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자원개발사업’ 졸속 투자 반대한다

2007.12.21 | 미분류

지난 12월 17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 김호식)은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대한광업진흥공사와 “자원개발사업 투자기본계약서”를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내용은 국민연금이 2008년부터 향후 10년간 총 20조원을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이 발굴, 참여하는 석유.가스.광물개발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날 한국석유공사는  ‘유가, 100불 시대 오는가?’라는 5장짜리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고유가는 일시적이며, 석유 고갈까지는 최소 80년 이상 남아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이 보고서는 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었다. 이 보고서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수년간은 100불 이상의 유가수준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계약서 체결 발표시점과 석유공사의 보고서 시점이 묘하게 겹친다. 17일 석유공사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1억∼1억 5000만 배럴 규모의 생산광구 매입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30억 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성사되면 국민연금 투자1호가 될 공산이 높다고 한다. 석유공사는 국민연금을 석유개발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끝나가는 석유시대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국민들에게 위험천만한 투자를 강요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을 불확실성이 큰 해외자원개발에 대규모로 투입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20조원이면 전체 국민연금 224조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탐사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이상. 탐사 광구를 매입하는 투자가 성공할 확률은 세계적으로 5% 미만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위험성도 높다. 광구에 투자한 뒤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변동성이 큰 데다 최악의 경우 투자 손실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원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장기 투자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자원개발공기업, 그리고 기금을 장기적으로 채권 수익률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부문에 투자하려는 국민연금의 이해가 맞아 국민복리를 증진시키는 순기능적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이 안정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해외자원개발의 수익성과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췄는지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2030에너지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석유.가스의 자주 개발률을 2006년 현재 3.2%에서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원개발사업 투자를 검토한 것은 지난 8월 산업자원부가 ‘제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부터이다. 산업자원부는 정부 개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국민연금을 끌어다 쓰는 것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각 공사는 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여야지, 국민들의 땀의 결실인 국민연금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투자를 하게 된다면,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국가는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투자, 산업과 교통분야의 석유의존성 탈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OECD국가의 대부분이 석유의존성을 탈피해나가는 시점에서 뒤늦게 석유채굴권 확보에 나선다는 것은 세계 에너지 동향에서 뒷북을 치는 일이 될 뿐임을 정부는 명확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미래를 담보로 석유를 중심으로 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하며, 이 사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7년 12월 21일

녹  색  연  합

* 담당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이유진 ☎ 02-747-8500 / 010-3229-4907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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