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3월 29일(토), 삼보일배 2일째

2003.04.01 | 미분류

아침에 일어나보니 서리가 하얗게 내렸을 정도로 아직은 쌀쌀한 날씨입니다. 천막 속에서 두 겹의 침낭에 의지해 겨우 잘 수 있었습니다. 새벽녘에는 코끝이 시려 얼굴을 침낭 밖으로 내밀기 싫어 일어나라는 소리에도 한참을 미적거렸습니다.

2003년 3월 29일(토), 삼보일배 2일째
맑음

다행히 첫날밤은 이렇게 잘 넘겼습니다. 감기에 걸린 사람도 없고, 추위에 심하게 잠을 설쳤다는 분도 없습니다. 그러나, 편하게 두 발로 걸은 제가 온몸이 찌뿌둥한데, 삼보일배를 수행하신 분들은 이렇게 춥고 불편하게 주무셨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아침 8시에 순례단은 출발했습니다. 어제까지 왔던 금산마을 앞에서 다시 삼보일배를 수행합니다. 오늘은 원광대학교 도서관의 김숙원교무님께서도 삼보일배에 동참하셨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오셨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풀꽃세상의 대표이신 박병상 박사님도 사모님과 함께 오셔서 함께 걸으셨고, 천주교모임의 장영예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상빈이는 엄마와 누나와 함께 와서 하루종일 피켓을 들고 걸었습니다.

점심 먹을 무렵에는 문정현신부님께서 오셨습니다. 친동생이신 문규현신부님의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말씀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삼보일배 수행중인 다른 분들에게도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무릎은 성한지 일일이 물어보고 살펴보셨습니다.

오후에는 천주교 부안성당 학생회 학생들이 네명이 왔습니다. 토요일이라 일찍 수업을 마치고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러 왔다고 합니다. ‘멋진 신부님’이신 문규현신부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한 달음에 달여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늘은 50여명이 참여하여 순례를 진행했습니다.

오후로 들면서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주말이라 시골길에도 이렇게 교통량이 많았나봅니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막고 삼보일배 순례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무슨 일인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냅니다.

순례단 때문에 길이 조금 막혀도 다행히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가끔씩 손을 흔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더욱 힘이 납니다. 지나가던 어떤 트럭은 순례단에 딸기 두 상자를 내려놓고 갔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6킬로미터를 조금 못 가고 오후 4시 45분에 삼보일배를 마쳤습니다. 서로 고생 많았다는 인사와 격려를 나누고 하서농협 앞으로 왔습니다. 이곳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자게 됩니다.

다행히, 하서농민회에서 사무실로 사용하시는 컨테이너를 제공해 주셔서 여성 참가자들이 하룻밤을 덜 춥게 지낼 수 있게되었고, 전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쌀도 한 포대 후원해주셨습니다.

오늘 온 길 : 금산마을 – 등룡리 – 석하마을 – 청일마을 – 하서면 소재지
앞으로 갈 길 : 부안 – 김제 죽산 – 만경 – 군산 – 서천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