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꺼지지 않는 촛불의 행진 – 첫째날

2008.06.05 | 미분류

정부가 자율규제 방식으로 미국에게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기만책이라고 분노하며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5일 저녁부터 시작된 이번 집회에서 첫 날인 어제 8만명의 시민들은 덕수궁 인근에 모여 고시철회와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초 릴레이 촛불집회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가 현충일 기념 위령제를 이곳에서 지내겠다며 위패 7,700여 기를 잔디밭에 설치하는 바람에 집회 장소가 덕수궁 인근으로 변경되었다. 대학가는 서울대를 비롯해 부산대, 동국대 등이 동맹 휴업에 들어갔고 앞으로도 동맹 휴업 결의 학교가 늘어날 조짐이어서 릴레이 촛불집회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8시 30분 시청 앞 광장에서 명동, 종로를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연이은 시위로 인해 목이 쉰 시민들이 많았지만 이들은 ‘이명박은 물러나라’,  ‘민주시민 함께 해요’를 더욱 소리 높여 외쳤다. 때로는 구호가 뒤섞여 “이명박은 함께 해요”를 외치는 것처럼 들려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은 물러나라’ ‘어청수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부르며 행진도 했다.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한 시민들은 청와대로 행진을 계속하려 하였으나 전경차량으로 인해 진입로가 막히자 거리행진을 멈추고 자신이 서있던 곳에서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았다. 이들은 함께 나온 동료들과 ‘쥐잡기’게임,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노래 부르기, 장기자랑으로 촛불행진으로 인해 쌓인 피로를 풀면서 거리시위를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어 나갔다.

광화문 사거리에 모여 촛불을 밝히던 시민들은 12시를 넘기며 한층 더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거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시민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촛불문화제를 한층 흥겹게 했다. 한쪽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유발언대가 진행되었다. 새벽 동이 트고 5시가 넘어 시민들은 자리를 정돈하고 시청광장으로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72시간의 촛불문화제는 이처럼 즐겁고 역동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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