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26일(월), 삼보일배 60일째

2003.05.27 | 미분류

인터넷을 보고 오셨다는 동화작가 홍승희님은 “갯벌자체가 살아있는 생물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조그만 갯벌도 몇만 년 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엄청난 것이다. 인간이 그것을 막았을 때 발생할 피해는 예측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북 주민들의 박탈감이 심할 것이므로 대안을 제시해주어 갯벌과 주민을 함께 살려야 한다. 그분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2003년 5월 26일(월), 삼보일배 60일째 – 높디높은 국회 담벼락
맑으며 기온이 높이 올라감

어제 내린 비가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말끔히 씻어낸 덕분에 햇살이 맑은 기분좋은 아침을 맞았습니다. 간밤에 천막을 치고 잤던 여의도공원에서는 새벽까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운동하는 사람들 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는 상쾌합니다.

오늘이 삼보일배를 시작한지 60일째, 벌써 두 달이라는 기간이 지나 이제는 초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3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삼보일배 고행을 하며 서울까지 온 순례단은 오늘 하루 종일 국회의사당 담을 따라 빙빙 돌았습니다. 자그마치 둘레가 2.5 킬로미터에 달하는 국회의사당 담장을 두바퀴만 돌면 순례단이 평소에 하루동안 진행하던 거리입니다.

그 담장 길을 순례단은 땅바닥에 코를 박고 절을 하며 갔습니다. 국민들이 뽑아놓은 선량이라는 사람들,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사람들이 있는 국회 주변을 순례단은 세 걸음마다 넙죽넙죽 엎드려 새만금 갯벌을 살려달라고 온몸으로 외쳤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을 때보다 훨씬 더 간절한 마음으로 국회 담장길을 돌았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높디높은 담벼락으로 순례단을 가로막고, 경찰 병력과 차량으로 자신을 이중삼중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순례단이 다가오자 열려있던 문도 걸어닫았으며, 순례단이 점심을 먹고 쉬려고 했던 정문 앞 빈터도 순식간에 경찰 차량들이 점령해버렸습니다.

순례단이 국회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다만 국회 담장 밖을 돌면서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려는 것뿐인데… 그런 순례단의 가장 평화롭고도 고요한 절규를 들으려는지 마는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하는 의원이 누구이며, 국가 전체와 미래를 위해 일하려는 의원은 누구인가? 내년 봄에 있을 총선에서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드는 국회의원들과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개발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해야겠습니다.

쨍하게 비친 따가운 햇살 아래 벙어리·앉은뱅이 국회 주변을 삼보일배로 가던 도중, 스님은 삼보일배를 중단하고 구급차로 옮겨 타셨습니다. 또 쓰러지신 것인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두 시간 쉬시고 나서 오후에는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셨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여 천지가 후끈거렸습니다. 신부님과 교무님은 지켜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시고, 스님의 호흡소리는 거칠어져만 갑니다. 땀을 잘 흘리지 않으시던 목사님 얼굴에도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참여하신 다른 분들도 얼굴과 온 몸에 비오듯 땀을 흘리며 옷이 흠뻑 젖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조마조마 마음 졸인 채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2백5십여명이 순례에 참여했는데, 이병철 대표님과 김제남 사무처장님 등 녹색연합 실무자와 회원 이십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순례에 참여하여 하루 종일 땀을 흘리셨습니다.

녹색연합 이외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아는 분들과 두세 명씩 오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단체에서 참여하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각자의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태주시니 삼보일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며 기운이 납니다.

인터넷을 보고 오셨다는 동화작가 홍승희님은 “갯벌자체가 살아있는 생물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조그만 갯벌도 몇만 년 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엄청난 것이다. 인간이 그것을 막았을 때 발생할 피해는 예측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북 주민들의 박탈감이 심할 것이므로 대안을 제시해주어 갯벌과 주민을 함께 살려야 한다. 그분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어제도 잠시 들렀다가 오늘은 직접 삼보일배를 하신 박명혜님은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오늘 겁도 없이 해보았더니 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좀 어지럽다. 지금 60일째인데 강력한 의지와 바람·소망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눈으로 보고, 직접 해보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고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순례단이 평소와 같이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청와대 앞에서는 삼보일배의 살신성인 정신을 이어받아 전국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처장 31명이 새만금 방조제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삭발과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삼보일배 순례단이 아산과 천안을 지날 때 많은 도움을 주셨으며, 천안에서의 환영대회를 준비해주셨던 천안아산환경연합 차수철 사무국장님은 “대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 머리를 깎아보는데, 깎기 전까지는 별 특별한 느낌 없었지만 막상 동료들이 머리 깎는 것을 보고, 또 귓가에 내 머리카락이 깎여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들이 죽어나가는 소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한꺼번에 머리 깍는 모습이 얼마나 처연했던지 그 주변이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되었으며, 취재하러 나온 MBC 기자마저도 눈물을 흘리며, “활동가들의 의사가 정부에게 강력히 전달되어 꼭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전·당진·서산태안·오산화성·안양군포의왕·과천환경연합 사무국·처장님 등 순례단이 지나오는 길에 많이 도와주시고 친하게까지 되셨던 분들도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는데, 삼보일배 순례를 진행하느라 가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기에서라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까지 결의하고 행동해주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합니다.

이처럼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친 순례단은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천막을 치고 내일(5월 27일)까지 쉬다가, 눈앞에 보이는 저 한강은 28일에 건널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은 원불교 여의도교당, 점심은 서울교당, 저녁은 원효교당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주식회사 코오롱스포츠에서는 티셔츠도 후원해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305.9km)

※앞으로 갈 길 : 휴식(5월 27일) – 서울 서강대교 – 신촌역 – 이대입구역 – 아현역(5월 28일) – 서대문역 – 서울역 – 남대문 – 명동성당(5월 29일)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