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환경부, 을숙도에 사형선고를 내리다.

2005.06.24 | 미분류

환경부, 을숙도에 사형선고를 내리다.
– 습지보호법도 개발 위한 방패막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환경부가 1999년에 습지보전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습지보호법을 제정한 이후 6년만에 대형토목공사를 위해 습지보호지역을 해제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이로서 을숙도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첫 사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명지대교라는 토목공사를 위해 습지보호구역에서 해제되는 첫 사례로 운명을 뒤바꾸게 되었다. 하늘이 축복한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가 인간에 의해 파괴와 죽음의 땅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환경부의 을숙도 습지보호지역 해제는 을숙도는 물론 낙동강하구 전반의 파괴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습지에 대해 거의 유일한 보호막이었던 습지보호법이 더 이상 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환경부에서도 “이번 결재(해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인정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6곳의 습지보호지역이 지정되어 있는데 낙동강하구를 비롯하여,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천성산의 늪과 · 순천만· 우포늪 등 생태적으로 우수한 가치와 경관을 가진 습지보호지역들은 끊임없이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을숙도에 대한 환경부의 결정은 향후 습지보호지역의 보전대책 및 개발정책의 선례가 되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 이제 습지보호지역에 대해서도 토목공사와 같은 개발공사가 가능한 선례가 만들어졌으니 전 국토에 행하여질 개발의 광풍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환경부는 최상위법인 습지보호법에 따른 을숙도 습지보호법 해제 및 건설 허가 심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부산시의 명지대교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심의에 향후 허가를 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으며, “대교 건설과 관련해 2003년에 이미 사전환경성검토가 종결되어 사실상 승인이 내려진 상태였다”고 스스로 습지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정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업자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어 환경부의 입지를 궁지에 몰아넣는 또 다른 이유는 낙동강하구와 을숙도가 갖는 생태적 가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환경부는 명지대교에 대한 사전환경성평가에서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협의해 을숙도의 가치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현 노선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했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보전가치를 인정받는 지역이므로 부산권 전역 또는 그 이상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 검토”를 제안하였다. 사전환경성평가를 실시한 전문가는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의 가치를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 멸종위기종 11종, 보호야생종 29종 등 국내 최다 법적보호종 서식, 고니의 전세계 개체수의 8~11% 월동, 국내 유일한 솔개 월동지이며 이외에도 흰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의 국내 최대 집단번식지, 국내 최대 민물도요·좀도요 도래지, 국내 최대 민물가마우지·맹금류·갈매기류·잠수성오리류 월동지”라고 밝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개발 주체인 부산시도 최근 보고서인 <낙동강 철새도래지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수립(2004.12)>에서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부산발전연구원의 <낙동강하구 생태계 모니터링(2005.03)>에서 “명지대교의 건설 등은 낙동강 하구지역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가 인정한 생태적인 가치 외에도 을숙도의 독특한 경관과 아름다움은 어디에서도 볼 수없는 희소성과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다. 대도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자연의 경이로움과 풍부한 생명력은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특히 어린이들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들이 불과 몇 m 거리에서 직접 보고 듣게 되는 고니를 비롯한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날개짓, 갈대숲과 바람의 교감, 낙조의 장관 등은 풍요로운 정서를 고취시켜 건강한 미래를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파일공사와 공사차량의 출입으로 이러한 기대효과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환경부가 인정했듯이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무차별하게 파괴될 생태계와 공사 후 을숙도를 가로지르며 서게 될 대형 고가 다리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습지보호구역의 보전과 부산시의 개발욕구 사이에서 현명한 대안을 고민하고 중재하여 보전과 지자체의 요구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다 잡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포기하고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는 손쉬운 길을 선택했다. 노선에 대한 직접 조사나 연구없이 시민단체에게는 대안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부산시의 주장만을 근거로 애매하게 곡선을 그리는 고가의 고속도로를 만들어놓고 할일을 다했다는 태도는 과연 환경부가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최고 기관인지 의구심만 낳는다. 환경부는 새로운 보전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핵심지역을 파괴한 위에 세운 보전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자기만족과 기만에 불과하다.

명지대교 건설로 인한 생태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파괴와 악영향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지대교 교각 건설을 위한 진입로 공사 현장에서 다량의 오염물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가 보전의 의무를 포기하고 지자체의 개발욕구에 손을 들어주는 현재의 암담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환경부와 습지보호법이 보전의 의무를 지킬지 문화재청의 문화재보호법처럼 개발을 위한 허수아비법으로 전락해갈지도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지대교가 부산시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수요와 기능을 유지할지도 심판받게 될 것이다.
을숙도를 살리고 더 이상 환경부가 개발 지상주의에 밀려 토목공사를 위한 방패막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책임유무를 가리고 전 과정을 기록해나가야 한다.
그 시작으로 환경부가 어떤 해명도 하고 있지 않은 절차상의 오류와 문제들에 대해서 행정소송에서 진위를 밝힐 것이다. 습지보호법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환경부나 국가가 아니라 시민의 눈과 실천임을 명지대교의 진행과 함께 철저히 밝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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