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그림 한국화]반구대 암각화

2004.09.23 | 미분류

[우리 그림 한국화] 반구대 암각화

[소년한국일보 2004-09-23 15:27]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동해 남부 지역으로 떠나야 합니다.
울산 시내를 거쳐 동해로 흐르는 태화강의 한 지류인 대곡천의 중간쯤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 말이지요. ‘반구대’는 거북이 모양을 한 바위 절벽으로, 그림을 보려면 이 절벽을 따라 물길을 타고 한동안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림은 70여 m나 되는 절벽 아래쪽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암각화’라고 하지요. 평평한 바위에 날카로운 연모로 긁고, 찍고, 파서 무려 200 점이나 되는 그림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 그림은 넓은 면의 일부인데, 거북이와 고래와 같은 바다 짐승과 호랑이ㆍ사슴 등 뭍짐승이 한데 그려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사람도 있고, 동물을 잡기 위한 도구나, 잡은 동물을 가두기 위한 울타리도 있습니다.

이 중에 가장 많은 것은 고래입니다.

커다란 고래 뱃속에는 작은 고래가 들어 있습니다.

새*끼 밴 고래 그림이지요. 그 아래쪽에는 작살이 꽂힌 고래를 그려 넣었습니다.

고래 그림이 많은 이유는 이 근방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업이 주로 고래를 잡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함부로 잡지 못하게 하지만, 불과 삼사십 년 전만 해도 울산 일대는 고래잡이 전진 기지로 아주 붐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보면 신기한 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무척 열심히 그렸다는 점입니다.

서서 그릴 수 없는 데는 밧줄 따위를 타고 올라가 그렸습니다.

또한 지금처럼 도구가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단단한 바위 위에 그림을 새기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힘든 여건에서도 굳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을 보면 여러 가지 추정이 가능한데, 그 중 하나는 아마도 그림을 그림으로써 먹을 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더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은 아무래도 그림일 뿐입니다.

며칠 고생하여 정성껏 그린 고래라 하더라도, 실제 고래는 아닙니다.

그러나 고래를 바라는 그 절실한 마음은, 반드시 고래가 오리라는 믿음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그림은 단순한 재미나 객관적인 기록을 넘어서는, 바라고 기대하는 꿈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의 꿈이 그토록 절실한 이유는 현실의 삶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로와 수렵 생활은 위험한 고비가 많습니다.

동물을 잡기는커녕 잡혀 먹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옛날 울산의 둔산진에 사는 한 백성이 전복을 따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일어나 배가 흔들리더니 난데없이 커다란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이크!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그는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고자 하였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굴이라니, 아무래도 귀신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캄캄한 굴은 점점 좁아지더니,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거워졌습니다.

그제야 그는 그 곳이 고래 뱃속인줄 알았습니다.

집채만큼 커다란 고래가 배를 통째로 삼켜 버린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입은 한 입에 배와 사람을 머금었습니다.

‘푸우~’고래는 딱딱한 배를 금방 뱉어 버렸습니다.

말랑말랑한 사람만 목구멍 속으로 꿀꺽 삼켰습니다.

그는 점점 좁아지는 굴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이대로 가만 있다간 고래 밥이 되고 말 거야!’그는 서둘러 허리춤에서 전복 따는 칼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베고 찔렀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파진 고래는 온몸을 비틀기 시작하더니, ‘웩’ 소리를 내며 먹은 것을 죄다 토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다시 바다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온몸은 가죽을 벗겨 놓은 듯 문드러졌고, 머리털이나 수염은 다 녹아 버렸습니다.

이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 살아 나온 용감한 사나이는 아흔이 넘도록 장수했는데 ‘고래’ 소리를 듣기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남들 앞에서 절대 고래 고기는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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