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10일(토), 삼보일배 44일째

2003.05.14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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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0일(토), 삼보일배 44일째 – 새만금 생명·평화를 위한 경기지역 시민문화 한마당
맑은 날

지난 밤에 하루 묵었던 곳은 송탄공단 안에 있는 모곡공원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 냄새가 역하게 납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울 정도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 공장들이기에, 어떤 해로운 물질을 대기중으로 배출하기에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지? 이렇게 대기를 오염시키면서도 공장을 돌리고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그렇게나 중요한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 공단지대를 지나자, ‘쿵-쿵-‘ 땅을 울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 송탄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이곳, 평택 장당지구에서는 대형 아파트 단지를 만들기 위해 한창 터를 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은 왠만큼 다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이곳 평택까지 아파트 개발이 성시를 이루고 있나봅니다.

‘꿈이 있는 살기좋은 집 XX아파트’라고 선전하는 간판을 보면서, 산을 깍고 들을 메우고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그 자리에 과연 어떤 꿈이 남아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자연을 파괴한 그 자리에서 살면 과연 얼마나 살기좋을까?

그러는 사이에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 박영숙 위원장님께서 일행과 함께 오셨습니다. 삼보일배 고행하시는 성직자들의 손을 일일이 꼭 잡으시며 인사를 나누신 후,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말없이 눈물만 흘리십니다. 그동안 어떻게 삼보일배를 진행하여 왔는지 설명을 들으시면서도 연신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오후에는 한명숙 환경부 장관님께서 방문하셔서 성직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신 후 순례행렬에 참여하셨습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새만금 문제에 관해 대화하셨다는 장관님은 “대통령도 건강 걱정을 많이 하시고 마음 아파하신다.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시는대로 국무회의 등을 통해 정식으로 안을 올리겠다. 전북도민은 지금까지 너무 소외되었고 가난하게 살아왔다.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한 대안을 함께 찾아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만화 ‘짱뚱이’의 작가이신 신영식 화백께서 이른 아침부터 함께 순례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커다란 현수막에 ‘새만금 짱뚱이를 살려주세요’라는 그림을 직접 그려오신 화백님은 성직자들에 대해 “늦게 와서 죄송하다. 순례에 참여하고 있으니 가슴이 울컥울컥한다. 며칠 전 방송된 수요기획을 울면서 보았는데, 당장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만화가도 만화만 그리지 말고 이런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여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참가자들을 위해 그림을 그려주셨습니다.

저녁에는 평택지역의 시민·환경단체들이 평택역 광장에서 ‘새만금 생명·평화를 위한 경기지역 시민문화 한마당’ 행사를 열었습니다. 시민 삼백여명이 모여 이 자리를 즐겼는데, 문화마을 들소리의 가슴 울리는 북 연주로 시작하여 음악과 노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으며, 부안 주민인 이순덕님도 오셔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의 심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네 분이 삼보일배를 시작할 때부터 우셨다는 이순덕님은 “서해바다에서 나는 조개와 물고기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서 산란하는데 바다를 막으니까 조기와 꽃게 등 좋은 물고기가 다 없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너무 힘이 없으니 평택시민들도 도와주셔서 우리 어민들을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토요일인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순례에 동참하셨습니다. 김숙원 교무님은 오늘도 잊지 않으시고 찾아오셔서 삼보일배에 동참하셨고, 익산 황등교당에서 안자은 교무님과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대표님,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 학생들, 풀꽃세상 회원들, 젊은 생태주의자들, 환경연합 서주원 사무총장님과 장재연·강명구·이종만·이덕희 중집위원님을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 에코생협 최재숙 사무국장님, 평택 신복사 주지 정견 스님,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이신 여주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실장님, 우이령보존회 박선경 차장님, 강릉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조태동 교수님과 학생 19명, 방상복 신부님, 오영숙 수녀님, 녹색연합 박경조 공동대표님, 경기지역 환경연합 사무국처장님들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오늘도 환경연합 시민환경정보센터에서 일하시는 조혜진 기자님께서 사진을 찍어 주셔서 제 일을 많이 덜어주셨습니다.

오늘 아침과 점심은 평택 서정동성당, 저녁은 온양에 사시는 정성경님께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송탄 송현성당에서는 잠자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경기도 평택시 송탄공단 – 송현동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34.8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평택시 송현동 – 진위면(5월 11일) – 오산시(5월 12일)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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