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도롱뇽 소송을 위한 전국 순회단 해단식을 다녀와서

2004.01.24 | 미분류

사람은 누구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다지만, 온 일생을 통해서 자신의 일을 찾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난 1년간 지율스님은 힘든 단식을 38일, 45일씩 두 번이나 감행하였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지율스님이 세상에 나섰던 것은 천성산의 뭇생명들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1월 16일 조계사에서 열린 ‘천성산 도롱뇽 소송을 위한 전국순회단 해단식’에서, 지율스님은 이 일을 하기 위해 당신이 태어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상상하기 힘들만치의 고행을 그저‘분대로(뜻대로) 하였을 뿐’이라고 하신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가 더러워진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얼마나 그에 기여하는지를 인식하기 어렵다. 그것은 벽으로 둘러쳐지고, 문으로 닫혀진 도시의 구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에게 직접적 피해가 없을 때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무관심하기가 쉽다. 부산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나는 생각해 본다. 경부고속철도가 천성산을 관통하는게 정말 나에게 어떤 의미이며 얼마나 영향을 줄까.

70년대부터 시작된 간척사업, 고속도로 건설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은 일자리 창출, 이동시간의 단축, 이동의 편이성을 가져왔다. 반면에, 공사로 인해서 산이 대규모로 파헤쳐졌고,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는 문제를 낳았다.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엄청난 공사자금이 불투명하게 운영되어, 각종 로비의 의혹을 받으며 실제로 율곡사업, 고속철도선정사업에서 사실임이 밝혀졌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을 저지하려는 지율스님을 비롯한 소송인단들은 현재도 변하지 않고 있는 국책사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의 잘못을 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천성산에는 꼬리치레 도롱뇽, 끈끈이 주걱과 같은 희귀동식물이 있어 생태적 가치가 높은데도 환경영향평가에는 빠져있다. 또한 활성단층지대로 인해 지반이 불안한 곳인데도 안전에 대한 조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노선 재검토위원회에 소속된 많은 교수들이 실제로는 천성산 구간을 한 번도 답사하지 않은 것이 신문에 밝혀지기도 하였다. 현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책상앞에서 쓱쓱 만들어지는 연구와 평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식의 국책사업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가 이용하는 철도와 도로,터널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복구될 수 없을 만큼 환경이 파괴되어 희귀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원시림수준의 산림이 훼손된다면 인간 역시 살기 힘든 땅이 되는 것이다. 깨끗한 계곡물(1급수)에서 살고 있는 꼬리치레 도룡뇽은, 도룡뇽이 사는 땅이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뿐 아니라 각종 국책사업에 대해서, 어떤 이에게는 생명을 걸만큼의 의미로 다가오고, 어떤 경우는 그저 방송의 뉴스거리 하나정도로 기억되며, 또 누구는 전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과연 자신은 이 중 어디에 서 있는지를………………

글 : 신입활동가 고(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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