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24일(토), 삼보일배 58일째 – 돌아오신 수경 스님

2003.05.25 | 미분류

퇴원하신지 하룻만에 수경스님은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셨습니다. 삼보일배는 절대로 다시 하면 안되며, 최소한 일주일은 병원에 입원하셔서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의료진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휠체어를 타고 삼보일배 순례단에 합류하시더니 오늘은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2003년 5월 24일(토), 삼보일배 58일째 – 돌아오신 수경 스님
하루 종일 희뿌옇게 흐리다 밤에는 비가 내림



퇴원하신지 하룻만에 수경스님은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셨습니다. 삼보일배는 절대로 다시 하면 안되며, 최소한 일주일은 병원에 입원하셔서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의료진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휠체어를 타고 삼보일배 순례단에 합류하시더니 오늘은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혈압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 쓰러지실 상황까지 갔었지만, 이제는 혈압이 좀 떨어졌으며 맥박도 겨우 정상 부근으로 돌아온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황소 같은 고집으로 다시 삼보일배에 나서신 수경스님의 수척한 얼굴을 보자 길가의 시민들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요즘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길가에서 박수치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분들은 흔하게 만날 수 있고, 반대편 차선에서 차를 운전하시다 말고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박수치시거나, “힘내세요”라고 외치고 가시는 운전자들이 있는가 하면, 가다가 말고 손짓으로 저를 부르더니 차 안에 있던 음료수 세 병을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150여명으로 출발한 삼보일배 순례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나 10시가 되자 3백명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부대표님과 당원들 1백여명, 서울대 학생들 육십여명, 서울대 교수님 십여명, 조계종 중앙신도회 오십여명, 신부님·수녀님·교무님·스님·목사님과 종교인들, 여러 환경단체 대표와 실무자, 회원, 일반인 등 순식간에 3백여명이 넘는 대규모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스님께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을 졸이며 진행하던 삼보일배 행진은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진행되었지만,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복병을 만났습니다. 약 1킬로미터 전방에 새만금추진협의회 사람들 1백여명이 현수막 등을 들고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또 무슨 험담과 악담을 늘어놓을까, 혹시나 성직자들께 해코지하려고 달려들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역시나 길 건너편에서 찢어지는 확성기 소리와 구호소리가 들립니다. “삼보일배 중단하라!”, “삼보일배 물러가라!”, “갯벌의 갯자도 모르고, 바다의 바자도 모르는 환경단체 물러가라”, “환경을 빙자하여 새만금 사업의 발목을 잡는 자는 암적 존재이다”

길 건너편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그 곁을 묵묵히 지나고 있는데, 때마침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선생님과 학생들 오륙백명이 직접 만든 예쁜 현수막을 들고 도착하여 순례단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냈습니다.

‘우리에게 갯벌을 물려주세요’, ‘갯벌 생물과 물새들이 불쌍해요’, ‘갯벌은 우리의 친구’, ‘갯벌을 살리자’

4차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이와 어른들이 각각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나와 순례단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지역 저 지역, 니 편 내 편 나누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과 아이들이 마주 서 있는 가운데, 우리 지역이 개발되어 내가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미래세대를 위해 물새와 갯벌 생물들도 살려야한다는 생각이 서로 마주 서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당신은 어느 쪽에 서 계십니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절하며 이제까지 온갖 환경파괴와 못된 짓을 해온 인간들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하자는 것이 삼보일배의 정신인데, 저편에서 고래고래 떠들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장 반성해야할 사람들이 아닐까? 오히려 그들이 삼보일배를 해야하지 않을까? 혼자서 별 생각을 다해보았습니다.

그때부터는 학생들까지 합하여 8백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인원이 6-7백 미터에 달하는 길다란 행렬을 이루고 보라매공원을 향해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많은 사람들을 챙기고 교통 흐름을 될수록 적게 방해하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신경 쓰느라 다들 피곤한 날이었지만 점점 불어나고 있는 순례단의 규모에 무척이나 흐뭇한 날이었습니다.

이를 본 민주노동당 소속 심은옥 서울시의원님은 “삼보일배 보면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세상에 이렇게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으며, 서울시민들이 이것을 보고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같이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신 느낌을 말씀하셨습니다.



오후에 오셔서 삼보일배를 직접 하신 참여연대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님은 “물이 끓기 위해서는 계속 가열되어야 한다. 참여하는 사람과 국민들의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자리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삼보일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낼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무사히 하루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보라매공원에 들어와 천막을 치고 쉬다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천막을 걷고 보라매청소년수련관으로 옮겨서 오늘 밤을 쉬고 있습니다.

오늘 세끼 식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낙성대역 – 보라매공원 (5.2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96.7km)

※앞으로 갈 길 : 서울 보라매공원 – 신대방삼거리 – 신대방역 – 해군회관 – 여의도역 – 여의도공원(5월 25) – 여의도 국회의사당 (5월 26∼27일) – 서강대교 – 신촌역 – 이대입구역 – 아현역(5월 28일) – 서대문역 – 서울역 – 남대문 – 명동성당(5월 29일)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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