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⑥-1] 유럽 생태산업단지와 유기농 : 나눠쓰는 열, 돌려쓰는 물

2003.02.21 | 미분류

<발전소 – 제약社 폐기물 바꿔 재활용>
<가축 배설물로 농장 전기 80% 아껴>
<나눠쓰는 열, 돌려쓰는 물 … “버릴 게 없어요”  >

20세기 산업사회에선 높은 굴뚝이 기업 성공의 상징이었다.그러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해물질,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기업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친(親)환경적인 새로운 산업단지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생태 산업단지’라는 개념의 기업군(群)이다.농촌의 유기농도 마찬가지다.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환경을 생각하는 생태농업이 시작된 것이다.굴뚝기업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기업으로의 변화가 유럽 등 선진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1백30Km 떨어진 공업도시 칼룬드버그.

인구 2만명의 자그마한 도시의 한 쪽에는 화력발전소, 다른 쪽에는 제약.정유회사 등 업종이 다른 5개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 공생단지 연구소’를 먼저 찾았다. 공장들이 서로 공생할 수 있도록 연구.조절하는 정부 기구다. 연구소 패터슨 소장은 “이곳의 공장들은 각각 자동차로 5~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씩 떨어져 있지만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난방열과 각종 용수를 나눠 쓰고, 산업 부산물은 서로 교환해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공동의 청정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이곳의 아스네스 화력발전소는 스타토일 정유공장과 노보 노르디스크 제약회사에 스팀을 제공하고, 인근 4천3백여 주민에게 난방열을 공급한다. 또 화력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따뜻한 물은 송어 양식에 재활용된다. 반면 스타토일사는 정제된 가스를 화력발전소에 공급한다.

공장들도 화학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화해 보관한 저수지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한다. 제약회사가 효소를 발효하면서 생기는 바이오매스(생물 폐기물 자원) 덩어리나 액체는 관을 통해 서부 지역의 6백여 농가에 보내져 비료로 사용된다.

노보 노르디스크 제약회사의 한 간부는 “과거 같으면 바다로 버렸을 바이오매스를 지금은 농부들이 화학비료 대신 사용하기에 경비도 절감되고 땅의 산성화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업 폐기물을 마지막까지 정화해 쓰다 보니 주변 하천도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5개의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는 모두 9개 분야에 걸쳐 재활용되며, 에너지는 6개 분야에서 교환된다. 또 폐기물은 6개 분야에서 재활용된다.

그 결과 이곳 공장들은 연간 용수 1백20만㎥와 석탄 3만t, 수입 석고 8만t, 황산 2천8백t, 원유 1만9천t을 절약하고 1백80만t의 비산 분진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천여만달러나 된다. 반면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은 7천5백만달러에 불과하다.

패터슨 소장은 생태산업 단지의 성공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각 기업들의 투명한 경영에 따른 상호 신뢰와 정부 당국의 적극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4개 기업이 더 들어올 계획”이라고 자랑했다.

#독일 뮌헨에서 조금 떨어진 그라핑 지역에 자리잡은 ‘헤르만스도르프’는 유기농장이다. 1백85ha 규모 농장의 입구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 이 농장의 중심이다.

농장 설립자 슈바이스 푸르트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는 유기농 식품의 생명이라는 신념에서 출발했기에 이곳의 모든 제조 과정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건물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자신있게 자랑할 만도 했다.

건물 뒤편의 돼지 사육장에서도 남다른 배려를 볼 수 있었다. 농장 총책임자인 루돌프 헹겐베르크는 “축사는 에너지 생산기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으로 농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 등 에너지의 80%를 만들어낸다. 돼지들의 배설물로 ‘바이오 가스’를 만들어 농장의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축사 벽에는 사람과 동물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울타리 앞에는 돼지 조각상까지 놓여 있었다. 축사 기둥엔 스위치가 붙어 있는데, 돼지가 머리로 누르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축사 벽에 걸린 글귀가 그냥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듯했다. ‘우리는 여기서 웃을 수 있다. 방도 넓고 음식도 깨끗하다. 마음껏 뛸 수도 있다. 우리는 돼지답게 취급받고 있다’.

헹겐베르크는 “돼지의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그것을 먹는 인간도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웃는다.

1986년 슈바이스 푸르트가 농장을 처음 만든 것은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식품을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뜻은 좋았지만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96년까지 10년간 매년 6억여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식품에 이상한 물질을 넣으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신념으로 농장을 계속 운영했다고 한다.

마침내 97년 식품 호르몬 문제와 유전자 조작 농산품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고, 구제역과 광우병까지 발생하자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헤르만스도르프 농장은 뮌헨 시내에 11개의 직영 판매점을 갖추고 있으며, 연평균 1천3백만유로(약 1백60여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만큼 성장했다.

“유기농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 인류의 내일을 위해 자연에 한발짝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라는 슈바이스의 확신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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