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사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유류오염 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것을 천명하라

2008.01.23 | 미분류

삼성중공업 대국민 사과문에 대한 녹색연합 반박 성명서

형식적 사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유류오염 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것을 천명하라.

세계 해운업계 2위인 ‘글로벌기업’ 삼성중공업은 서산 지청의 유조선과 예인선 충돌사고에 대한 결과발표가 나서야 부랴부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고 발생 48일이 지난 동안, 삼성중공업은 사고 책임에 대한 어떠한 사과 발언도 없었으며, 이번 사고의 1차 책임은 유조선사에 있고 삼성중공업은 구상 청구에 답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고 피해는 서해안 전역, 제주도까지 확산되었고, 3명의 태안 주민들이 목숨을 끊었다. 녹색연합은 사태의 엄중함을 무시한 삼성의 형식적인 대국민 사과에 피해주민들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삼성중공업의 노력을 다시 한번 엄중히 요청한다.

1.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서해 북서방 해상에서 저희 해상 크레인이 항해 도중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하여 원유가 유출되면서 서해 연안이 크게 오염되었습니다.” (삼성사과문 중)

이번 사고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이 항해 도중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한데서 첫 번째 원인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크레인 ‘삼성1호’를 12월 9일까지 거제에 입항시킬 계획에 따라, 무리한 운항을 강행했다. 또한 사고 발생 당일 관제 센터의 위급 호출에도 응하지 않고, 비상 정박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항해 일지까지 조작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2. “국민여러분께 큰 충격과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 일로 지역 주민들께서 당하신 고통과 피해, 그리고 생태계 파괴라는 재앙 앞에서는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삼성사과문 중)

이번 사고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삼성중공업의 안일한 사태판단과 무리한 운항에 따른 ‘중과실’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사고 여파로 발생한 피해는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IOPC 펀드의 배상한도인 3000억 원으로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타르 덩어리 제거비용과 양식장 복원 금액도 안 된다. 3000억 원 이상의 피해 배상은 당연히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배상해야 한다. 지금 삼성중공업이 해야 할 것은 막연한 사과와 위로가 아니라 완전복구와 무한 책임이다.

3. “사고 직후 저희들은 현장 방제 활동에 전력을 다해 왔습니다.” (삼성사과문 중)

삼성중공업에 묻고 싶다. 태안군 신두리, 학암포의 민박집 몇 곳을 예약해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진행한 방제활동을 두고 삼성중공업은 현장 방제 활동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하는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전 국민들이 태안을 중심으로 사고 지역에 집중되었고, 폐 플랜카드, 헌옷 등을 모았다. 자원봉사자들만 100만명이 넘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국민적 노력을 알고 있는가. 삼성중공업이 진정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과한다면, 사고 직후 삼성법무팀을 현장에 파견에 사고 선장과 선원을 만나 사고경위에 대한 ‘입맞추기’를 그만뒀어야 했고,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다. 삼성중공업이 해야 할 일은 형식적인 방제활동과 책임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아니라, 사고에 대한 중과실을 인정하고 사고 지역에 책임있는 임원들을 파견해 사고 수습을 위한 논의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4. “이제 긴급 방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주민 여러분의 생활터전이 조속히 회복되고 서해 연안의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성사과문 중)

삼성중공업은 진심으로 피해 복구와 생태계 회복을 원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수사 결과에 안도하지 말고 피해 복구에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삼성중공업이 해야 하는 최선은 중과실을 인정하고 무한 책임지는 것이다. ‘쌍방 과실’이라는 수사 결과가 삼성중공업이 중과실 책임, 무한책임을 피해가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지금도 서해안 지역 주민들은 무책임한 삼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향후 진행될 민사소송에서 삼성중공업이 책임 회피를 위해 변론만을 계속한다면 국민들과 지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서해 기름 유출 사건에 가슴 아파하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쇼는 그만두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피해 지역의 ‘생활터전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정부와 협의해 피해 배상에 대한 선보상을 신속히 추진하며, 피해 복원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며칠 전 프랑스 법원은 에리카호 사고 판결을 내렸다. 사고 발생 9년이 지났지만 사고 기업에 환경복원 비용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은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계속해서 주민피해와 생태계피해 배상과 복원 책임을 회피한다면 녹색연합과 시민단체는 국민들과 함께 ‘범국민 삼성중공업 고발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무한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국민 요구사항

    ● 삼성중공업은 항해일지 조작과 사고 은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
    ● 삼성중공업은 ‘오염자부담원칙’에 입각해 무한책임을 질 것을 천명하라.
    ● 삼성중공업은 사고 중과실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피해 배상과 복원 계획을 수립하라.
    ● 삼성중공업은 피해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선보상’ 입장을 발표하라.

2008년 1월 22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 ☎ 02-747-8500 / 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