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반전 메세지]<암만에서 보내온 편지>사순절을 맞으며

2003.04.09 | 미분류

지금 이 추운 봄밤 벗들은 명동성당앞 천막에서 불을 밝힌채 파병반대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가야 한다고 늦은 밤 마지막 전철 시간에 맞추어 일어서 놓고도 집에 돌아와 새벽녁까지 잠들지 못한채 서성이고 있습니다.

호텔 10여미터 지점에 떨어진 포탄으로 새벽잠을 깨어 반공호로 내려갔다는 은하와 기범이,
이라크에서 급히 위성을 걸려왔다는 전화를 못받은 불안한 마음…
천막조차 치지 못한 채 하루종일 밖에 앉아있던 소중한 이들…

바그다드에 머무는 마음으로 이 밤을 견디자고 포성을 견디는 마음으로 이 추위를 견디자고
두 사람이 남은 마음으로 우리 남은 몇 사람이라도 이 촛불을 꺼 뜨리지 말자고 마음과 마음을 모두우며 스치로폼을 깔고 몇개의 촛불을 밝히고 바람에 현수막을 나부끼며 전쟁중단을 위한 철야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마저도 참여하지 못한 채 잠든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것은
늘 작은 촛불 한자루라고 새벽이 오기전 어둠이 가장 짙다고 이 참담한 전쟁과 죽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렇게 속으로 속으로 되뇌이며
그 천막을
그 촛불을
벗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게 마음의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게 생에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건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무슨일을 하는 지 모른채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른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부활절이 되면 성당의 행사가 있어 천막을 걷어야 한다는 신부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리고 있는 지금 부활하신 예수님이 어디로 찾아드실지 저는 그분이 향하는 곳을 따르고 싶습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그 분의 십자가를 가만히 좇고 싶습니다.

사순절을 맞으며
영신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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