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새만금 삼보일배 – 63일째(5월 29일) – 남대문을 지나 명동성당으로

2003.05.30 | 미분류

한국에서 7-8년 살았다는 프랑스인 패트릭 주닐론씨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의 동서해안은 매우 아름다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새만금 갯벌을 매립한다니 매우 안타깝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건설(construction)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파괴(destruction)라고 생각한다. 갯벌이 파괴되면 미래세대를 위해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순례단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셨습니다.

새만금 삼보일배 – 63일째(5월 29일) – 남대문을 지나 명동성당으로
하루 종일 흐림



간밤에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천막이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아무런 문제없이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비옷을 챙겨 출발했지만 다행히 한두 방울씩만 떨어지기고 본격적으로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어젯밤에 쉬었던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출발할 때에는 참가자가 많지 않더니, 아현교차로에 도착하자 동학사와 동화사 승가대학 스님과 불자들을 비롯해 수백명이 모여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오백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순례단이 되어 수백미터의 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순례단 때문에 교통 흐림이 상당히 정체되어 교차로를 지날 때 곤혹스럽기는 했지만,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 순례에 점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어 힘이 납니다.

오후 일정을 시작할 때에는 순례단의 긴 행렬이 서울역에서 남대문에 이르는 길을 꽉 메웠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남대문을 지날 때에는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이 치밀어올랐습니다. 두 달이 넘는 고행길 끝에 드디어 저 남대문을 지나 서울 한복판에 들어섰습니다.

남대문시장과 명동에 이르는 길가에는 많은 시민들이 순례단을 관심있게 지켜봐주셨습니다. 다들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 순례단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시고,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도 한 분 계셨습니다.

한국에서 7-8년 살았다는 프랑스인 패트릭 주닐론씨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의 동서해안은 매우 아름다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새만금 갯벌을 매립한다니 매우 안타깝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건설(construction)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파괴(destruction)라고 생각한다. 갯벌이 파괴되면 미래세대를 위해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순례단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셨습니다.

늦은 오후에는 마침내 가톨릭의 성지이자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명동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당 입구쪽에 있는 가톨릭회관에는 건물 5층 높이의 대형 현수막이 순례단을 맞이해주었습니다.



저녁에는 명동성당 입구에서 순례단을 맞이하는 기도회와 문화행사가 있었습니다. 수녀님과 신부님, 신자, 일반인 등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너나할 것없이 네 성직자의 고행 모습에 눈물을 흘리시며 새만금 갯벌과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세상 만물의 숨결이신 생명의 하느님.
저희로 하여금, 저 죽어가는 새만금 갯벌 생명들의 허덕이는 숨소리를 외면하지 말게 하소서.
갯지렁이의 몸짓 하나에서도, 작은 조개 하나에서도, 또 도요새의 날개짓 하나에서도
그것들이 품고 있는 거대한 생명의 신비를 결코 놓치지 않게 하소서.
대대손손 의지하며 살아온 삶터를 잃는 어민들의 눈물과 비탄 속에서
하느님, 당신의 고통을 보게 하소서.
갯벌을 잃고 함께 죽어 가는 육지와 바다와 산도 보게 하소서.
결국은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 위에 홀로 남아,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어갈 인간의 미래 또한 부디 알게 하소서.”
(‘새만금 갯벌의 기도’ 중에서)



오늘 오전 10시, 국회에서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잠정 중단 및 신구상 기획단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서명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체 국회의원 273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147명이 ‘타당성을 상실한 방조제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정책제안서’에 서명한 것입니다.

여야를 초월하여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이 서명은 새만금 갯벌을 살리려는 정부차원의 결단과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기에 더욱 힘이 됩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정부도 귀를 기울여야 할텐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북지역의 국회의원은 한명도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입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일하려는 것인지, 자기 지역의 이기주의와 이권만을 위해 일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은 원불교 원남교당, 점심은 신촌교당, 저녁은 청량리성당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삼보일배 순례단이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순례의 마지막 날, 5월 31일(토) 오후 2시에 시청 앞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 촉구대회 및 삼보일배단 맞이대회’가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기원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서울 아현교차로 – 명동성당 (4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319.7km)

※앞으로 갈 길 :  서울 명동성당 – 탑골공원 – 종로타워 – 조계사(5월 30일) – 광화문사거리 – 시청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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