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4월 15일(화), 삼보일배 19일째

2003.04.16 | 미분류

모든 환경문제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이며 공업화 중심으로 자연을 거스리는 현재의 문명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금의 환경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03년 4월 15일(화), 삼보일배 19일째
맑고 볕이 따스한 봄날



어제 새로 온 여성 참가자에게 개인용 깔판을 양보하고 냉기가 올라오는 찬 바닥에서 잔뜩 웅크리고 잤더니 하루 종일 등과 어깨가 뻐근합니다. 따뜻한 잠자리와 집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그리워지고 고맙게 생각되는 하루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이렇게 쌀쌀하지만 낮에는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분들이 땀을 부쩍 많이 흘리실 정도로 더위를 느낍니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기후가 변하여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진다더니 순례단은 그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짧게는 삼사일, 길게는 일주일 가량 목욕을 하지 못하던 몇몇 진행팀원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목욕탕에서 머리도 감고, 목욕을 하는 등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웅천읍을 떠나 7.5킬로미터를 이동하여 대천 시내를 조금 앞둔 보령시 남포면 소재지까지 왔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순례단을 찾아주시거나 격려해주셨는데, 웅천에서 남양우유 대리점을 하시는 분은 저희 순례단을 보자 가다말고 차에서 내려 가지고 계시던 우유를 몇 통 주셨으며, 대천에 사시는 어느 천주교 신자님도 지나가시는 길에 순례단을 위해 좋은 약수물을 한 통 주셨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문국주 감사님과 오영숙수녀님, 딸마수녀회 김아녜스수녀님, 전주교구 박동진 신부님, 대전 목동본당 유이규신부님, 부여 법륜사와 대천 대승사 스님, 대천충청녹색연합과 공주녹색연합 대표님과 활동가, 회원 열 분 등 많은 분들이 순례에 참여해주셨고 녹색연합 이병철 공동대표님과 월간 ‘풍경소리’ 발행인이신 김민해목사님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삼보일배 수행을 하셨습니다.

특히, 이병철 대표님은 삼보일배에 동참하신 이유에 대해 “새만금 간척사업은 우리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이며, 우리 문명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인간의 진보라는 생각과 욕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말고도, 우리 삶 속에서 자연을 거스르고 생명을 소홀히 하고 우리의 편리를 위해 생명을 도구화하려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삶의 변화가 없이는 제2, 제3의 새만금 간척사업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결국, 새만금갯벌 죽이기는 우리 시대 모든 사람과 나 자신의 책임이다. 이를 참회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환경문제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이며 공업화 중심으로 자연을 거스리는 현재의 문명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금의 환경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인지, 진보는 어떤 것인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결국, 삶 자체가 단순할수록 풍요롭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라크 침략전쟁도 물질중심의 문명 사회에서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 때문에 석유자원이 필요하고 이를 쟁탈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다. 자원이 없으면, 가진 것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사고방식과 물질적 편리함이 없으면 불안한 심리가 전쟁을 초래한 것이다. 우리는 석유문명과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인위적인 풍요를 추구하면 경쟁과 갈등이 초래되지만 덜 쓰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를 먹여살리고 길러주는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갈 때 새만금 간척사업과 전쟁과 인간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대표님은 어제 오후에는 “참회합니다”라는 말을, 오늘은 “고맙습니다(내가 숨쉬고 살아가고 삼보일배를 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생명과 존재에 대해)”라는 말을 화두로 삼보일배를 하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멀리 부안 변산 내소사에서 세끼 식사를 마련해주셔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내소사에서 오는데에만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천주교 전주교구 박동진 신부님께서는 우리 밀과 쌀로 만든 유기농 라면을 열상자나 주셨고, 부여 법륜사와 대천 대승사 스님께서는 딸기를 주셨습니다. 순례에 참가하시거나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보령시 웅천읍 천주교 웅천공소(7.5km)
※앞으로 갈 길 : 보령시 남포면 사무소 소재지 – 대천(4월 16일) – 주교면(4월 17일) – 주포면(4월 18일) – 청소면(4월 19일) – 홍성군 광천읍(4월 20일) – 홍성읍(4월 24일) – 예산군 예산읍(4월 27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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