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폐기물 유치지역에관한 특별법에 관한 녹색연합 입장

2005.02.21 | 미분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에 대한 환경·시민단체의 입장

                                                                                                        녹색연합 이버들

■ 법률안 내용 요지

– 유치지역지원위원회 설치 :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 부처장관(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등)과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지자체장(도,시,군,구청장 모두 포함), 핵폐기물 관리/처분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등이 위원회의 당연직/위촉위원으로 참여한다.

– 유치지역특별지원금 조성 :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유치지역특별지원금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금의 규모·지원시기·이용방법 등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자원부 장관이 정하며, 유치지역지원사업특별회계를 설치한다. 국가 또는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국·공유재산을 무상 또는 할인하여 대부하거나 사용허가를 할 수 있고, 수의계약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

– 사업 소요비용 징수 : 원전사후처리충당금 이외에 사업 소요비용을 대통령령에 따라 징수할 수 있으며,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관리사업자에게 귀속된다.

■ 원자력위원회 결정 사항

– 지난 2004년 12월 17일, 원자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53차 회의를 열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분리해서 따로 건설하겠다고 결정했다. 중·저준위폐기장을 우선 추진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에 붙여 추진한다고 밝혔다.

– 원자력법 제 3조에 의거해 설립된 원자력위원회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연직위원 4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원자력이용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그러나 원자력위원 임기 3년으로 제한적인 반면, 원자력위원회 회의는 몇 년에 한 번 열릴 정도로(252차 회의는 지난 2003년 2월 4일에 열렸다.) 책임성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결구조로, 해당 부처와 사업자의 결정을 승인해주는 형식적 위원회로 많은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 특별법(안)의 문제점

1. 법 체계상의 문제점

– 아직 핵폐기물 관리/처분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만을 제정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가 기정 사실화하여 추진하고 있는 중·저준위폐기장 우선 추진정책은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종합적인 방폐물 관리법과 기금, 장기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핵폐기물 처분 부지만을 선정하고 그를 위한 지원만을 규정함으로써 또다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사업법과 원자력법에서 부분적으로 방폐물을 관리하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일회성 지원법률만이 남발될 경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저하될 것이며, 지역주민과 사회저항도 심화될 것이다.

– 또한 원자력위원회 결정사항인 ‘중·저준위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분리추진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는 특별법만으로는 동일부지에 처분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줄 수 없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원자력위원회는 이미 스스로의 결정사항을 수 차례 바꾸어왔으며, 일례로 경북 울진에 ‘추가 핵시설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장관령으로 3차례나 발송해서 약속했으나, 지난 2004년 2월 원자력위원회의 결정으로 울진이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된 바 있다.

2. 재원 조성의 문제점

– 특별법 제 7조에는 유치지역 특별지원금의 재원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이므로, 전력산업 전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특정 발전원(원자력)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편양된 조치이며,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원자력발전을 독점하는 현 상황에서 핵폐기장 추진사업을 위해 공공기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특혜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염발생자 처리원칙에 의거해, 폐기물처분에 관한 부담은 오염을 유발시킨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를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한 부담금(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금조성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부담금을 목적 외로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유치지역에 관한 특별지원이 필요하다면,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주)의 자체재원이나 폐기물처리를 위해 조성하는 원전사후처리충당금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되는 것이다.

3. 관리체계의 문제점

– 유치지역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관련 5개 부처 장관과 유치지역 지자체장, 원전사업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지자체장과 원전사업자 대신 민간위원이 배석하는 원자력위원회와 인적 구성이 동일하므로 2개 위원회의 위상이 상충될 수 있다.

– 또한 유치지역위원회에 해당 지자체장을 포함시킴으로써, 지역 내 찬·반 여론이 자유롭게 논의되는 장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부안 사태(2003∼4년)에는 유치하려는 지자체장과 반대하는 주민간의 갈등양상이 심각하게 드러난 바 있으며, 찬성하는 주민을 지자체장이 적극 지원함에 따라 지역 내의 민-민 갈등이 더 심화되었다. 이러한 지역 내분은 핵폐기물 추진 정책과 같은 국가적 사안을, 보상을 미끼로 한 지역의 선택문제로 국한시켜 님비(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이다.

■ 방폐물 처분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

1.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법 남발의 자제와 종합적 방폐물 제도정비의 필요

– 선진국들은 성급한 방폐물 처분장 부지조성(고준위 및 중저준위)을 자제하면서 많은 시간을 두고 연구개발과 사회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연구개발의 선행과 사회적 합의구조가 부재할 경우, 사회적 불신과 지역주민의 저항으로 부지조성은 더욱 요원해진다.

– 현행 원자력행정 체제에서는 원자력산업계의 이해관계와 담당부처의 특정 정책목표로 인해 방사성폐기물 정책과 예산이 왜곡된 상황이다. 그러므로 정부 외에도 국회 등의 감시 하에 독립적인 방폐물관리 제도, 예산, 전담기구의 확립이 시급하다.

방폐장 지역에 대한 지원법을 별도로 추진하기보다는 종합적인 방폐물관리법 마련 후 지원조항을 첨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례로 미국의 방사성폐기물법(Nuclear Waste Policy Act)에는 방폐물을 유치하는 지역에 대해 방폐물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2.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분 비용 확보

– 국내 방폐물 사업(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중저준위 처분)은 제245차 원자력위원회의 결정(1996)에 따라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사업자는 합리적 경제주체로서 원전의 경영성 제고를 위해 방폐물 비용을 가능한 한 미래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성은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통해 지불한 준조세성격의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을 한수원이 전액 원전건설에 전용하는 관행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재원을 필요로 하는 원전사후처리를 위해 기금화를 통한 재원확보가 필요하다.

OECD 원자력기구(NEA)는 방폐물 처분비용 등의 원전사후처리 책무는 그 폐기물을 양산한 세대에서 지불해야하며, 원전사후처리 예산을 정부가 관리하지 않을 경우 원전사업자의 비용과 소 산정, 원전의 조기 폐쇄, 원전사업자의 파산 또는 인수합병, 태만이 일어남에 따라 정부가 충분한 원전사후처리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OECD NEA/RWMC,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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