건인가.

습지는 다양하다
람사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에서 규정하는 ‘습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닷가 갯벌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폭넓은 개념이다. 간석지, 염생습지, 암석해안은 물론이고 제주 서귀포 연산호 군락, 대암산과 천성산의 용늪과 무제치늪 같은 고층습지, 울진의 수중 암초지대 ‘왕돌초’, 하천과 강 하구의 기수역, 동해안의 18개 석호지대, 인천 옹진군의 수중모래섬 ‘풀등’, 한때 고흥만을 채웠던 ‘잘피군락’, 심지어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 염전, 논 조차도 ‘물새 서식지로서’ 혹은 ‘어류 산란.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다.

습지파괴의 주범, 간척과 매립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1987년 대비 2005년 현재 20.4%가 상실되었고, 이 중 80% 이상의 간척과 매립계획이 서해안에 집중되면서 ’90년 대비 ‘05년도 해면어업 생산량이 경기․인천연안에서 70%, 전남을 포함한 서해가 47%나 감소했다.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금강, 천수만, 아산만, 남양만, 소래포구 등 주요 연안습지는 간척과 매립으로 파괴되었다. 최근 5년 새 수산물 수입은 70%나 급증했다. 충남 당진의 석문산업단지, 해남 간척지, 군산장항산업단지는 농지와 공단조성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아파트 건설계획과 골프장, 해군기지로 용도 변경했다. 군산장항산업단지의 분양률이 30%를 밑도는 수준에서 군산.김제.부안의 거의 모든 연안은 새만금방조제로 막혔다. 또 다시 금강하구의 장항갯벌 매립이 추진 중이며, 옹진군 해사채취도 재개될 계획이다.

2008년, 창녕 COP10 개최
2005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개최된 ’제9차 람사협약 당사국총회(COP9)‘에서는 만장일치로 2008년 차기 당사국총회 장소로 대한민국 창원시를 결정했다. ’습지올림픽‘인 ’COP10‘ 개최에 관해 환경부와 경남도, 대한민국 환경부와 람사 사무국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습지보호지역 관리방안과 생물다양성 보전방안 등이 포함된 내륙.연안습지 관리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람사총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대두된 교육.홍보.인식증진사업(CEPA)을 적극 추진하고,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통해 ‘인간과 습지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습지가 생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자원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가 내세우는 ‘인간과 내륙.연안습지의 조화로운 공존’은 어류의 산란과 서식지에 대한 고려 없이 약간의 ‘생태’로 포장되고, 전통적인 내륙습지와 어촌.해양의 ‘문화종다양성’이 거세된 경제이익 만을 목표로 추진되는 해양종합리조트인 상황이다.

조기떼는 사라졌다
1월 말, 한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전송되었다. 해양레저 센터, 원숭이.낙타 공원, 골프도 즐기고, 섬과 섬 사이에 케이블카, 볼품없던 섬에 고급빌라가 들어서 등등. 전국 주요 지역의 섬 개발 추진 사업을 펼치겠다는 해수부와 지자체의 야심찬 계획이다. 인천 용유.무의도, 인천 옹진군 굴업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 전남 서남해안 ‘갤럭시 아일랜즈’, 부산 나무섬과 울릉도 등의 섬을 중심으로 ‘관광 허브’를 구상하겠다는 발상이다. ‘COP10’을 앞두고 중앙정부가가 내세우는 내륙.연안습지 관리는 종합리조트, 편의시설, 갯벌센터 건립과 같은 형식 구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연안습지의 어류 생태계를 포기하고, 잡는 어업을 그만두며, 우리의 건강한 수산물 식탁을 포기할 계획인가. 또, 시화호와 새만금 어민들의 오래된 습지문화는 어디로 갔는가. 2007년 습지의 날 기념행사가 벌어지는 오늘, 서해안 연안습지에서 조기떼는 이미 사라졌다.

2007년 2월 2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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