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한겨례신문] (사설)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 풀려면 (2003/02/05)

2003.04.23 | 미분류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동해안의 울진, 영덕, 서해안의 고창, 영광 등 네곳을 선정 발표했다. 1년간의 정밀탐사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동·서해안 각 한 곳을 최종 부지로 결정하리라고 한다.

1978년 첫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이후 정부는 84년부터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 안면도 사태, 95년 굴업도 사태에서 보듯, 핵폐기장 건설은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원점을 맴돌았다.

이번 계획도 타협의 여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울진의 경우, 정부가 94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까지 한 터에 무슨 말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광과 고창에는 일부 주민들로 핵폐기장 유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나, 많은 주민과 시민·환경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는 임시보관소에 핵폐기물이 포화상태라거나, 폐기물처리장이 위험하지 않다고 강변하는 것만으로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본다. 계획중인 폐기물 처리장에는 중·저준위 폐기물 뿐 아니라,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까지 보관하게 돼 있어 그 위험을 만만하게 볼 일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이르며 앞으로 더욱 높아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원전은 여러가지 위험과 비용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럽연합국가와 미국도 기존 원전을 폐쇄하거나 적어도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 진지한 노력이 전제될 때, 기왕에 생긴 핵페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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