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생을 돌이켜 보며…

2005.08.25 | 미분류

청생에서 보낸 시간을 한 웅큼 손에 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모래알처럼 하나둘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고 지금은 몇 알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님들은 청생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요?
뒤돌아 생각해 보니 저는 참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 일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지낸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며, 대자연에서조차 겸허하지 못한 제 자신을 지금에서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자신을 더 낮출 수 있는 고마운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운영진과 생태지기님, 길라잡이님, 강사님, 박충수님과 참가한 님들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고마운 분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든 일에 100% 완벽이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지금보다 좀더 나아진 미래를 위해 노력할 뿐이겠죠.
이번 청생도 참여한 님들이 대체로 만족했지만 몇몇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불만을 가진 것에 부끄러워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를 비롯하여 청생에 참여한 모든 님들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부족했던 부분은 고쳐나간다면 대자연 앞에서 조금은 덜 부끄러워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부족해 보였던 점들을 드러내 보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따로 출발을 해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출발 때 참가자분들이 적게는 5분에서 1시간까지 늦어 전체 일정에 차질이 있었나 봅니다.
5분 늦거나 1시간 늦거나 어차피 약속된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운영진에서는 누구만 잘못했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늦은 참가자에게 먹을 것을 사게 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보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만큼 출발 시간에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울 사람이라도 쉽지 않은 시간인데 교통편상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그 시간에 맞춰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출발 시간을 운영 편에서보다도 참가자 편에서 좀 더 고려를 한다면 서로에게 더 신뢰감을 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프로그램이 지체되어 그러지 않아도 피곤한 회원들이 지쳐 프로그램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참가자분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지체되는 일은 청생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므로 충분히 예상하고 진행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이번 청생의 생태 프로그램 진행에 관심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생태에 관심이 있는 다른 참가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토론하며 저와 다른 생각에 대해 배우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늦게 끝나 그럴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따로 어떤 주제를 가지지 않더라도 조 모임이나 일부끼리가 아닌 전체가 토론을 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많은 참가자도 아니었는데 일부 참가자들과는 한 마디의 대화는커녕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알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생태학교인만큼 개체 분류보다는 생태적인 내용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류도 이왕이면 개체가 어떤 종이냐 보다는 어느 과나 목에 속하느냐의 동정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의 특징을 알면 특히 식물의 경우 처음 보는 식물도 나중에 도감을 통해서 찾아보기도 쉽지만 종의 이름에만 관심을 두면 쉽게 잊어버리고 비슷한 종도 이름이 틀려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태적인 예를 들면 서양민들레가 이땅에서 어떻게 토종민들레를 몰아내고 우점종이 되었는지 그리고 외래종이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킴으로써 생태학적으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등입니다.
참가자분들의 생태적인 지식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모든 참가자분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방적인 주입식 지식에는 쉽게 지루해 했습니다.
그외 쌀 부족이라든가 국거리가 너무 똑같아 7식을 같은 국만 끓여 먹는 것이냐는 의견 그리고 부식의 식단을 미리 알려주었으면 거기에 맞추어 국거리와 밑반찬 준비가 편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며, 차량 섭외가 제대로 되질 않아 장시간 기다려야 했던 점 등에 대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어떤 행사든 모든 사람의 구미에 맞을 수 없고 항상 불만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고쳐나가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성숙해 가는 청생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자격도 없지만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혹 제가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게 해준 운영진과 도움을 주신 분들 그리고 함께한 참가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리산 반천리의 감들이 맛있는 곶감으로 만들어질 때쯤 고운이네 집에서 못다한 정을 함께 나누었으면 반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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