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한수원 ‘보고서 은폐 의혹’ 왜 보도 안하나(미디어오늘 09/25)

2003.09.26 | 미분류

   한수원 ‘보고서 은폐 의혹’ 왜 보도 안하나 (09/25)
[오늘의 핫이슈] 경향, 국민, 한겨레만 보도…”이미 제기된 것-자료핵심 이해 못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핵폐기장 건설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용역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한겨레와 경향신문, 그리고 국민일보(배달판에서 추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조간들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

   녹색연합(대표 박영신)과 김성조 의원(한나라당·산업자원위)은 24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한수원이 지난해 9월 KAIST(서울대, 경희대 공동참여)에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별 저장과 별도부지 저장방식간 경제성 및 안전성 평가연구’를 의뢰했다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지난해 KAIST 등에 사용후핵연료의 저장방식에 관한 연구용역을 줬다가 연구결과가 ‘별도 저장시설을 짓지 않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으로 도출되자 이를 조작, 은폐했다는 게 김 의원과 녹색연합의 주장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같은 해 12월 제출된 연구결과가 현재 한수원이 추진중인 별도 부지의 저장정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오자 올해 초 이를 임의대로 편집한 뒤 이를 근거로 원안을 뒤집어 도출할 것을 KAIST 등에 종용했으나, 용역참여 연구진이 한수원의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한수원은 이 연구용역을 의뢰했던 사실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덮어두려 했다.

   한겨레는 이같은 내용을 <‘핵폐기장 건설 경제성 부족’ 보고서 – “한수원이 은폐·조작 시도”〉라는 제목의 사회면 머릿기사로 올렸고, 경향도 <핵폐기물 저장비 연구 한수원, 결과조작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사회면 사이드 기사로 처리했다. 그리고 국민일보는 가판에 없던 기사를 배달판 사회면에서 <핵폐기물 저장비 연구 한수원, 결과조작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다른 신문들은 이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신문 기자들은 왜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을까.

   이 내용은 한겨레와 경향만이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관련자료는 녹색연합측에서 24일 오전 조선일보를 제외한 전 언론사 과학기술부와 환경부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의 이버들 간사는 “아침 10시 30분 경에 과기부와 환경부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직접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자료는 연합뉴스를 통해 이날 오후 보도됐다.

   이를 기사화하지 않은 한 신문사 기자는 “이번 자료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김영춘 의원이 제기해 연합에서 보도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산자위 출입 기자도 아니어서 경제부가 보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다른 부서에서도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를 쓴 기자들은 좀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겨레 기자는 “기사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었겠느냐”며 “예전부터 타 언론사 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기사화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기자는 “나는 환경부 출입이어서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타 신문사 기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이버들 간사는 “이번 자료는 21일 김영춘 의원이 의혹만 제기했던 수준을 넘어 상세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간사는 “방송사 쪽에서는 정책위원에게 출연 요청을 하는 등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며 “보도하지 않은 신문사들의 태도를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함께 준비한 김성조 의원실의 이종원 비서관도 “이번 자료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국민 혈세의 낭비를 부각시킨 것이다. 기자들의 자료 핵심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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